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진정한 관계의 철학은 깊음이 아니라, 닿음에 있을지 모른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꼭 깊거나 진해야만 좋은 것일까.
더 가까워질 수 있었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버린 사람,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오래 남는 사람이 있다.
서대문을 떠올릴 때마다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감도는 것도
그곳에서 만난, 깊지는 않았지만
좋았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긴밀하게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인연이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좋아하던 상점의 사장님
매일 아침 인사하던 같은 유치원의 엄마
조금 더 친해지고싶던 아쉬움 남은 인연들
자주 찾던 꽃가게의 이쁜 사장님
동선이 같아 늘 스치던 인연들
우리는 서로의 삶 깊숙이 발을 들이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때로는 하루의 피로가 사라질 만큼 즐거움이 된다.
그 얕은 울림이 나의 일상에 닿을 때,
그것이 주는 작고 조용한 기쁨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어쩌면 진정한 관계의 철학은
깊음이 아니라, 닿음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