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시문이 없는 논제, 배경부터 써라

끝까지 써보는 금융논

by 강준형

주어지지 않았을 뿐, 배경 없는 논제는 없다


종종 논술임에도 불구하고 제시문이 없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긴 텍스트를 읽고 주장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줄짜리 문장—즉 논제만이 전부인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금리 인상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시오.”

“디지털 금융 활성화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효과를 논하시오.”

이럴 때 수험생이 겪는 고충은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배경이 없으니 글을 시작할 정보도 없고, 첫 문장이 막막하다. 하지만 어떤 논제이건 제시문이 없을 수가 없다. 즉 금융 논술에서 제시문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수험생 스스로 정보를 선택하고 배열해 제시문을 완성 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제시문이 없는 논제의 첫 문장은 곧 ‘배경’이라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하자.


“디지털금융 활성화가 금융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이 문장을 처음 읽은 수험생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건 디지털 기술 얘긴가? 정책 얘긴 가? 어떻게 시작하지?” 제시문이 없으니, 배경도 없고 방향도 없다. 이럴 때 많은 수험생은 곧장 주장부터 꺼낸다. “디지털금융은 금융포용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배경이 없는 주장에는 힘이 없다. 답안 전체를 이끌어나갈 힘 말이다. 독자에게 이 정책이 왜 나왔는지,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조차 전달되지 않는다. 정답을 말했 지만 적어도 평가에 있어,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첫 문장은 정보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장치다. 따라서 제시문이 없을수록 수험생이 스스로 글의 첫 단락을 설계해야 한다.


“LTV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시오.”


이 논제는 어떤 제시문도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수험생은 다음과 같이 배경을 설정해야 한다. 이 정도만 있어도 문제 설정, 개념 설명, 정책 목적까지 짧은 배경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LTV(Loan to Value ratio)는 담보가치 대비 대출 가능 비율을 뜻하며, 주택담보대출의 총량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거시건전성 수단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LTV 규제를 통해 과도한 대출 확대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반복적으로 시행되었다.”


배경 구성은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잘 깔아주는 것'이다


실제 수험생들이 배경을 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많은 정보를 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글이 장황해질뿐더러, 정작 논제로 주어진 내용은 얼마 쓰지 못한다. 배경은 길게 쓰는 게 아니 다. 핵심 키워드를 2~3문장 안에 연결하는 능력이다. 그 키워드란 다음과 같다.


① 용어 정의
② 제도의 등장 이유 또는 문제 상황
③ 최근의 쟁점 또는 출제자가 주목한 시점

이제 실전 논제에 배경 문장을 추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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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문장 정도를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 상황 – 정책 의도 – 현재 효과에 대한 평가’까지 구조가 어느 정도 자동으로 따라온다. 이것은 곧 글의 방향을 정하는 설계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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