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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다름이 스며들던 날



당신과 나 사이의 작은 다름이

어느 새벽, 말없이 스며들어

내 안쪽까지 천천히 파고들었다


금은 조용히 번져갔고

다름이 떠난 자리는

빛도 그림자도 남지 않았다


나는 밤의 남은 물결을 모아

그것으로 이 틈을 메울 수 있을까

되물어도

당신은 이미 내 곁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날 당신이 스치던 결을

오늘 밤도 오래 더듬는다


아주 느린 마음으로

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당신을 조용히

그리고 말없이

놓아주고 있었다



***이 시는 두 개의 결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두 남녀의 성적 결합의 잔향과 서로 다름의 상처가 이별의 정서적 상실의 파문을 남기는 감정을 하나의 문장 안에서 겹쳐 작동하도록 쓰였습니다.

〈다름이 스며들던 날〉은 이중 의미가 은밀히 교차하는 구조의 시입니다. 각 층위를 나누어 읽어보시면, 더 깊은 감상에 닿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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