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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4. 2022

당근주스가 좋아!

달콤시리즈 075

당근주스가 좋아!





사마귀는 당근주스가 싫었다.

들판에 친구들이 모두 당근주스를 좋아했지만 사마귀는 절대로 마시지 않았다.


"왜!

안 마시는 거야?"

고추잠자리가 물었다.


"아무튼!

난 당근주스가 싫어!"


"혹시!

나처럼 빨간 사마귀가 될까 봐 안 먹는 거야!"

고추잠자리가 묻자


"그래!

세상에 빨간 사마귀는 없어!"

사마귀는 빨간 사마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멍청이!

없으니까 최초로 빨간 사마귀가 되면 좋잖아!"


"그래도 싫어!"

사마귀는 좀처럼 고추잠자리 말을 듣지 않았다.


"빨간색을 가진 덕분에 고추잠자리 노래도 나왔다고!

이런 멍청이 같은 녀석!"

고추잠자리는 더 이상 사마귀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노래라니!

고추잠자리 노래도 있어?"


"그래!

대한민국 가수가 부른다고!

이 멍청이야!"

하고 말한 고추잠자리는 노래 한 소절 불렀다.


"그럼!

빨간 사마귀 노래도 나올까?"

사마귀는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인간이란 원래 간사한 마음을 가졌으니 두고 봐야지!"

고추잠자리 말이 맞았다.


사마귀는 당근주스를 마실까 고민했다.

하지만 쉽게 마시지 못하고 풀숲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근주스가 좋아!

나는 빨간 고추잠자리!

아침이슬보다 더 달콤한 당근주스!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당근주스를 마시는 고추잠자리!"

당근밭으로 날아간 고추잠자리가 노래 부르고 있었다.


"빨간 게 뭐가 좋다고!

당근주스가 최고라고 하는 거야!"

배추흰나비가 고추잠자리 노래를 듣고 말했다.


"맞아!

당근주스보다 사과주스나 배즙이 더 달콤하고 맛있는데!"

무당벌레가 풀 위로 올라가 고추잠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수박주스가 제일 맛있던데!"

어디선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말했다.


"수박! 배! 사과주스가 당근주스보다 훨씬 달콤할 거야!

하지만 그 주스에 꿀을 조금만 넣으면 더 달콤하고 맛있다는 걸 잊지 마!"

멀리서 날아온 꿀벌이 말했다.


"누가 뭐래도 당근주스가 좋아!

나는 빨간 아주 빨간 고추잠자리!

아침이슬보다 더 달콤한 당근주스!

세상에서 가장 싱싱하고 달콤한 당근주스를 마시는 고추잠자리!"

들판 친구들이 뭐라 해도 고추잠자리는 당근주스만 마셨다.


"나도 마셔볼래!"

사마귀가 당근밭에서 노는 고추잠자리를 찾아왔다.


"당근주스!"

고추잠자리가 사마귀에게 묻자


"응!"


"좋아!

내가 한 잔 만들어줄게!"

고추잠자리는 밭에서 당근 하나를 뽑더니 당근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당근주스를 많이 마셔서 빨간 고추잠자리가 된 거야?"


"그럼!

저기 고추잠자리들 봐봐!

모두 당근밭에서만 놀잖아!"

당근밭에는 고추잠자리가 많았다.


"새까만 잠자리도 당근주스 많이 마시면 빨간 고추잠자리가 되는 거야?"


"그럴 거야!

그런데 새까만 잠자리들은 당근주스를 싫어하고 흙탕물을 좋아해!"


"호호호!

흙탕물을 좋아한다고!"


"그래!"


"나는 절대로 흙탕물은 먹지 않는 데!"


"그러니까!

초록색이지!

너도 흙탕물 먹어 봐!

새까만 사마귀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맞아!

새까만 사마귀도 있어!"


"그럼!

그 녀석에게 물어봐!

흙탕물 먹었다고 할 거야!"


"나중에 만나면 물어볼게!"

사마귀는 고추잠자리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마셔!"

하고 말하더니 당근주스를 사마귀에게 한 컵 주었다.


"와!

이걸 먹으면 나도 빨간 사마귀가 될 수 있다니!"

사마귀는 그동안 빨간 고추잠자리가 부러웠었다.


"한 잔 마셔가지고는 빨간 사마귀가 될 수 없어!"


"왜!"


"수백 잔은 마셔야 할 거야!"


"그럼!

매일매일 당근주스 만들어 줘!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마실 테니까!"


"그건!

좀 불가능할 것 같아!"


"왜!"


"나는 당근주스를 마시면 들판에서 낮잠을 자야 하니까!"


"아침 일찍 만들어 주고 낮에 자면 되잖아!"

사마귀는 당근주스를 매일 마시고 싶었다.



"내가 당근주스 만드는 법을 알려줄게!"

고추잠자리는 귀찮지만 사마귀에게 당근주스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제 만들 수 있겠지!"


"응!"

사마귀는 고추잠자리가 말해준 대로 당근주스를 만들어 봤다.


"세상에서 달콤한 당근주스!

빨간 사마귀는 당근주스를 좋아해요!

아침마다 당근주스 먹는 사마귀!

빨간 사마귀를 본 적 있나요!"

사마귀는 당근주스를 만들며 노래를 불렀다.


"이봐!

여기 당근주스 한 잔 부탁해!"

들판에서 낮잠 자던 고추잠자리가 일어나 사마귀에게 말하자


"알았어요!"

하고 대답한 사마귀는 당근밭에서 아주 큰 당근 하나를 뽑았다.

그리고 고추잠자리에게 줄 당근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림 홍정우 (전) 계명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당근주스 왔어요!"

사마귀는 당근주스 한 컵을 고추잠자리에게 주었다.


"마셔볼까!"

하고 말한 고추잠자리는 사마귀가 가져온 당근주스를 쭈욱 마셨다.


"으윽!

달콤하지가 않아!"


"왜!

가르쳐준 대로 했는 데!"


"여기에 뭘 넣은 거야?"


"당근 하나 뽑아서 갈았지!"


"혹시!

당근 이파리도 넣은 거야?"


"응!"


"이런!

멍청이! 멍청이!"


"왜!"


"당근 이파리는 버리는 거야!"


"뭐라고!

그 이파리도 넣어서 당근주스 만드는 것 아니었어!"


"이런!

내가 이파리는 넣지 않았잖아!"


"그랬었나!"

사마귀는 당근주스가 달콤하지 않다는 말이 이상했다.


"빨간 당근만 넣어서 갈아야 해!"

고추잠자리는 자신이 잘못 가르쳐준 것 같았다.


"알았어!

다시 만들어 올 게!"

사마귀는 고추잠자리에게 미안했다.


"안 돼!"


"왜!"


"당근은 하루에 하나씩만 뽑아!

농부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거라고!"


"알았어!

그럼 내일 더 달콤한 당근주스 만들어 줄게!

이파리는 넣지 않고 만들어 줄게!"

사마귀는 처음 만들어 본 당근주스가 달콤하지 않아서 속상했다.


"오늘은 어때?"

사마귀는 벌써 며칠 째 당근주스를 만들어 고추잠자리에게 갖다 주었다.


"끄윽!

오늘은 달콤해!

앞으로 이렇게 달콤한 당근주스 매일 부탁해!"


"정말!

달콤하단 말이지!"


"그래!"


"내가 만든 당근주스가 더 맛있어?"


"무슨 소리야!

넌 나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어!"


"그래!"

사마귀는 고추잠자리보다 더 달콤한 당근주스를 만들고 싶었다.


"더 노력할 게!"


"아니야!

이 정도 맛이면 충분히 훌륭한 맛이야!"

고추잠자리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당근을 가지고 주스를 만들어도 날마다 맛이 다른 거야!"


"왜 그럴까!"


"컨디션!

그날 날씨나 기분에 따라서 당근주스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야!"


"그렇구나!

날씨나 환경! 또 마시는 장소나 누구와 마시는 가에 따라 당근주스 맛이 달라지는구나!"


"그렇지!

당근이 문제가 아니라 마시는 사람이 문제야!"

고추잠자리는 맛에 대해서 한 참 동안 사마귀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봐!

더 달콤한 당근주스를 만들고 싶지?"

꿀벌 한 마리가 사마귀에게 날아오더니 물었다.


"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당근주스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럼!

내게서 꿀을 사야지!"


"꿀을 넣으면 더 달콤한 당근주스를 마실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달콤에 더 달콤함을 더하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주스가 되는 거야!"


"그렇군요!"

하고 대답한 사마귀는 꿀벌에게 꿀을 한 통 샀다.


"꿀을 넣으면 더 달콤하다고 했지!"

하고 말한 사마귀는 당근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 만든 당근주스입니다!"

사마귀는 꿀을 잔뜩 넣은 당근주스를 한 컵 들고 가서 고추잠자리에게 마시라고 했다.


"새로 만든 당근주스!

당근을 우주에서라도 가져온 거야?"


"아니요!

마셔보세요!"


"어디!

새로 만든 당근주스 마셔볼까!"

하고 말한 고추잠자리는 당근주스를 꿀꺽꿀꺽 마셨다.


"으윽!

이게 뭐야!

당근 맛이 사라졌잖아!"

새로 만들어 준 당근주스는 정말 꿀맛이었다.

하지만 당근 맛은 어디로 갔을까!

달콤하지만 당근이 주는 향기와 달콤함이 사라져 버렸다.


"뭘 넣은 거야?"


"꿀!"


"당근주스에 꿀을 넣으면 어떡해!"

고추잠자리는 당근 맛이 사라진 달콤한 당근주스는 싫었다.


"더 달콤하지 않아?"

사마귀는 자신이 마셨던 순간을 생각하며 물었다.


"이건!

당근 맛이 없어!

그러니까 당근주스가 아니지!"


"당근주스에 꿀만 넣었는데!

꿀벌이 꿀을 넣으면 더 달콤하고 몸에 좋다고 했어!"


"이런!

멍청이 같은 짓을 했구먼!

난 당근 맛을 음미하는 게 좋다고!"

고추잠자리는 정말 당근 맛을 음미하며 당근주스를 마셨다.

하지만 사마귀는 더 달콤한 당근주스를 고추잠자리가 싫어하는 이유를 몰랐다.


"사람들이 이것저것 넣어 먹는 것을 보더니!"

고추잠자리는 달콤한 주스를 먹고 싶었다면 당근주스보다는 사과주스나 배즙을 먹었을 것이다.

고추잠자리가 당근주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근 특유의 맛과 흙냄새가 좋아서였다.


"사마귀에게 시킨 게 잘못이지!

내일부터는 내가 갈아먹어야지!"

고추잠자리는 사마귀를 탓하지 않았다.


"어딜 가는 거야?"

당근밭으로 향하는 고추잠자리를 보고 사마귀가 물었다.


"당근밭에 가지!"


"왜!

내가 갈아주는 게 맘에 안 드는구나!"


"아니야!

역시 당근주스는 내가 뽑아서 정성을 담아 갈아먹는 게 최고인 것 같아!"

고추잠자리는 자신이 할 일을 사마귀에게 부탁한 게 미안했다.


"이제부터 꿀은 넣지 않을 게!"

사마귀는 고추잠자리에게 미안했다.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부탁해서 미안해!"

고추잠자리는 좀 편하려고 사마귀에게 당근주스를 부탁한 게 미안했다.


"알았어!

언제든 마시고 싶으면 말해!

내가 당근만 넣어서 갈아 주스 만들어 줄게!"


"응!"

하고 대답한 고추잠자리는 사마귀랑 오래오래 당근밭에서 놀았다.

고추잠자리는 자신이 할 일을 남에게 부탁하거나 해주길 바라지 않고 스스로 하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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