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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구 김방구 Dec 02. 2020

아빠가 챙겨주는 아이 준비물

앞으론 엄마가 챙겨주는 걸로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는 'e알리미'라는 앱으로 매일 알림장을 보내 주신다. 이번 주 '겨울' 수업 준비물로 요구르트병이 있었다.

요구르트병(참고사진과 같이 세계 여러 나라의 옷 만들기를 합니다. 불가리스 같은 병이면 더 좋고 없으면 일반 요구르트병도 괜찮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친절하게 아이들이 만들 작품의 예시 사진까지 보내 주셨다.

퇴근 후, 아이와 나는 마트에 가서 요구르트를 사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 열어, 산 물건들을 정리를 하려던 차에야 요구르트를 안 샀다는 것을 알았다. 요구르트를 사서 간 마트에서 신기하게도 요구르트만 빼고 많이도 사 왔다.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마트에 다시 갈까도 했지만, 배도 고프고 식사 준비도 해야 했기에 퇴근길인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왕 만드는 거 작은 요구르트 말고 불가리스만 한 사이즈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 

'조금 큰 요구르트 사와' 


잠시 후 아내는 요구르트 종류가 많다면서 몇 장의 사진도 함께 보내왔다. 요리 준비에 바쁜 나는, 아내가 여러 요구르트 사진을 찍어 보냈겠지 싶어, 잠김 상태에서 사진은 열어보지 않고 채팅창에 답장만 보냈다.

'이왕이면 큰 거 사와'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꺼낸 요구르트는 일반 요구르트 높이 2배에 달하는 요구르트였다. 


'아까 카톡으로 온 사진 열어볼걸'

'알림장에 나온 대로 '불가리스' 같은 크기의 요구르트 사 오라고 말할걸'


후회해 봤자 이미 시간이 늦어 버렸다. 그리고 사온 요구르트가 무려 한 병에 천 원 짜리라, 다시 작은 요구르트를 사기에는 돈이 아까웠고. 크기도 사실 불가리스보다 조금 큰 수준이라 나쁘지 만은 않았다. 


단, 평소에 대범함 보다는 소심에 가까운 아이가 이 요구르트를 학교에 가져갔을 때의 일이 문제였다. 

예상대로 아이는 

"내 요구르트만 커서 튀는 것은 싫다" 고 하였지만 이내, 


"그냥 해!" (으르렁) 

아내의 말과


"괜찮아. 크면 더 강해 보이고 멋있어 보여서 좋아."

나의 사탕발림으로 설득을 당한 아이는 '크니까 더 좋을 것 같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일 가져가기로 약속하고 잠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학교에 도착한 아이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이었다.

"아! 내 요구르트병!"

가방과 차 안을 뒤져 보았지만 없었다. 아이는 집에 두고 온 것 같다고 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싶었던 찰나. 주차장 앞에는 급식실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한 분리수거장이 있었다. 플라스틱 통을 모아 묶어 논 비닐봉지 속에는 다행히도 많은 통들이 보였다. 그중에 가장 깨끗해 보이는 것 하나를 골라 아이에게 전해 주었다. 아이는 짐짓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으나 이 통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기에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동그라미 친 작품이 아이 작품

이 날 오후 받아 본 알림장에는 아침에 주운 통으로 만든 작품은 없었다. 혹시나 아들이 만들지 않았나 싶어 빠르게 이름을 찾아봤다. 다행히도 한 작품 아래에 아이의 이름이 있었다. 중국의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은 여자 인형이었다. 하교하는 길에 아이에게 물어봤다.  

"아빠가 알림장에서 사진 봤어. 너 인형 예쁘게 만들었더라."

"중국옷 치파오야"

"아침에 준 통은 어떡하고? 작은 요구르트병은 어디서 났어?"

"선생님께서 주셨어."

다른 아이들 보기에 창피할까 봐 아마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을게 분명했다. 


"준비물도 안 가져왔다고 혼나면 어쩌려고, 그냥 쓰지 그랬어."

"……"

"대답해야지."

"너무 크잖아."

소심한 녀석, 좀 크면 어떻고, 크긴 뭐가 커다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가방에서 통을 꺼내 보았다.

사진을 찍고 보니 음......




참깨통이 좀 크긴 크네...


가서 말해야겠다.


"아들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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