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 개입의 정당성과 한국 외환보유액 운용 전략

by 강준형
[제시문]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여러 차례 상회하고, 장중에는 1,470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당국의 강한 구두 경고와 달러 매도·스왑 등 안정 조치가 반복되고 있다. 원화 가치는 2024~2025년 글로벌 달러 강세, 미·중 갈등 심화, 고유가와 국내 경기·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크게 흔들렸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4년 말~2025년 봄 약 4,040억 달러 수준으로 5년 만의 저점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당국은 급격한 쏠림과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시장 안정 차원의 스무딩 개입’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고환율 구간에서 반복되는 구두 개입과 달러 공급이 환율 레벨 방어와 수출경쟁력,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한 ‘사실상의 관리 환율’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동시에 4,000억 달러 이상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어떤 원칙과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운용할지, 외평채 발행과 연기금과의 외환스왑 확대 같은 수단을 얼마나 활용하면서도 비용·투명성·금융안정 리스크를 관리할지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모범답안]

한국은 명목상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특히 고환율·위기 국면에서는 이른바 ‘두려운 변동(fear of floating)’ 속에서 구두 경고와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포함한 시장 안정 조치를 자주 활용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기초여건 대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움직였지만, 2022·2024·2025년에 1,400원을 돌파하는 급등 구간이 반복되면서 구두 개입과 실질 개입이 동시에 이뤄졌다. 2024년 4월과 2025년 4월에는 외환보유액이 월간 기준으로 뚜렷이 감소해, 이 시기 스무딩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간접 증거로 해석되었으며, 2025년 4월 보유액은 약 4,047억 달러로 2020년 이후 5년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 급등 이후 환율이 일부 되돌아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으나, 시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질서 있는 시장 유지’이고 어디부터가 ‘환율 수준 방어’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외환 당국의 개입이 경제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첫 번째 근거는 ‘시장 실패 교정’과 ‘거시건전성 안정’이다. 개방도가 높고 외화표시 부채 비중이 적지 않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급격한 환율 변동은 자본유출, 외화유동성 경색, 실물경제 위축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파생상품을 통한 민간 헤지 수단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극단적 환율 변동(tail risk)에 대한 헤지 시장이 얕은 경우, 중앙은행이 국지적·일시적으로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은 국제기구 보고서에서도 개입 정당화 사유로 언급된다. IMF 역시 한국에 대해 외환보유액이 대체로 적정 수준이며,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을 방지하는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이 범위 내에서의 시장 안정 조치는 허용되는 것으로 평가해 왔다. 외환보유액 자체도 “필요 시 시장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 공식 문서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이 무제한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IMF 협정은 경상수지 흑자 확대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회원국의 환율정책을 감시하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반복적·대규모 개입은 몇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첫째,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체 헤지·위험관리 역량을 키우기보다 “궁극적으로는 당국이 환율을 일정 구간에서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 둘째, 외환보유액 축소는 외화유동성 위기 시 ‘최후의 방어선’을 약화시키고, 보유액을 다시 축적하기 위해 외화표시 채권 발행, 보다 높은 수익·위험 자산 투자, 국내 통화 긴축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실제로 정부와 공공부문은 2025년 외평채 등 외환안정성 채권 발행을 통해 외화자금을 조달하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의 FX스왑 거래를 활용해 단기적인 국내 달러 수요를 조정하는 방안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는 만기구조·금리 변동에 따라 향후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환율 안정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언제, 얼마나,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투명성이 핵심이다. 첫째, 목표는 특정 환율 수준이 아니라 시장 기능 유지와 과도한 변동성 완화에 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중·단기 변동성이 과거 평균 대비 일정 배수를 초과하거나 호가·체결이 급감하는 등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에만 개입하도록 규칙을 명시하고, 그 외에는 환율 수준이 일정 기간 기초여건과 괴리를 보이더라도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제기된다. 둘째, 개입 내역은 일정 시차를 두고 금액·방식(현물, 선물, 스왑 등)을 공개해 시장과 국민에 대한 책무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IMF의 중앙은행 투명성 코드와 개입 관련 모범 사례는 개입 목표·도구·결과를 사후적으로라도 체계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셋째, 통화정책과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기준금리 방향과 충돌하는 외환 개입은 시장에 혼재된 신호를 줄 수 있으므로, 금리·거시건전성·외환정책을 하나의 정책 포트폴리오로 보고 조정하는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외환보유액 운용 전략 측면에서는 ‘적정보유 수준’ 설정과 ‘안정성·유동성·수익성의 균형’이 핵심 쟁점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5년 10월 기준 약 4,288억 달러 수준으로, 단기 외채 규모와 수입 결제 소요 등을 감안하면 IMF 지표상 대체로 적정 범위 또는 그 이상으로 평가된다. 다만 원화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해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대외 충격이 반복될 때 한 번 더 버틸 수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적정 수준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운용 포트폴리오는 단기 국채·예금 등 고유동성·저위험 자산을 중심으로 하되, 일정 비중은 장기 국채·우량 회사채·여러 통화 자산으로 분산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다. 동시에 외평채·연기금 스왑 등 레버리지성 수단은 단기적으로 보유액을 보강하지만 만기 도래 시 상환해야 할 ‘숨은 부채’라는 점을 고려해, 스트레스 시나리오 기준의 이른바 ‘순(純) 외환보유액’ 지표를 병행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높은 대외 개방도와 원화의 높은 변동성, 미·중 및 주요국 갈등 심화 등 대외 충격에 노출된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 외환 당국의 환율 안정 개입은 국제 규범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정 부분 정당화될 수 있다. 다만 그 정당성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 방지’라는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개입 기준과 사후 정보 공개를 강화하며, 민간의 위험관리 역량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될 때에만 유지된다. 외환보유액 운용 역시 “많을수록 좋다”는 단순 논리보다는 위기 시 방파제 역할, 장기 수익성, 레버리지에 따른 잠재 부채까지 모두 반영한 정교한 포트폴리오 전략이어야 한다. 앞으로 한국 외환정책의 과제는 단기적으로는 충격·변동성을 흡수하되,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개입 빈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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