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기업으로, 이직 후 3개월의 기록

주도성과 프로세스 사이에서 배운 것들

by Eddie Kim

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아직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번 이직이 이전의 경험들과 달리, 완전히 다른 생태계에 적응하는 여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네 번째로 경험하는 현재 회사는 이전 커리어와 다른 점이 많다. 회사 규모부터 도메인, 조직 문화 등 거의 모든 것이 달랐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만 쌓아온 약 5년의 경험은 현재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온보딩 : 고요함 속에서 관찰하기

첫 주는 비교적 조용했다. 신규 입사자에게는 아직 시스템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할 수 있는 실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무 파악에 복작거렸던 스타트업에서의 첫날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그래도 팀 동료들의 세심한 배려와 온보딩 덕분에 조용했던 이 기간 동안 조직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보냈다.

그러나 2주쯤 지나자, 이전 조직들과의 차이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의사결정 구조와 업무 추진 방식이었다. 스타트업에서 비교적 자율적인 환경을 경험했던 나에게는 이 차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주도성"과 "경계" 사이에서

초반에는 이전처럼 오너십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반응을 만났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능 조직 간 경계가 분명한 환경에서는 속도보다 “이해가 먼저”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 당시의 나는 디자이너로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싶다는 열망과 조직의 프로세스를 존중해야 한다는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했다. 나의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조직의 리듬을 익히는 과정 또한 성장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솔직히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나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동시에

나를 정리해 준 3개월

아직 완전히 체화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전 경험과 달리, 방향과 우선순위를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속도의 차이에서 오는 답답함도 분명하게 있고.

그래서 협업자들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전에 함께했던 PM 동료들의 업무 방식을 떠올리며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며 일했는지 그 관점으로 정리하고, 현재 프로세스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갔다.

그 과정이 늘 편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실제 요구사항을 분석하며 재작성했던 작업 문서 일부

지금은 작업 전 피그마를 잠시 덮어두고, 내 방식으로 요구사항을 재작성하고 WWH를 정리하며 일하고 있다. 시작은 요구사항과 문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이해하기 위함이었지만 이제는 루틴이 되었다. 피그마에서 아이디에이션하며 정리하는 것과 방식의 차이일 뿐 같은 접근이지만, 이 방식이 문제를 더 명확히 이해하고 목표를 더 잘 파악하게 만들었다.

스펙 단위로 나눠, 문제 정의부터 해결 방향까지 정리한 노션 문서 일부



짧은 회고를 마치며

물론 여전히 아쉬움은 남아있다.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작은 실험과 반복의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급함보다 설득과 정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한다. 스타트업의 빠른 실행력과 기업의 체계적 프로세스, 둘 다 각자의 맥락에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제일 중요한 건 어느 쪽이 옳으냐가 아니라, 각 환경에서 어떻게 최선의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낼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이직은 내게 필요한 도전이었다. 익숙했던 자율성과 주도성을 놓지 않으면서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 정의와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기록하며 회고합니다. 커리어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커피챗은 언제나 환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