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김밥

울림의 어린 시절

by 울림



나는 할머니들 손에 컸다.


엄마는 세 살에 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일을 하셨기에

양가 할머니 두 분이 번갈아 가며

나를 돌봐주셨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건

아빠의 어머니인 친할머니였지만

(친, 외 이런 용어 쓰기 싫지만

당장 대체어를 못 찾겠다.)



기와집의 분위기 때문인지

가마솥과 아궁이의 따뜻함 때문인지

탁 트인 마당과 마루의 시원함 때문인지

부엌이 보이는 방 안의 작은 창문 앞에서

외할머니가 밥 짓기를 기다리던 모습 때문인지

외갓집의 기억이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다.




늘 같이 지내던 친할머니는

내 응석을 다 받아주셔서

못되게 굴기도 했는데

자주 보지 못하는

외할머니는 엄하셨다.




엄마 아빠 없이

홀로 외갓집에서 보내던

어느 저녁,

할머니가 밥상을 피자

나는 베개를 가져가

그 위에 앉았다.

베개는 내 전용 의자였다.



그날의 저녁은

김밥이었다.

어릴 때의 나는 밥을 잘 먹지 않아

어른들 속을 썩였다고 한다.

나는 입안의 감각에 예민해서

미끄덩거리거나

물컹거리거나

입안 가득 차는 느낌을 싫어했고

그래서 어린 내 입에

김밥은 너무 씹기 힘들고 큰 음식이었다.

(지금은 뭐든 없어서 못먹..)



친할머니가 차린 식사였다면

싫다고 안 먹는다고

떼를 부렸겠지만

외할머니가 무서웠기에

잘 씹지도 못하면서

김밥을 한 입에 넣었고

토할 거 같은데

뱉으면 혼날까 봐

꿀꺽 삼켰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김밥 한 입 먹고 우는 나를 보며

외할머니는 웃으셨다.

할머니가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려주는 게 좋아서

울다 말고

나도 웃었다.



베개에 올라앉지 않으면

밥상 위 음식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어린 시절의 일인데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

김밥이 꿀꺽 넘어가서 목이 아팠던 것도

할머니의 손길도.



외할머니의 김밥. 울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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