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1B 비자 수수료 10만 달러 부과…기업·인재 유치 충격”
•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 H-1B 비자 청원에 대해 10만 달러 수수료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 기존 보유자·갱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신규 신청자와 기업의 부담이 폭증할 전망이다.
• 산업계와 국제 사회는 인재 유치 경쟁력 약화와 법적 논란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비자는 크게 비이민 비자와 이민 비자로 구분된다. 비이민 비자는 간단히 말해 ‘미국에 영주할 의사가 없으며, 방문 목적을 달성하면 곧 떠날 것을 입증’하는 비자다. 상용/관광비자(B1/B2)를 비롯해 학생비자와 직업훈련비자(F, M), 취업비자(H, L, O, P, Q) 등이 있다. 이중 H-1B 비자는 전문 분야의 학사 이상(또는 동등 학위 소지자)으로 일반 6만 5천 명, STEM 석사 이상 2만 명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 미국이 전문성 갖춘 고급 외국인재를 확보하고자 발급하는 비자인 셈이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이 비자로 미국에 정착했다.
H-1B 비자는 특히 IT·엔지니어링·연구개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신청 수수료가 기존 약 1,000달러에서 단숨에 10만 달러로 무려 100배 가까이 인상됐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140만 원 이던 것이 1억 4,000만 원으로 껑충 뛴 셈이다. 미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업계는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미국이 스스로 불리해질 것이라며 우려한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수억 원의 부담이 추가되면서, 사실상 중소·스타트업의 접근은 차단된 상태다. 대기업마저도 고급 인재 채용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H-1B 비자 소지자의 70%가량이 인도 국적자임을 고려할 때, 인도 전문가들의 미국 진출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극도로 파괴적”이라고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IT 업계와 대학 연구계 역시 글로벌 인재 유치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대통령 포고령만으로 막대한 수수료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각국은 미국의 빈자리를 파고들 태세다. 중국은 해외 청년 과학기술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사전 취업 제안이 없어도 입국·취업을 허용하는 K 비자 도입을 준비 중이다(10월 1일 시행). 한국 역시 반도체·AI·바이오 분야를 겨냥해 탑티어(Top-Tier) 비자 제도를 시행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우방국이라 불리는 캐나다와 영국, 호주마저도 이미 이민 우대 정책과 인재 영입 프로그램을 앞세워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초 미국이 의도한 ‘국내 고용 보호’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혁신 인재를 잃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