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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Oct 24. 2024

책 '생명연습' 리뷰

내 생애 최악의 소설집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정말... 최악이었다. 독서 모임 책으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책을 사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번 생각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어쨌든 인세를 준 거니까...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도, 전자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오로지 종이책을 '사서' 읽는 걸 고집하는 내가 인세를 생각하게 될 정도로 최악의 소설이었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런 책이 21세기에 다시 엮어서 나왔을까 싶다.


소설집 맨뒤에 나온 평론가의 말도 흥미로웠다. 작가의 '천재성'이라니. 도대체 어디가 천재란 말인가. 아무렇지 않게 강간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거? 과부라도 얻어서 살림이나 차려야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인물을 소설에 넣는 걸 말하는 것인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천재성이 없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여혐적 요소가 너무 많아 이걸 하나하나 다 세어 보자 하는 식으로 북마크를 꽂기 시작했는데, 소설집을 다 읽을 때가 되니 너무 많아져 100개는 훌쩍 넘는 것으로 예상되는 내 북마크의 절반을 쓸 정도였다. 여자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이 책에 꽂기 위해 북마크를 이렇게 많이 사둔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1960년대 작품이라고 해도 그렇지 좀 심한 것 같았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창녀'를 지칭하는 말이라거나, 직접적으로 '창녀'라는 단어가 나온다거나, 10개의 소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창녀의 존재나 강간을 묘사하는 장면까지. 소설집에 10개의 소설이 담겨 있는데 그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소설이 없다는 게 이 소설집의 특징 아닌 특징이다. '이건 좀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이 정말 단 한 편도 없었다. 모두 '이걸 돈 주고 사서 읽었다고? 그 시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490페이지를 넘는데 이렇게 영양가 없는 책은 처음이다. 할 말이 그렇게 많았나 싶다. 그 할 말이 겨우 여성 혐오적 이야기라니, 우습지 않을 수 없다. 그걸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으로 장황하게 말했어야 했나? 그냥 '난 여성과 하는 성관계가 좋지만 여성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라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안 됐을까.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은 좀 심한가? 리뷰 초반부에도 적었지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적당히 걸러 읽으시길 바란다. 나 고소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


조금이라도 여성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어떤 사람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인데 이렇게 할 말이 일관성 있게 정해져 있다는 것도 웃기다. 이런 이야기들이 1960년대에는 '천재성'이라고 불리며 칭송받았다는 것도, 2014년에 소설집으로 묶여서 다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부정하고 싶다. 내가 이 책을 돈 주고 사서 읽었다니... 다시 한번 후회한다는 말로 이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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