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수험생, 그밖에..
학교 다니는 사람, 회사 다니는 사람, 운동 다니는 사람 있듯 카페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3월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좇는 시늉을 하다 갈피처럼 보이는 것을 덥석 잡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로 4개월 간 오래간만의 수험 생활을 지냈는데, 처음 열흘 간은 어디서 공부할지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을 보냈다. 평소 공부하는 시간이라 하면 카페에서 보내는 탓에 자연스레 카페를 향했지만 '수험생'이라는 명찰을 붙여놓고 공부를 하려니 카페라는 공간이 어딘지 맞지 않는 듯했고, 다른 길을 찾았다. 수험생에 어울리는 등식은 독서실 혹은 도서관일 것만 같아 가까운 독서실을 찾아 일일체험을 해보았고, 불편했다. 잠깐의 외도를 거쳐 구관 명관 '익숙한 도서관', 카페로 돌아왔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 같은 메뉴를 시켜, 비슷한 자리에 앉았다. 매일 비슷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같은 메뉴를, 같은 방법으로 주문하다 보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라는 주문 뒤에 '사이즈 업 안 해주셔도 돼요'라는 공식이 공란이 되는 날엔,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사이즈업 안 하시죠'로 대체될 만큼 일상이 '루틴'이 되었다. 그런 루틴이 서서히 이 카페를 '나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자연스레 '나의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잔상에 남았다.
한, 두시쯤 되면 취업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가장 먼저 온 사람이 맡아놓은 테이블을 차례로 채우는 식이었고, 자리를 맡는 사람은 거의가 같았다. 세시쯤이 되면 독서대 위에 공인중개사 책을 올려두고 공부하시는 아주머니가 오셨다. 같은 시험을 준비했기에 사소한 것들에서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어느샌가 들어와 매일 마감시간까지 간호학 책을 두고 공부하던 여학생과, 디자인 공부를 하는 듯 매번 포토샵 작업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어쩌면 동료애도 있었다. 하루는 스터디원이 하나 늘었는지, 미리 맡아 놓은 자리가 좁았는지 옆 자리에 앉은 나의 눈치를 살피는 시선이 느껴졌다. 의미심장한 시선에 당장이라도 자리를 옮겨주고 싶었지만 괜한 머쓱함에 펜을 놓지 못했다. 아마 “저..” 한마디만 들었어도 엉덩이를 들었을 거다. 결국 한 칸만 옮겨주실 수 있냐는 용감한 요청이 이뤄졌고, 얼른 노트북 콘센트를 뽑았다.
아마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매일 같은 공간을, 비슷한 목적으로 공유하다 보니 일종의 동료애라거나 전우애 같은 게 생겼고, 그런 비밀스러운, 대단한 전우애를, 바로 내가! 발휘한 건 아닐까 뿌듯함마저 느꼈던 것 같다.
매일 같은 공간을, 비슷한 목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면, 낯가림 탓에 서로 아는 체는 못하지만 서로가 누군지를 대강 파악하게 된다. 축적되는 시간과 관찰 속에 서로의 신상정보가 쌓이고, 호기심과 정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 한쪽이라도 톡 하고 상대의 옆구리를 건드리면 우수수하고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적어도 10분은 쏟아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카페 다니는 사람들 간의 비밀스러운 전우애를 다룬 아름다운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