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울산 출장을 다녀온 데다가 저녁 요가 수업까지 마치고 나니 아침에 다리에 근육통이 느껴졌다. 평일이지만 근로자의 날이라 쉬어야지 싶어 뒹굴 거리다 보니 어느 듯 점심시간이 지났다. 밀린 빨래를 마치고 부랴 부랴 5시로 옮겨 놓은 보컬 레슨 수업을 받으러 나섰다. 나서고 보니 하늘도 너무 파랗고 바람도 산들산들. 오래간만에 미세먼지도 없어서 봄날을 만끽해 본다. 이렇게 파란 날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보컬 레슨 스튜디오는 17층에 위치해 있다. 그 공간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잠실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그런지 더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 오늘 노래도 더 잘 될 것만 같다.
오늘은 지난주 연습했던 '하하하쏭(자우림)'을 녹음하는 날이다.
도입부에 자우림 특유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노래다. 처음 이 노래를 연습하기로 했을 때 내가 과연 이런 노래를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강사님이 당연히 가능하다는 칭찬에 나도 모르게 '네,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버렸다. 이 노래가 부담스러웠지만 연습을 하기로 했던 이유는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도입부가 너무 멋지다.
모든 게 그대를 우울하게
만드는 날이면
이 노래를 불러보게
아직은 가슴에 불꽃이 남은 그대여
지지 말고 싸워주게 hey, hey, hey, hey
오리지널 곡을 들으며 수없이 도입부를 연습했다. 그녀의 굵고 나직한 목소리를 흉내 내어 보기도 하고 후반부에서는 소리도 질러보며 따라 하기 위해 무한정 애를 썼다. 하지만 나는 자우림이 아니고 그녀도 내가 아니기에 그녀처럼 이 노래를 소화할 수는 없었다. 나 나름의 방식대로 표현해야 했다.
라라라라 후회는 저 하늘에 날리고
라라라라라라라라 친구여 새롭게 태어나게
비굴한 인생은 그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네
당당히 고개를 들게 친구여 지금이 시작이라네
라라라라 마음에 가득히 꽃 피우고
라라라라라라라라 친구여 마음껏 웃어보게
하 하하 하하 하 하하 하하 하 하하 하하 하 하하 하하
거의 2주에 걸쳐 연습하고 연습하며 무사히 녹음을 마쳤다. 무한 반복 되는 '라라라라'를 부르며 내 속에 쌓인 스트레스도 날리고 '하하하하'를 외치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빛나는 그대 두 눈동자 속에 푸른 바다가 있네
파도의 노래를 듣게 친구여 마음이 부르는 그 노래
안녕 안녕 안녕히 다시는 울지 않아
라라라라라라라라 내일은 새롭게 태어나리
하 하하 하하 하 하하 하하 하 하하 하하 하 하하 하하
사람들의 시선에 맘 쓸 것 하나 없네
용기 없는 자들의 비겁한 눈초리에
라라라라 친구여 마음에 꽃 피우면
라라라라라라라라 내일이 찬란히 빛나고
라라라라 친구여 가슴을 열어두게
라라라라라라라라 태양이 그 가슴에서 빛나게
하 하하 하하 하 하하 하 하 하하 하하
남편에게 음원을 보내니 무척 좋아하다. 앞으론 이런 신나고 재밌는 노래만 하란다.
일 년 가까이 병원에 있는 남편에게 이 노래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