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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5. 2022

숨바꼭질하던 날!

달콤시리즈 105

숨바꼭질하던 날!





그날도

학교에서 돌아온 뒤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놀았다.

모든 친구들이 술래가 찾지 못할 곳을 찾아 숨었다.


"절대로!

날 찾지 못할 곳에 숨어야지."
영희도 술래가 찾지 못할 곳을 찾았다.


"그렇지!

방안에 들어가 벽장 속에 숨으면 되겠다."

영희는 마루에서 신발을 벗어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벽장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벽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무슨 냄새지?"

벽장문을 닫자 이상한 냄새가 영희 코를 자극했다.


"이제부터 찾는다!"
술래가 친구들을 찾겠다고 외치더니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숨쉬기도 힘들다!"

영희는 벽장 안에 숨은 게 후회되었다.


"히히히!

넌 이제 벽장을 나갈 수 없어.

내가 문을 걸어 잠 갔으니까 절대로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거야."

벽장 안에서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누구야?

누군데 벽장문을 잠갔다는 거야."

영희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히히히!

누구긴 누구야.

이 벽장 주인이지."


"뭐!

벽장 주인?"


"그래!

내가 이 벽장에서 산 지도 벌써 50년이나 되었지."

벽장에서 살아온 어둠의 유령이 영희에게 말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영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벽장 안에서 어둠의 유령에게 물었다.


"히히히!

벽장에 들어와 오래 있던 사람이 없었지.

너처럼 이곳에 들어와 이렇게 오래 있으니까 내가 널 벽장에 가둘 수 있었지."


"그럼!

날 납치한 거야?"


"히히히!

그렇다고 봐야지."

벽장 안에 살던 어둠의 유령은 영희가 벽장을 나갈 수 없도록 문을 꼭꼭 걸어 잠 갔다.


"그래도 소용없어!

난 술래가 오면 소리칠 테니까."

술래인 철수가 오면 영희는 소리칠 생각이었다.


"히히히!

벽장에서 소리쳐도 술래가 들을 수 없어."


"왜?"


"그거야!

내가 밖으로 소리가 나가지 않게 방음을 철저히 했으니까 그렇지."

어둠의 유령은 벽장에 살면서 소리가 밖으로 들리지 않게 철저히 방음장치를 했다.


"그래도 철수는 들을 걸!"

영희는 철수가 빨리 안방 문을 열었으면 했다.


"여긴 아무도 없잖아!"

철수가 안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설마!

벽장에는 숨지 않았겠지."

철수는 벽장문을 열려다 망설였다.


"철수야!

나 여기 있어.

벽장 안에 숨었으니까 빨리 찾아."

벽장 안에서 영희가 소리쳤지만 철수는 들을 수 없었다.

아니!

벽장에서 영희가 소리쳐도 밖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히히히!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 들을 수 없다니까."

어둠의 유령은 영희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난!

어둠이 싫어.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엄마 아빠가 벽장문을 열고 날 찾아낼 거야."

영희는 어둠의 유령이 무섭지 않았다.


"히히히!

엄마 아빠도 벽장에 들어오면 모두 가두면 되겠다."

어둠의 유령은 더 많은 사람을 벽장에 가두고 싶었다.


"왜!

사람을 벽장에 가두려고 하는 거야?"

영희가 물었다.


"히히히!

그거야 못 된 인간을 혼내주는 방법이니까 그렇지."


"뭐라고!

내가 못된 인간이라고?"

영희는 화가 났다.


"히히히!

어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어둠의 유령이 말하자


"난!

어둠을 싫어하지 않아.

어둠이 있어야 달도 보고 별도 볼 수 있어서 나는 어둠을 좋아한단 말이야."

영희 말이 맞았다.

누구보다 영희는 어둠을 좋아했다.

그런데 어둠의 유령은 영희를 벽장에 가두고 내보내지 않았다.


"히히히!

벽장 안의 어둠은 다르지.

누구도 벽장 안의 어둠과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았어."

벽장 안에 갇힌 어둠의 유령은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힘들었다.


"앞으로 나랑 친구 하면 되잖아!"

영희가 어둠의 유령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친구!

어둠의 유령이랑 친구 한다면 부모가 반대할 텐데."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
영희는 마음이 편해지자 벽장 안의 어둠의 유령이 조금씩 보였다.


"히히히!

내가 무섭지?"

어둠의 유령이 영희와 눈이 마주치자 물었다.


"아니!

넌 우리 집 벽장에서 오십 년이나 살았잖아.

내가 모르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거잖아."

하고 영희가 말하자


"히히히!

내가 다 알고 있지.

이 집을 완성한 날부터 난 이 벽장에 살았으니까."


"그랬구나!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구나."


"그렇지!

할아버지가 이 집을 새로 지었을 때부터 난 여기 살았지."


"그럼!

내가 밤마다 벽장으로 놀려오면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


"히히히!

당연하지."

어둠의 유령은 벽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영희에게 다 해줄 수 있었다.


그림 나오미 G





"물어볼 게 있어?"

하고 영희가 묻자


"뭘!

뭘 알고 싶은 거야?"

하고 어둠의 유령이 말했다.


"혹시!

밤에 바이올린 연주하는 거야?"

하고 영희가 묻자


"맞아!

저기 벽에 기대 있는 바이올린 보이지.

내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이야."

하고 어둠의 유령이 말했다.


"그랬구나!

밤마다

어디선가 바이올린 연주가 들리는 것 같았거든!"

하고 영희가 말하자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구나!
저기 봐봐!

내가

집에서 일어난 일을 벽장 벽에 기록해 놨어."

하고 어둠의 유령이 말하자


"정말!

어디!

어디에 기록했어?"

영희가 어둠 속에서 눈을 크게 뜨고 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촛불을 가지고 와야 볼 수 있을 거야."

어둠이 유령이 벽장에 기록한 이야기 보는 방법을 말해주었다.


"그럼!

날 벽장에서 내보내 줘.

나가서 촛불 가져올 테니까."

영희가 말하자 어둠의 유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걱정 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게."

영희는 정말 누구에게도 어둠의 유령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좋아!

나가서 촛불 가져와."

어둠의 유령은 영희를 믿었다.

아니!

오랜만에 밝은 빛이 보고 싶었다.


"고마워!

날 믿어줘서."

영희는 벽장문을 열고 나가

거실에서 촛불이랑 성냥갑을 들고 다시 벽장으로 돌아왔다.


"정말 왔구나!"
어둠의 유령은 영희가 다시는 벽장에 돌아오지 않을까 의심했었다.


"당연하지!

여긴 우리 집이야.

그리고

넌 나보다 더 오래 여기서 살았잖아."

영희는 어둠의 유령이 무섭지 않았다.


"고마워!"

어둠의 유령은 영희가 다시 벽장 안으로 들어오자 좋았다.


"촛불을 켜볼게!"
하고 말한 영희가 벽장 안에서 성냥을 켰다.


"와!

이게 다 뭐야?"

촛불이 켜지자 벽장 벽에 낙서한 것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이건 내가 태어난 날이잖아?"


"맞아!

응애! 응애! 하며 추운 겨울 보름달이 뜬 날 태어났지."


"맞아!

내 생일이 추운 겨울이잖아."

영희는 촛불을 가까이 벽장 벽으로 가져가더니 벽에 낙서된 것들을 하나씩 읽어봤다.


"와!

내가 세 살 때 처음으로 벽장에 놀러 왔었구나!"


"맞아!

엄마가 벽장에서 뭘 찾고 있는 데 아빠가 널 이 벽장 안으로 올려주었지.

그때 처음으로 널 봤어."

어둠의 유령이 영희를 처음 본 날을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그랬구나!

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데."


"그렇지!

넌 무섭다고 벽장에서 막 울었지."


"정말?"


"응!"

어둠의 유령은 영희를 다시 봐서 너무 좋았다.


"이건!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 이야기구나!"

영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눈이 내렸다는 것만 기억났다.


"맞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눈이 많이 내렸어.

그래!

이걸 다 기록해 두다니.

밤마다 와서 이걸 다 읽어야겠다."

영희는 벽장에 기록된 것을 읽고 싶었다.


"정말!

읽으러 다시 올 거야?"

어둠의 유령이  물었다.


"걱정 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게.

그리고

밤마다 와서 벽에 기록해 둔 낙서를 다 읽어볼게."

하고 영희가 대답하자


"고마워!"

어둠의 유령은

춥고 무서운 벽장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느낀 고통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걸 알았다.


"영희는 어디 숨었을까?"

영희를 찾지 못한 친구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영희는 술래잡기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안방 벽장에서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시간까지

어둠의 유령이 기록한 낙서를 읽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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