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떻게 내가 되었는가?
15화.
의지 _ 방향을 선택하는 힘
의지는 마음이 스스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최초의 떨림이다. 감정이 파동으로 흔들리고, 사고가 구조를 세우며, 자아가 나를 부르는 이름으로 정리되었을 때, 이제 마음은 스스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묻는다. 그 물음에 응답하는 힘, 그것이 바로 의지다.
의지는 사고의 결론이 아니다.
그것은 사고보다 깊고, 감정보다 뚜렷한 중심을 가진다. 삶의 방향성은 그렇게 생겨난다. 고요한 내면의 무게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 우리는 그 기울임을 ‘결정’이라 부르고, 그 결정의 근원을 ‘의지’라 부른다.
의지는 흔히 단단한 힘으로 여겨지지만, 실은 아주 미세한 흔들림에서 비롯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작은 불편함,
사소한 동요,
짧은 망설임.
그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 순간 “이 길을 가야겠다”는 선명한 마음이 생겨난다.
의지는 삶의 감도이자, 자극에 대한 반응의 정도이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방향의 근원이 되는, 마음이라는 나침반의 바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가 단순한 결단이 아니라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자유의 발화’라는 점이다. 그것은 누가 강요하거나 정해준 길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허락하는 작은 선언이다.
“나는 이 길을 택하겠다.”
그 선언이야말로 의지가 가진 가장 본질적인 자유다.
나는 한때 내 삶이 우연과 타인의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진학도,
일도,
사랑도,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조건 속에서 굴러가는 수레바퀴 같았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누군가의 한마디가 내 생각을 깊이 흔들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하세요?”
그 짧은 물음 앞에서 나는 내가 내 삶의 방향에 대해 단 한 번도 스스로 말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처음으로 의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제 너의 방향은 어디인가?”
의지는 그렇게 외부의 소음이 사라진 틈에서 찾아온다. 그것은 마음의 목소리이며, 아무도 듣지 못하지만 오직 나 자신만은 알아들을 수 있는 내면의 언어다.
의지는 결코 고요하지 않다. 그것은 내 안의 여러 목소리들 사이에서 가장 선명한 하나의 울림이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타인의 기대와 나의 직관,
편안함과 도전 사이에서
끊임없이 기울고 다시 균형을 맞추며, 의지는 중심을 세운다.
그 중심은 흔들리며 자라난다.
단단함은 반복 속에서 생기고, 명확함은 시도 속에서 빚어진다. 그래서 의지는 늘 불안정한 확신이며, 불완전한 믿음이다. 그러나 그 믿음을 따라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삶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방향이 생기고, 선택이 생기며, 그 선택은 나를 바꾼다.
중요한 것은 의지가 단번에 완성된 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의지는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되돌아오는 힘에서 더욱 깊어진다. 수없이 흔들리다가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려는 그 반복 속에서 의지는 지속성을 얻는다. 그래서 의지는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되돌아옴의 리듬이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새로운 방향이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줄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그 예감은 생각이 아니라 의지였다. 나는 그 방향을 선택했고, 선택한 방향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만들어갔다.
의지는 그렇게 나를 바꾸고, 나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 큰 힘을 얻는다.
누군가와 다짐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흔들리다 다시 중심을 잡을 때,
그 의지는 혼자일 때보다 훨씬 단단해진다. 혼자의 의지가 불씨라면, 타인과의 공명은 그것을 불꽃으로 키운다.
우리는 SNS나 일상의 대화 속에서 다짐을 기록하고, 공감을 나누며, 의지를 공유된 에너지로 바꾼다. 그렇게 의지는 ‘나’를 넘어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의지는 마음의 언어이며, 감정의 고요한 결정체이며, 사고를 실행으로 전환하는 힘이다. 그 힘은 단순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넘어서, 왜 그것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내면의 타당성에서 비롯된다.
의지가 없다면 감정은 떠도는 물결이고, 사고는 방향을 잃은 나침반이며, 자아는 주체를 잃은 형상에 불과하다. 의지는 이 모든 것에 중심을 부여한다. 스스로를 향해 움직이는 힘, 그 힘이 곧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