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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탕국 Feb 29. 2024

KBS 클래식 fm 개편 소식을 듣고


클래식 fm은 2008년부터 들었다. 유럽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에 머물 때였는데 처음으로 외로움을 이해가 아닌 체감했었다. 그땐 스마트폰도 ott도 없었으므로, 한국말을 듣기 위해 mbc라디오를 줄곧 들었다. 그러다 점심을 먹으며 밤 10시 방송을, 잠자리에 들며 아침 9시 방송을 듣는 게 내 생활 무드와 영 맞지 않아 찾게 된 게 kbs 1fm(클래식 fm)이었다. 주로 가사가 없거나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음악이 나왔고, 오프닝과 곡 소개, 설명이 내가 들을 수 있는 한국말의 전부였다. 그래도 낮과 밤이 상관없는 그 말들이 좋았다. 듣다 보니 음악도 좋아졌다. 그렇게 클래식도 듣게 됐다.




한국에 와서도 쭉 들었다. 생활 리듬에 따라 듣는 프로그램이 조금씩 바뀌곤 했다. 아침 출근-저녁 퇴근을 할 때엔 <가정음악>을 들으며 출근해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퇴근했다. KBS 신관 앞에서 방송 끝내고 나오는 장일범 아저씨를 보고 혼자 너무 좋아했던 적도 있다. 연예인은 늘 못 알아봐도 웬 아저씨에 꺅꺅댄다며 동료 작가가 놀리기도 했다. 이제 <가정음악>은 주말에만 듣고, 그마저도 일찍 일어나는 때가 아니면 잘 안 듣는다. 대학원에 오기 전엔 주 1일 출근했고, 대학원에 오면서는 주 2일 정도 등교했다. 주로 집에 있었다는 소리다. 아침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슬슬 컴퓨터를 열든 집안일을 하든 뭔가를 할 때가 되면 보통 11시 전후. 그래서 3년 전 즈음부터는 11시 방송을 시작으로 4시까지 쭉 듣고, 종종 6시나 8시부터 다시 듣는 게 습관이 됐다. 김주영으로 시작해 정만섭으로 마무리했다가 종종 전기현으로 다시 시작해 최은규까지 들었다.




클래식 fm 개편으로 진행자들이 바뀐다. 들리는 얘기론 제작비 절감을 위해 아나운서로 교체한다고 한다. 시그널과 오프닝을 들으며 “이제 대본을 써보자!”, “이제 논문을 읽자!” 하며 자리에 앉게 했던 11시 <KBS음악실>의 김주영도 하차한다. 15년을 애청하면서 진행자 바뀌는 일이 왜 없었겠나. <가정음악>을 챙겨 듣던 때에도 2년에 한 번 꼴로 진행자가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연주자와 평론가들이었고, 각자의 전문성을 얹은 덕에 아쉬움은 없었다. 아나운서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클래식 전문 fm에서 전문성을 지운 결정이 나쁘다. 공영방송이 어쩌고 수신료의 가치가 어쩌고 하면서 시사프로도 하루아침에 날려버리고 다큐도 없애고 의례적이나마 새벽에라도 하던 문화예술 프로는 언제 없앤 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됐다. 시절이 바뀌어도 예술은 상업성에 눌리고 말겠지만, 최소한은 지켜지길 바란다.




문화예술 프로를 해보고 싶다던 막내 시절의 내게 선배 작가님은 네가 만들라고 했다. 이제는 기획안이 문제가 아니라 협찬을 따 가야 방송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어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대중적이지 않아 지나치기 쉽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소수의 아주아주 충성심이 높은 소비자가 있다. 그런 애청자이자 애시청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애제작자(?)가 되면 좋으련만. 상업성과 대중성까지 잡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행복하겠다.


2.29 KBS음악실. 마지막 생방송 종료를 15분 정도 남긴 때의 소리를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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