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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시인 농장에서 2

by 시인 권태주

들꽃 시인 농장에서 2



긴 장마와 변화하는 날씨 속에서

농장의 과수들은 벌레에 몸을 내주며

탄저병과 흰가루 무늬병에 시달리며

가을을 맞이했다

들풀들은 비를 맞으며 무수히 뻗어

마지막 몸부림 속에 씨앗을 맺으려 한다

풀들의 외침, 자신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

끊임없이 세력을 확장하며

이 농장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농부의 예초기 칼날에 흩어지는 풀의 몸뚱이

씨는 맺지 못하더라도 거름이 되어

후손들에게 스미고 싶어

벌레 먹은 사과

무성히 뻗어가는 무화과나무

갈색으로 물드는 대추나무

초록을 자랑하며 올라오는 쪽파

누렇게 익어가는 단감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들꽃 시인의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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