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실향민에 대한 자기 위로
나는 고향이 없다. 태어나기는 서울시 옥수동 산 5번지에서 태어났지만 산 5번지도, 5살부터 살던 505-11번지(?)도 이제는 세상에 없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 버린 그 많은 서울의 산동네 중에 하나로 이제는 추억 속에서 흐릿하게 남아있다.
가끔 친구들 중에는 어디에 있는 골목길과 어떤 골목 뒤에 그 빵집, 세탁소, 서점을 얘기하며 조금 변한 고향을 추억하고 아련해한다. 그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길 잃은 강아지이거나, 집 없는 길고양이 마냥 내 고향에 대한 관념은 '실향민'이거나, '방랑자'로 규정되어진다.
" 난 돌아갈 고향이 없어..."
힘 없이 되내어 본다.
*사진의 출처는 인터넷에서 어떤 분들이 재개발 전에 이런 저런 이유로 찍으신 사진인 것 같습니다. 저의 고향 옥수동 사진을 제공해주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향은 원래 지역이거나 공간을 부르는 명칭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위로하면서도
어릴 적 뛰놀던 그 골목과 번개탄으로 쥐불놀이 하게 도와주던 구멍가게 아저씨와 그 주변의 골목이거나
그 골목을 같이 놀던 아이들(대부분은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경기도 신도시로, 지방으로 흩어져서 산다.)과 명절에 가끔씩 볼 수 있는 인간관계일 수도 없음에....
내 어린 시절이 먼지처럼 사라지고 부정되는 듯...
꿈속에서 동네가 불에 타서 모든 것이 기억에서 사라지듯... 아련하게 아프다.
-24년 3월. 로캉. 쓰고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