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보다 중요한 건 기다림이다

by 맥 에세이


나는 직업상 참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안고 찾아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종종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아, 이 문제는 이렇게 하면 되겠다.’ 정답이 떠오른 순간이다.


하지만 그때 곧장 대답하지 않는다.


정답을 알고 있어도 먼저 해야 하는 건 경청이다. 상대방이 끝까지 말하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대개 말의 처음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만 꺼내고, 끝에 가서야 마음 깊은 곳의 진짜 이야기를 털어놓기 때문이다.


어느 날 청소년 한 명이 찾아왔다. “요즘 좀 힘들어요.” 그 말만 하고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 나는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


잠시 후 아이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실... 엄마 아빠가 요즘 돈 때문에 자주 싸우세요. 근데 그게 꼭 저 때문인 것 같아요. 학원비만 50만 원 넘게 들어가는데, 제가 짐이 되는 것 같아요.”


그제야 알았다. 처음엔 단순히 공부 스트레스나 친구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듣고 나서야 이 아이가 얼마나 깊은 죄책감과 불안을 안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다 힘든 거야, 괜찮아”라는 말로 서둘러 대답했다면, 이 아이의 진짜 아픔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 중간에 끊고 자기 의견을 제시하려 한다. “그건 이렇게 하면 돼.” “나도 그런 적 있었어.”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하지만 그런 반응은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다.


정답을 빨리 주는 것 같아도, 사실은 상대의 진짜 마음에 도달하기 전에 멈춰버린 것이다. 상대가 다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가 없으면, 우리는 늘 겉모습만 보고 대화가 끝난다.


듣는다는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네 말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태도다. 상대가 다 말할 때까지 기다려줄 때, 비로소 마음이 열린다. 기다림은 신뢰를 만들고, 신뢰 위에서 관계는 깊어진다.


혹시 당신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빨리 대답하지는 않는가? 마음속에 이미 답을 갖고 있다고 해도, 끝까지 들어주고 있는가? 대답보다 중요한 건 기다림이다. 기다림 속에서 진심이 나오고, 그 순간 관계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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