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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Jun 07. 2023

인간 오타니 쇼헤이

존중하지 않는 야구계 시리즈 스페셜- 오타니 쇼헤이에 관하여

야구는 몰라도 오타니 쇼헤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특히나 투타 겸업(이런 오타니에게는 '이도류'라는 별명이 생겼다.)이라는, 현대 야구의 상식을 깬 대표 주자다. 여기에 실력뿐만이 아닌 그의 인성과 향상심은 그가 야구가 아닌 다른 면에서도 존경받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을 보고 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 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만화에서나 볼 법한 성적을 내는 오타니 쇼헤이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왔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오타니를 인간으로 보고 싶다. 인간 오타니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 써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글을 쓰는 나에게 있어 오타니는 선망의 존재였다. 자세히 알아가려 할수록 괴리감이 들었고 같은 사람인데도 범접할 수조차 없었다. 오타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오타니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매번 오타니와 관련된 글을 쓸 때마다 망설이기 일쑤였다. 그는 완벽했고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굉장히 망설여진다. 아무 의미 없이 오타니를 찬양하는 듯한 글이 될까 봐 말이다. 나에게 오타니는 그런 존재다. 존경하고 인간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 말이다. 


처음 그에게 흥미를 느꼈을 땐 압도적인 성적 때문이었다.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을 상대로 2경기에 나와 13이닝 동안 삼진 21개를 뺏어내며 충격을 안겨주었던 그는 국적을 불문하고 너무 멋졌다. '이런 투수가 있구나, 그것도 아시아권에 이런 선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뒤 오타니가 고등학교 때 쓴 만다라트 계획표를 보았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이 선수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라 노력과 향상심으로 자신을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했다. 야구를 사랑해서 자신을 야구에 바쳤다. 오타니는 그런 사람이다. 하나에 몰두하기 위해 하나의 기반이 되는 다른 것에도 몰두하는 사람이다. 만다라트 계획표에 있는 '운' 항목만 봐도 그렇다. 야구 외적인 것을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으며 야구 선수로 성공하기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을 고등학교 때부터 보였다. 지금 오타니가 보여주는 활약은 예견돼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인간성은 말하기 입 아플 만큼 존경스럽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며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찾아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때 다진 기반(인간성)을 바탕 삼아 '스승'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을 만나 꽃을 피웠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수준 높은 야구를 하려면 인간으로서의 능력도 필요하다."라며 자신의 야구철학을 알린 바 있는데,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 했던 오타니를 이도류 보장, 미국진출 지원을 통해 닛폰헴에 오게 만든 구리야마 감독이 없었다면 지금의 오타니는 없을지도 모른다. 오타니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성장했다. 목표를 향한 성실한 노력과 향상심, 야구에 대한 진심, 팀을 위한 헌신, 검소한 생활, 그리고 무엇보다 선함을 모두 갖춘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인격체가 되었다. 구리야마 감독이 강조하고 오타니가 갈고닦은 인격은, 오타니가 아마도 야구 역사상 최고인 '야구 실력'을 만드는 '마음의 힘'이 되지 않았을까? 오타니가 존경스러운 이유는 그가 신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당장에 지난 WBC에서의 발언만 봐도 그랬다. 우승의 기쁨을 나누면서도 상대가 기분이 언짢을 만한 언행을 하지 않았으며 인터뷰에서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우승할 수 있다, 이번 WBC를 계기로 다시 맞붙을 수 있으면 좋겠다, 훌륭한 야구를 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싸울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라고 말하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일본보다 아래라고 깎아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성장하는 과정에서 야구가 더 발전하기를 바랐다. 실제로 오타니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왕을 수상한 후 잠깐 동안 부침을 겪었다. 이 과정 속에서 경험을 얻고 성장하며 지금의 이도류가 만들어졌다. 그 깨달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뒤에서 다루겠지만, 오타니는 더 오래 야구장에 서지 못한 사람들을 존중했다. 


또한 위에서 말한 인간성이 야구만에서만 통용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오타니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향상심과 노력은 다른 종목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오타니는 숙소에 들어가서도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면 바로 나가서 시도해 본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과의 작은 차이가 점점 쌓여서 노력의 산물이 되었고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의 얼굴이 됐다. 여기에 그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간성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야구를 하든 뭘 하든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어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서로 존중하며 돕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그의 인간성은 현시대의 야구에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존중하지 않게 된 세상에서 야구는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었는데, 인간의 삶을 대변하는 야구는 인간들의 세상까지 보여준다(이 세상 모든 것은 야구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오타니는 그런 세상(야구)을 바꿔나가는 개척자다. 계속해서 시도하며 인간성이 먼저라는 걸 인지한 오타니다. 야구계의 선두주자인 오타니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성'이다. 


오타니는 신인 시절 이렇게 말했다. “제가 선수로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인간으로서도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즐거움입니다. 프로에서 이도류를 달성했을 때, 거기에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성장하면 저처럼 이도류에 도전하는 선수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가지로 가능성도 넓어질 것입니다. 지금은 어쨌든 노력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오타니는 처음부터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부족함을 느끼면 배우고 노력해서 채워나가면 된다는 향상심을 위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오타니는 야구만 잘하면 다가 아니란 걸 알고 선수와 인간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어떻게 배워나갈 수 있을지 모르기에 계속 부딪치려 했다. 한계를 맛보고 넘어지기도 하며 성장한 그는 세계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오타니도 사람이라 일시적인 부침은 있었고 그 부침은 당연하게도 오타니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시 말해 오타니 역시 사람이다. 사람이기에 인간성을 중요시 여기고, 사람이기에 부침을 겪었다. 이게 오타니를 통해 본 '사람'(인간)이란 단어의 이중성이다. 


오타니가 개척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타니가 길을 개척한 건 야구와 다른 선수들을 위함이다. 여기에 살을 붙이면 자신의 뒤를 따라 새로운 길을 걷는 선수들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가 이도류에 도전하며 아마추어와 프로에서 이도류를 고민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관례에 맞지 않을 것 같았던 이도류를 정착시키며 야구가 바뀌는 데 있어 큰 공헌을 한 오타니는 개척자다. 오타니는 이도류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런 야구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다. 그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이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그의 인간성과 같은 부분을 본받는 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글쓴이처럼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이기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선한 영향력이다. 그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 새로운 길을 열었다. 주위에 흔들릴 수 있었으나 그를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 준 스승에게 배운 인간성을 발판 삼아 자신을 믿었다. 오타니는 야구계가 갈 길을 하나 더 만들어준 개척자다. 그도 인간이다. 인간이 걸은 길은 인간이 걸을 수 있기 마련이다. 


오타니 역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두려움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앞날을 모르는 상태로 불안함과 초조함을 안고 있었기에 더 나은 앞날을 만드는 데 노력했을 것이다. 그게 오타니의 향상심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은 야구에 관한 것은 물론 야구 외적인 인간성 같은 부분에 대한 노력이다. 오타니는 이런 말을 남겼다. "불가능은 없습니다. 힘들 뿐." 오타니를 보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 커다란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오타니에게 이도류는 하고 싶은 일이었고, 잘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는 일이었으며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었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오타니의 인간성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오타니는 숫자와 성적이 중요하긴 해도 그것만을 위해 야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봉이라는 숫자와 함께 숫자로 매겨지는 성적은 야구선수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오타니는 무엇을 위해 야구를 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오타니는 새로운 야구를 펼쳐 놓았다. 그 새로운 야구는 이제 모두의 꿈이 되었으며 인간성과 독특함을 두루 갖춘 오타니의 야구는 자신을 뒤따르는 이들을 위해 계속해서 칼을 휘두르고 있다. 길을 가로막는 세상의 의심을 두 자루의 칼로 베어내며 누구도 멀리 가지 못했던 길을 계속 만들어 갈 것이다. 구리야마 히데키가 그에게 심어줬던 사명감은 이제 '개척자' 오타니의 몫이 되었다. 정확히는 인간 오타니의 몫이 되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기쿠치 유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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