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RM에서 xAPI까지 교육을 연결한 표준의 힘
기원전 221년, 진시황은 전쟁으로 흩어진 중국을 하나의 제국으로 묶었다. 그러나 통일된 영토보다 더 어려운 일은, “서로 다른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었다. 지역마다 사용하는 저울과 자의 단위가 달랐고, 같은 곡식을 재더라도 무게가 달랐다. 무역과 세금, 건축과 교육, 심지어 일상의 언어까지 분절되어 있었다. 진시황은 이 혼란을 ‘표준의 문제’로 보았다. 그는 명령을 내렸다.
“모든 길은 하나로 이어져야 하며, 모든 자는 같은 길이를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중국 최초의 도량형 표준화 제도가 만들어졌다. 모든 저울추는 같은 무게를 가져야 했고, 모든 자(尺)는 같은 길이로 다시 제작되었다. 심지어 수레바퀴의 폭까지 통일되어, 제국의 모든 도로를 어느 수레라도 달릴 수 있게 했다. 이 통일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식과 권력의 언어를 하나로 묶는 기술적 혁명이었다. 표준은 제국의 경제를 움직였고, 기술자와 장인, 학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표준이 곧 질서였다.”
기술의 발전이 교육의 형식을 바꿔왔다면, 표준의 발전은 그 형식들 사이를 연결해왔다.
우리가 오늘날 온라인 강의를 끊김 없이 이어 듣고, 다른 플랫폼에서도 학습 이력이 자동으로 연동되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배후에는 서로 다른 시스템과 데이터를 이해시키기 위한 ‘언어’, 즉 교육 기술의 표준(standards)이 있었다.
이 장은 그 언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교육의 모든 디지털 경험표준의 힘을 가능하게 만든 조용한 혁명에 대하여.
1990년대 말, 인터넷이 교육을 뒤흔들던 시절, 문제는 역설적으로 ‘연결되지 않음’이었다.
각 대학, 기업, 기관은 독자적인 학습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그 시스템들은 서로 호환되지 않았다.
A 회사의 강의 콘텐츠는 B 회사의 LMS에서 실행되지 않았고, 학습 이력은 시스템 간에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이런 단절은 기술의 문제이자 철학의 문제였다.
“지식은 연결되어야 한다”는 웹의 정신이, 정작 교육에서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1999년 미국 국방부(DoD)는 ADL(Advanced Distributed Learning)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SCORM(Sharable Content Object Reference Model)이다.
SCORM의 핵심 사상은 단순했다.
“한 번 만든 학습 콘텐츠는 어디서든, 어떤 시스템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명제는 교육 기술의 첫 번째 국제 언어가 되었다.
SCORM은 콘텐츠를 ‘학습 객체(Learning Object)’ 단위로 쪼개고, 이를 XML 기반의 구조로 정의했다.
이 덕분에 하나의 학습 모듈이 여러 LMS에서 재사용될 수 있었고, 학습자의 진행 상태와 점수가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규격의 통일이 아니라, 학습의 생태계적 확장을 의미했다.
교육은 더 이상 ‘시스템 안의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을 넘어 흐르는 데이터의 네트워크가 되었다.
그러나 SCORM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LMS 안에서의 학습’만을 전제로 한 표준이었다.
즉, 학습이 반드시 플랫폼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했고, LMS 밖에서 벌어지는 학습 경험 — 예를 들어 SNS 토론, 팀 프로젝트, 현장 실습 — 은 데이터로 기록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SCORM은 교실의 벽을 디지털로 옮겨놓은 표준이었다.
그 벽을 허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그 다음 등장한 것이 xAPI(Experience API) 또는 Tin Can API였다.
2013년 ADL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학습’을 훨씬 넓게 정의했다.
xAPI는 “학습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술적으로 실현했다.
이제 학습자는 LMS뿐 아니라, 모바일 앱, 게임, 시뮬레이터, 심지어 현실 세계의 경험까지 하나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xAPI는 이 모든 학습 행위를 “Actor – Verb – Object”, 즉 “누가 무엇을 했다”라는 문장 구조로 기록했다.
예를 들어,
“Scott completed Lesson 2"
“Maria watched a tutorial video”
“Jin collaborated on a group project”
이처럼 학습은 더 이상 시스템 속의 데이터가 아니라, 삶 속의 행동 기록(Learning Experience)으로 확장되었다.
이 새로운 표준은 학습의 언어를 바꾸었다.
SCORM이 ‘콘텐츠 중심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xAPI는 ‘경험 중심의 문법’을 채택했다.
이것은 기술적 전환을 넘어, 교육 철학의 변환이었다.
학습은 더 이상 ‘지식을 주입받는 행위’가 아니라,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습 데이터는 단순한 평가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성찰의 거울이 되었다.
xAPI의 도입은 교육을 데이터의 시대 속으로 완전히 끌어들였다.
학습자는 이제 자신의 학습 패턴을 분석할 수 있고,
시스템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학습 경로를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러닝 애널리틱스(Learning Analytics)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시점부터 ‘데이터’는 교육의 부수물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학습은 데이터로 해석되고, 피드백은 알고리즘으로 계산되며, 교육은 점점 더 측정 가능한 과학이 되어갔다.
하지만 표준화의 이면에는 또 다른 긴장이 있었다.
모든 학습이 기록되고 측정되는 세계에서, 배움의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xAPI가 제시한 “무한한 추적의 가능성”은 동시에 감시와 통제의 가능성을 열었다.
학습자는 더 잘 이해되었지만, 그만큼 더 잘 관찰되는 존재가 되었다.
이것은 기술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설이었다 —
“배움의 자유를 확장시키면서도, 동시에 그 자유를 구조화하는 기술.”
그럼에도 불구하고, SCORM과 xAPI가 이룩한 표준화의 유산은 분명하다.
그들은 교육 기술이 개별 도구의 진화를 넘어, ‘하나의 언어’를 공유하는 문명적 체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언어 덕분에 우리는 이제 LMS, 앱, 플랫폼, AI 튜터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어도
같은 학습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
표준은 기술의 문법이 되었고, 문법은 곧 학습의 질서를 만들었다.
교육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가 되었다.
각 플랫폼이 서로 다른 언어를 썼던 시절은 끝났다.
SCORM과 xAPI, LTI(learning tools interoperability) 같은 표준들은
그 생태계의 근간이 되어 학습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상호운용성은 단순한 기술적 편의가 아니다.
그것은 ‘학습의 연속성’이라는 인간의 오래된 꿈을 기술이 실현한 순간이었다.
2010년대 초, SCORM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학습은 더 이상 LMS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 모바일 앱, 시뮬레이터, MOOC, 심지어 현장 실습까지 모두 학습의 일부가 되었지만, SCORM은 그것들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DL은 Rustici Software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Tin Can”, 즉 깡통전화기라 불렀습니다.
서로 떨어진 아이들이 실과 깡통으로 목소리를 주고받듯, 서로 다른 학습 시스템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상징이었죠 .
그들이 세운 규칙은 단 세 가지 단어였습니다.
“누가(Actor) 무엇을(Verb) 했는가(Object)”
이 간단한 구조는 xAPI(Experience API) 로 발전하며, 학습을 LMS 밖으로 확장시켰습니다 — 현실 세계의 모든 경험이 이제 학습 데이터로 기록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