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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글레터

일과 글쓰기의 분리, 혹은 연결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

by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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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에픽하이가 골드버튼을 받기 위해 미국에 있는 유튜브 본사에 방문했어요. 유튜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의 인터뷰 중 놀라웠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개인 유튜브 계정이 없다고 솔직하게 답변한 부분이었습니다. 네이버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네이버 계정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 상황.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가 왜 유튜브 계정이 없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는 그의 의도된 선택 즉, 일과의 의도된 분리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루 종일 유튜브 안에서 유튜브를 연구하고 유튜브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퇴근 후에는 유튜브 바깥에서 리프레시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오히려 완전히 다른 산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만약 정말로 그가 유튜브 계정을 의도적으로 갖지 않은 것이라면, 저는 적극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일과의 의도된 분리였어요. 평일 내내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이 되면 평일이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노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공허함이 몰려왔어요. 회사 밖의 시간마저 회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것은 회사에도, 나에게도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퇴근 후와 주말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방법이 글쓰기였어요. 주말이 되면 평일의 스위치를 끄고 '글을 쓰자!' 모드로 바뀌었죠.


2017년 12월부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해 약 4년 만에 구독자 상위 1% 작가 타이틀을 얻었어요. 브런치도 좋지만, 나만의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2023년 9월, 이메일 레터 '일글레터'를 만들어 첫 레터를 발송했습니다. 매주 발송하겠다고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했지만, 과연 얼마나 지속적으로 발행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구독자가 늘지 않으면 조용히 사라지려고 했죠. 하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구독자는 어떤 길로도 찾아와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일과 주말, 회사원과 작가. 의도적으로 분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 할수록 이 두 가지는 더 강하게 연결되었어요. 일요일 밤마다 월요병에 시달리다가도 일글레터를 쓰면서 잊었고, 일글레터를 쓰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회사 업무에 적용하며 업무의 성과는 더 높아졌습니다. 의도된 분리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니 의도된 연결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일글레터 100회는, 저에게 100번의 분리이자 연결이었습니다. 회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원래 두 개였나 싶을 정도로 더 강력한 하나가 되었어요. 저는 일글레터가 일글러 분들께도 그런 존재이길 바랍니다. 평일엔 일하는 사람으로, 주말엔 글 쓰는 사람으로, 기나긴 우리의 여정을 좀 더 행복하게 지속해 나가기 위한 연결.



이 콘텐츠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일글레터'입니다. 일글레터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유수진 작가가 매주 수요일 아침에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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