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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5. 2022

창작동화)사라진 두 아이!

달콤시리즈 106

사라진 두 아이!






정아가

놀이터에서 놀며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티끌 모아 태산'이었다.


"영희야!

톱밥이 모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정아는 목공소에서 가져온 톱밥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거야!

톱밥이 모여도 톱밥이지."

하고 영희가 대답하자


"아니야!

톱밥은 원래 나무였는데 톱을 만난 뒤 톱밥이 되었단 말이야.

그런데

톱밥이 물을 만나고 시간을 만나면

또 무엇인가 된단 말이야."

하고 말한 정아가 톱밥을 물에 부풀리며 말했다.


"와!

부들부들해졌다."


"정말!

색깔도 멋지다."

영희는 정아가 반죽한 톱밥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톱밥으로 뭘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말한 정아가 톱밥을 한 움큼 집어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좋아!

더 많이 붙여서 조각상을 만들 자."

영희도 반죽한 톱밥을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노란 톱밥이 벽에 가득 붙여졌다.

정아와 영희는 손으로 주물럭 거리더니 소녀와 소년의 얼굴을 완성해 갔다.


"하하하!

이 소녀는 내 동생 같아."

영희가 톱밥으로 만든 얼굴을 보고 동생 같다고 말했다.


"맞아!

이 소년은 말썽꾸러기 내 동생 같지?"

정아도 옆에 앉아있는 소년을 보고 남동생 같다고 말했다.


"응!

똑같아!"

정아와 영희는

목공소에서 가져온 톱밥으로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았다.




그림 박성윤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43기



"넌!

이름이 뭐니?"

소년이 소녀에게 물었다.


"난!

아직 이름이 없어."

소녀가 말하자


"히히히!

넌!

톱밥을 먹은 빵순이 같아."

하고 소년이 말하자


"뭐라고!

내가 빵순이면 넌 빵돌이야.

이름이 그게 뭐야?

좀 예쁘게 지어주지!"

벽을 뚫고 나온 소녀는 빵순이라는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았다.


"벽순이!

벽을 뚫고 나왔으니 벽순이라고 하면 어때?"

하고 소년이 다시 물었다.


"몰라!

벽순이건! 빵순이건!

맘대로 불러.

어차피 우린 이름이 없는 존재이니까."

하고 톱밥 소녀가 말했다.


"난!

벽을 움직이는 마법사야."

하고 톱밥 소년이 말하더니


"톱밥이 바람에 하나 둘 날리면 나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야!

사람들이 기억하는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하는 거지."


"좋은 생각인데!"
톱밥 소녀도 시간이 흘러

톱밥 한 알 한 알이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

톱밥이 우리를 만들었으니

우리는 생명을 가진 존재가 되어 어딘가로 떠나는 거야!"


"와!

그렇지.

이 벽을 뚫고 어딘가로 간다니 믿어지지 않아."

톱밥 소녀는 기분이 좋았다.


"정아와 영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지!"

톱밥 소녀와 톱밥 소년은 톱밥을 모아

생명을 잉태시켜준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히히히!

우리가 사라지면 무슨 생각을 할까?"

톱밥 소녀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본 톱밥 소년이 물었다.


"히히히!

너도

귀에 붙어있던 톱밥이

벌써 많이 사라졌어."

톱밥 소녀는 톱밥 소년의 귀에 붙은 톱밥이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사라진다!

정아와 영희가 상상이나 할까?"


"글쎄!

아마 그런 상상은 하지 못할 걸!"

톱밥 소녀와 톱밥 소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시간과 바람이 도와주었다.

눈부신 햇살이 더욱 단단한 톱밥으로 만들어갔지만 소용없었다.


"사라질 소녀와 소년!"

톱밥 소녀와 톱밥 소년은 두렵지 않았다.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언젠가

사라진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르자

톱밥으로 만들어진 두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영희와 정아는 어른이 된 뒤에 고향집에 가면 벽을 보고 두 아이를 생각했다.


그림 박성윤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43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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