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편 – 산 자와 죽은 자

by 시인 권태주 우리문학 발행인

세월호 5편 – 산 자와 죽은 자


병실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동철은 고개를 돌렸다. 바다는 여전히 잔잔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날과 똑같은 색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다는 더 이상 예전의 바다가 아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곧바로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기울어진 복도, 미끄러지던 가방들, 서로를 붙잡고 비명을 삼키던 아이들, 그리고 끝내 보지 못했던 희정의 얼굴. 동철은 이를 악물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견디기 어려웠다.


경빈은 사고 당시 같은 배에 타고 있었지만, 동철과는 다른 공간에 있었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경빈은 친구 민수와 함께 선실을 빠져나오려 하고 있었다. 복도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바닥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야, 빨리 올라가야 돼!”

민수가 먼저 외쳤다. 그는 난간 쪽으로 몸을 끌어올리며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었다. 물은 이미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차올라 있었다. 경빈도 뒤따라 올라가려다 잠시 멈췄다. 뒤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지 않는지, 몇몇 학생들이 손잡이를 잡고 필사적으로 흔들고 있었다. 누군가는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누군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경빈의 시선이 그들에게 머물렀다.

“경빈아! 뭐해! 빨리 와!”

위쪽에서 민수가 다시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경빈은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올라가던 발걸음을 돌렸다.

“야! 너 왜 내려가!”

민수의 목소리가 뒤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경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물이 점점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허리까지 올라왔다. 차가운 물이 몸을 감싸자 숨이 짧아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경빈은 울고 있는 여학생들 쪽으로 다가갔다.

“문이 안 열려요…!”

누군가 울먹이며 말했다. 경빈은 손잡이를 잡고 힘껏 당겨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선체가 뒤틀리면서 문이 눌린 상태였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 아직 완전히 잠기지 않은 통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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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하여 등단(1993).시집으로 시인과 어머니,그리운 것들은 모두,사라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바람의 언덕.혼자 가는 먼 길(2023)우리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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