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edi Sep 07. 2020

매트 밖의 삶에도 요가 선생님을



오늘은 2년 동안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의 마지막 요가 수업이었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 2년 동안 10번의 수업도 채 듣지 못했지만 선생님께 받은 영향은 그 누구에게서보다 크다.

첫 드롭백 컴업을 해냈던 것은 선생님의 빈야사 요가 수업을 들은 직후였다. 하타 요가만큼의 후굴이 포함되어 있었으면서도 빈야사 요가답게 강한 에너지를 필요로 했던 두 시간의 수련이 끝나고 나자 허벅지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해지고 가슴은 활짝 열린 느낌이었다. 우르드바다누라사나를 하고 있는데, 왠지 토대가 잡힌 하체로 유연해진 상체를 들어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올라왔고 한 번에 혼자서 컴업을 성공했다.

그 후 다른 하타 요가 수련에서도 컴업을 시도해봤지만, 매번 실패했다. 천골에 통증이 느껴져서 허리의 힘을 쓸 수가 없었고,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상체를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선생님의 빈야사 스타일의 씨요가를 듣고 나서야 다시 드롭백 컴업을 성공할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유연한 사람들은 드롭백이 자유자재로 되는 것 같은데, 유연성이 떨어지는 나는 상하체를 충분히 푸는 것은 물론이요, 하체 기반을 단단히 해서 버티는 힘으로 상체를 늘리고 뻗어내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선생님을 만난 이후 내 후굴은 많이 발전했다. 드롭백 컴업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비파리타단다아사나에서 내 손으로 발 뒤꿈치를 처음 잡았던 것도, 안자냐아사나에서 발바닥과 정수리를 만나게 한 것도 선생님과 수련하면서였다. 선생님에게서는 허리를 꺾거나 가슴만 뒤로 훅 젖히는 것이 아닌, 발바닥으로 바닥을 미는 힘을 토대로 하체와 상체를 연결시켜서 길게 뒤로 넘기는 방식의 후굴을 배웠다. 그러니까 허벅지 앞면을 포함한 몸의 전면부를 전체적으로 늘리고, 하체 기반의 힘으로 상체의 후굴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역시나 하체 단련이 포함되어 있는 오늘의 수업에서는 한 다리로 밸런스 잡는 동작을 연속해서 이어갔다. 왼다리를 뒤로 뻗은 비라바드라사나 3 자세에서 왼다리를 오른 다리 뒤로 접어 와서 한 다리 스쿼트를 했다가 다시 비라바드라사나 3으로 가는 것을 5번째 반복하는데, 오른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왔다. 모두가 “윽, 악!” 신음 소리를 내며 동작을 이어갔지만 아무도 왼다리를 바닥에 내려놓지 않았다. 독한 사람들 같으니...... 그렇다면 나도 왼다리를 절대 바닥으로 내려놓지 않겠다!

“그래봐야 내 엉덩이예요. 내 엉덩이는 원래부터 내가 컨트롤하는 거였어요. 지금 잠깐 힘든 것이 결국은 강한 근육으로 돌아와요. 어차피 내 것 되는, 좋은 거잖아요!”

요가원 오픈을 준비하고 계신 선생님은 소모적인 논쟁이나 신경전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상처 받았나 보다. 요가하면서 느꼈던 몸에 대한 고통과 스트레스는 힘들어도 다 나의 힘과 유연함이 되는 과정이었다는 걸, 결국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행복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말이다.

요가 외의 삶에도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 사회생활을 하며 당하는 부당한 대우에는 아직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불합리한 상황에는 적응이 안 된다. 한 살 한 살 먹는다고 사람 대하기, 관계 맺기가 쉬워지지도 않는다. 요가 선생님이 ‘발바닥에 힘을 주고 하체를 기반으로 상체를 넘기세요’ 라 디렉션을 주는 것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아랫배의 힘으로 꽉 잡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리세요.’라는 멘털 코칭을 해주면 좋겠다.


앉은 자세에서 상체를 숙였을 때 손과 발이 닿을 수 있도록, 배가 허벅지에 붙을 수 있도록 요가 선생님이 호흡을 안내하며 내 등을 눌러주던 것처럼, 내 마음을 바로잡아 줄 핸즈온이 필요한 시간이다.





글: Edi

그림: Jessie  (https://instagram.com/jessiejihye25)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브런치 북을 발행하고도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