캔터베리 여행 코스: 웨스트게이트 가든스, 대성당, 도버 화이트 클리프
여름을 앞둔 주말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영국에서 사귄 유럽 친구들과 함께 당일치기 여행으로 캔터베리로 떠났다. 캔터베리를 둘러본 후, 도버 화이트 클리프까지 방문하는 코스로 계획했는데 친구 중 한 명이 차가 있어서 런던에서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약 1시간 반 정도 걸려 도착한 캔터베리는 중세의 분위기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도시였다.
캔터베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웨스트게이트 가든스'였다. 이곳은 도심 속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중세 시대의 성문인 웨스트게이트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정원은 잘 가꿔진 꽃과 나무들로 가득하며, 시냇가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런던 시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고요함과 고즈넉함.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인데도 눈을 돌리는 곳마다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들이었다. 지금 다시 봐도 내가 찍은 사진이 맞나 싶다. 시냇가에는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조그만 보트를 타고 시냇가를 지나는 그 모습들이 참 귀여웠다. (캔터베리에는 유료 보트 투어가 있다)
웨스트게이트 가든스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올드 위버스 하우스'로 향했다. 이곳은 캔터베리 시내에 위치한 역사 깊은 레스토랑으로, 1500년대에 지어진 전통적인 반목조 건축물이다. 이 건물의 독특한 디자인, (캔터베리 시내에 있는 대다수의 오래된 건물들이 그렇듯) 1층보다 2층이 돌출된 구조는 중세 시대의 세금 정책 때문인데, 당시 세금은 1층 면적에 따라 부과되었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2층을 넓게 지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레스토랑은 캔터베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로, 아름다운 강가 뷰와 고풍스러운 건물의 매력 덕분에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찾는다. 현재는 강가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며, 인기 메뉴는 피시 앤 칩스와 전통적인 영국식 스튜. 우리 일행도 운 좋게 실외 강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조그만 보트를 타고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맛있는 피시 앤 칩스를 먹었던 기억은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듯.
식사 후에는 아름다운 Christchurch Gate를 지나, 또 걸어서 5분 거리인 '캔터베리 대성당'을 방문했다. (Christchurch Gate는 15세기에 지어진 성문으로,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주요 입구이다) 그렇게 마주한 대성당은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고 있었으며 그 매력을 보기 위해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캔터베리 대성당은 영국 국교회의 중심지로, 영국 대주교의 본거지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곳인데 이곳에 직접 와보니 캔터베리가 영국의 역사적, 종교적인 의미를 갖는 중요한 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런던에 머물면서 세인트폴 대성당,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등 여러 성당 건축물을 방문했기 때문에 이곳 내부에 따로 입장(유료) 하지는 않았지만 웅장한 외관뿐 아니라 건축물 내부의 정교한 디테일 역시 굉장히 아름답다고 한다.
캔터베리를 떠나 다시 차를 타고 30분, 드디어 말로만 듣던 도버 화이트 클리프를 방문했다. 캔터베리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 이유도 사실 이곳을 오기 위해서였는데, 하얀 석회암 절벽이 바다와 만나는 풍경은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도버 화이트 클리프는 영국 남부 해안의 상징적인 자연경관으로 영국 내에서도 특히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함께 간 유럽 친구들이 먼저 제안한 곳인데, 그 친구들도 정말 좋아했고 그만큼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방문한 날은 날씨가 맑아서 바다(해협) 너머로 멀리 프랑스 영토까지 보였다.
절벽 위의 긴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가는 길, 오는 길, 각 위치마다 색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는데 각기 다른 풍경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참고로, 도버 화이트 클리프는 한국 관광객에게 유명한 세븐 시스터스 클리프와 비교해서 전체적으로 더 넓고 접근이 쉬워 관광 편의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내 아내와 여성 친구들과 이곳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인데 아무래도 바닷바람이 강한 편이니 여성의 경우 치마보다는 바지를 추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도버 화이트 클리프를 다 보고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도버 비치에 들렀으나 그곳은 딱히 볼 것은 없었다.... 이 날 우리는 친구가 차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장소를 쉽게 이동할 수 있었는데 특히 캔터베리와 도버 화이트 클리프를 함께 방문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보다는 차(혹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혹은 캔터베리와 도버를 묶은 여행사 투어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끔 이렇게 런던을 떠나 교외로 나오는 것은 영국을 경험하고 이해하는데 매우 좋다.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영국이라고나 할까. 런던에 머물면서 나도 모르게 런던이 곧 영국인 것처럼 착각을 하곤 하는데 런던은 사실 캔터베리와 같은 영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굉장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많은 영국인들이 말하길 이방인들로 가득한 런던이야말로 가장 영국스럽지 않은 곳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교외로 나와보면 풍경도, 사람들도, 분위기도 런던과 많이 달라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와닿는다. 캔터베리와 도버, 다음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