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치 in 제민천 둘째 날 이야기
둘째 날의 제민천은 한층 고요했습니다.
졸졸 흐르는 제민천의 물소리가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하고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이른 아침, 어울림 플랫폼에는 참가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어제 함께 웃던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고,
아침 일찍 부지런히 공주로 달려온 새로운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샌드위치와 시원한 물 한 병이 든든한 아침이 되어주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전날의 여운이 담긴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어울림 플랫폼 건물 앞에 앉아 골목을 바라보며 '모닝 어반'을 즐기고 있었지요.
이날의 핵심은 '어반 라운딩'이었습니다.
마을 해설사님의 안내를 따라 다섯 개의 팀이 공주 원도심 곳곳으로 향했습니다.
어제는 공주의 풍경을 '보는' 날이었다면, 오늘은 마을의 이야기를 '듣는' 날이었습니다.
충남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정상훈 센터장은 직접 행사를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저 공주의 풍경을 그리는 것을 넘어,
공주가 품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낸다면
이번 여정은 훨씬 더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입니다.
그 말처럼 이날의 어반스케치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의 숨결을 담아내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을 해설사님과 함께하는 어반 라운딩은 어떨까요?
기대와 함께 골목을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마을 해설사님과 함께 걸은 골목길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이야기책이었습니다.
어반스케치를 하다 보면 자꾸만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건물의 기울기나 다리의 구조, 그림자의 방향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이날의 라운딩은 조금 달랐습니다.
마을해설사님은 제민천의 돌다리 하나, 오래된 전봇대 하나에도 이야기로 숨결을 불어넣어주셨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머물던 자리,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은 흔적, 그 속에 숨어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들려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펜을 잠시 내려놓고, 잠시 눈을 들어 골목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제야 풍경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선이 아닌 온기가 보였고 그림자 대신 사람의 기억이 그려졌습니다.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를 합쳐서 '충청도'가 되었죠.
충주가 전쟁에서 뺏기면서 한동안 공주를 넣어서
'공청도'라고 불렸던 적도 있었어요.
마을 해설사님의 숨은 공주의 옛이야기는 흥미로웠어요.
특히 어린 시절 고아로 자라났지만 막대한 부를 쌓아 공주의 대표적인 부호가 되었던 '공주 갑부 김갑순'의 일화는 특히나 재미있었어요. 그의 삶은 훗날 드라마로 만들어질 만큼 극적이었어요.
김소형 작가는 마을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스케치했습니다.
그림도 너무 잘 그리시지만 그림을 그릴 때 그 표정을 저는 잊을 수가 없었어요.
진정 어반을 즐기는 행복한 표정의 작가님을 보며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박임규 & 박주현 작가팀은 공주 하숙 마을 근처 능소화가 피어있는 뾰족집 앞에 자리 잡았습니다.
오래된 붉은 벽돌담과 파랑 지붕이 대조를 이루고 오렌지빛 능소화가 아름답게 늘어진 예쁜 곳이었어요.
그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의 결 그림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 풍경을 완성시켰습니다.
장소도 너무 예뻤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이 묻어나는 어반스케쳐스들의 미소가 더욱 아름다웠어요.
송인향 작가님 그룹은 나태주 풀꽃 문학관 앞 큰 나무 그늘 앞에 자리 잡았습니다.
풀꽃의 향기와 시의 언어가 공기 속에 섞인 듯,
그림은 한 편의 시처럼 잔잔하고 여운이 길었습니다.
바로 옆 강자영 작가 그룹 역시 나태주 풀꽃 문학관을 바라보면 자리를 잡았어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자전거 조형물로 만들어진 공간에 앉아 사람과 풍경이 어우러진 장면을 담았습니다.
그들의 그림은 '시가 머무는 풍경'이었습니다.
박성진 작가님 그룹은 원래 장소인 중학동 행정복지센터 대신
마을해설사님이 이야기해 주신 공주 사대부고 앞 정문에 자리를 잡았어요.
이곳은 조선시대 충청감영의 정문으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박성진 작가님은 웅장하고 굳건히 지키고 있는 '포정사 문루'를 멋지게 표현해 주셨어요.
강서한 작가 그룹은 조용한 골목 한 켠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분홍빛 벽돌 벽이 있는 골목 풍경을 담고 있었습니다.
김영주 & 리피디(이승익) 작가팀은 구 공주읍사무소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벽돌 건물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서 있었고
그 내부는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높은 작은 역사관 같았습니다.
어반 라운딩을 마친 참가자들은 모두 구공주읍사무소 앞으로 모였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공주의 이야기와 그림으로 꽉 채워진 시간들은 뿌듯함으로 남았습니다.
"어반스케치 in 제민천!"
외치는 구호 속에 웃음이 번지고, 그림으로 이어진 마음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점심 식사 후 다시 어울림 플랫폼 2층 상영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어반스케치 톡톡'
이틀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작가들과 참가자들이 서로의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먼저 작가님들께 궁금했던 것들을 Q&A 하는 시간
그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궁금증들이 진솔하게 오갔습니다.
각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띄워놓고 본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
하루 종일 이어진 스케치의 여운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순간의 감정, 그 장면을 그렇게 담아낸 이유,
그리고 그 선 하나, 색 하나에 숨겨진 생각들까지
짧은 설명 속에서도 작가마다의 시선과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림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와 빛,
그리고 작가의 마음이 겹겹이 쌓인 기록임을 모두가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짧았지만 깊었던 이틀의 시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스케치 북을 펼쳐 보며 이틀의 여정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림마다 담긴 것은 풍경만이 아니었습니다.
공주의 시간과 바람의 결,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행사의 마지막은 모두가 함께 단체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우리 내년에 다시 만나요!"
1박 2일의 제민천은 그렇게 '기록'이 아니라 '기억'으로,
그리고 '행사'가 아니라 '우리만의 이야기'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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