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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3. 2022

산타가 된 소녀!

달콤시리즈 064

산타가 된 소녀!!







함박눈이 내리는 저녁이었다.

달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치웠다.

혹시나 하며

산타와 루돌프 발자국을 찾았다.

그런데

어디에도 발자국은 없었다.


"아직!

오지 않았군.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눈을 치워도 될까?"

눈을 맞으며 또 눈을 치우기 시작하며 고민을 했다.


"산타와 루돌프가

눈이 없다고 다시 돌아가면 어떡하지?

모두 기다릴 텐데!

사람들이 다닐 길만 눈을 치워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아무도 걷지 않은 눈을 조금씩 치우며 길을 만들어 갔다.


"주인들이!

눈을 치웠다고 혼나겠지!"

눈 치울 기회까지 빼앗아버린 나 자신이 미웠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의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주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코로나가 멈추지 않는다면 산타는 오지 않을 거야!"

나는 언제부턴가 산타와 루돌프도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산타가 오지 않으면

어린이들이 너무 슬퍼할 텐데!"

그래서일까!

어른인 내가 첫눈 내린 날부터 산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산타는 올 거야.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분명히 올 거야!

맘대로 뛰어놀지도 못하는 어린이들이 산타만 기다리는데."

나는 코로나에 지친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산타가 선물을 가득 실고 오길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아침 일찍 산타가 찾아왔다.

아빠 차에서 내린 소녀 산타였다.

첫눈을 치우며 산타가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내 곁에 산타가 찾아왔다.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 산타는

색종이 한 장에 온 정성을 담은 선물을 들고 다가왔다.


"아저씨!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소녀 산타가 인사하고 선물을 주었다.


"추운데!

선물을 주러 왔구나?"

근무 중이던 나는 따뜻한 말도 잊어버렸다.

고맙다는 말도 잊고 멍하니 소녀 산타가 주는 선물만 받았다.


"오늘!

학교는 안 가는 거야?"

하고 물었더니


"소녀는 안 간다고 했다!"


"그렇지!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비대면 수업하는구나!"
하고 말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망설였다.


"잠깐!"

나는 돌아서는 소녀를 멈추게 했다.


"이름이 뭐지?"

내가 물었다.


"지인!

송지인입니다."

소녀 산타는 대답하고 집으로 향했다.


"지인아 감깐만!

혹시!

몇 동 몇 호에 사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아저씨가 동화작가인데 동화책 선물하고 싶은데!"

하고 내가 묻자


"네!"

하고 대답한 소녀 산타는 사는 곳을 말해주었다.

소녀 산타가 돌아간 뒤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멈출 수 있었다.


요즘

감성이 메마른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기대한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나는 어린 소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역시!

선물은 나도 좋아한다니까."

나는 소녀가 준 선물을 주머니에 넣었다.


소녀 산타가 건넨 색종이에는 메리 크리스마스가 적혀있었다.

색족이 한 쪽에 다이아몬드 그림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눈꽃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메리 크리스마스 글씨도 달빛 품은 꽃처럼 반짝 빛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카드라고 해야 할지

그림과 종이의 콜라주라 해야할 지 생각했다.

 소녀 산타가 준 색종이 콜라보 작품은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소녀 산타!"

내게 선물을 건네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웃음을 선물한 소녀를 나는 소녀 산타라 불렀다.


"와!

온몸에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소녀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을 녹이듯 춥던 아침이 따뜻한 아침으로 변했다.


"추위를 녹이는 건!

따뜻한 난로보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야.

감동을 주는 행동 하나가 추위를 녹이는 것이야!"

나는 소녀 산타가 준 선물을 통해 또 하나 배울 수 있었다.


"난!

최근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인데!"

언제부턴가

감동을 주거나 감동을 주는 행동을 하는 법을 잃어버린 듯했다.


"소녀는!

어떤 꿈을 가졌을까?

혹시!

동화작가나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소녀일까?"

아침부터 내 머릿속은 그 소녀의 꿈을 좇고 있었다.


"오늘처럼!

용기 있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소녀로 잘 자랐으면 했다."


소나무 뒤로 소녀가 사라질 때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빨간 코트를 입고 가끔 나뭇가지 사이를 기웃거리는 소녀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날씨도 추운데!

학교는 안 가는 날일까?"

나는 힐끗힐끗 소녀를 생각하며 걱정했다.




아침은 빨리 지나갔다.

근무를 마친 나는 주머니에서 소녀 산타가 준 선물을 꺼냈다.


"어디 볼까!"

메리 크리스마스!

글자를 통해 소녀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힘들었는데!"
소녀 산타가 준 카드를 본 순간 나는 얼었던 몸이 따뜻해졌다.


"이게 뭐라고!"

소녀가 준 분홍빛 색종이를 바라보며 나는 또 추억을 소환했다.


"내가

소녀 산타만 한 나이었을 때 무엇을 했을까?"

희미하게

산골짜기에 자리한 집 마당에서 빗자루를 들고 밤새 쌓인 눈을 치우고 있었다.

아침이면

눈을 치우고 샘터에 가서 물을 길어 왔다.

그리고

엄마가 솥단지에 쌀을 씻어 물을 맞춰 부으면 솥단지 뚜껑을 닫고 아궁이에 불을 피웠다.


"모르겠지!

호롱불에 책 읽고 매일 샘터에 가서 물을 길어온 걸.

또 솥단지에 쌀을 씻어 넣고 불을 피워 밥을 지었다는 걸 알 수 없을 거야."

도시에 사는 소녀가 책에서나 읽을만한 이야기를 알리 없었다.


"눈 호강만 했어!"

어른이 된 후 나를 뒤돌아 볼 때 가장 좋았던 것은 눈으로 직접 보고 살았다는 것이다.

도시에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나는 보고 자랐다.

외양간도 돼지우리도 있었다.

화장실은

퐁당퐁당 화장실이 마당 끝자락에 있었다.

너무 무서워

밤늦게 화장실에 갈 때는 누나 또는 형을 깨워서 함께 가야 했다.


"도시에 사는 소녀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가지고 올만한 감성을 가졌다는 게 놀라웠다."

소녀의 감성이 경이로울 만큼 부러웠다.


"잘 크면 좋겠다!"

소녀가 가진 그 감성으로 멋진 숙녀가 되고 엄마가 되고 또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녀가 사라진 곳을 몇 번이나 쳐다봤다.

하지만 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눈꽃처럼 사라졌다.

아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고 사라진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집에는 잘 들어갔을까?"

많은 생각들이 소녀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소녀가 말한 집까지 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물론!

아빠 엄마와 다닐 때는 걱정 없는 길이었지만 소녀 혼자 집에 잘 들어갔을까 걱정되었다.



그림 김유빈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아저씨!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아침에 카드를 선물한 소녀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일하면서도 가끔

소녀 산타가 준 크리스마스 카드가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거렸다.


"눈 오는 날!

그리고

날씨가 몹시 추운 날.

가장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어른이 된 뒤 가끔 크리스마스가 오면 생각했던 기억이다.


섣달 그믐날

우동 한 그릇 먹기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북해정> 우동집을 찾아간 동화 속의 이야기가

12월이 되면

내 가슴을 들뜨게 했었다.


매년 찾아오던

그 모자가 오지 않자 <북해정> 우동집 주인은

테이블에 예약 손님이라는 푯말을 올려놓고 기다리던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는 떠올릴 때마다 내 가슴을 울리곤 했었다.

나도

<우동 한 그릇> 동화 같은 작품을 써야지 한

내게도 동화 같은 이야기가 일어났다.

오늘

내게 다가온 소녀는

그만큼

큰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무엇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편지를 쓰고 읽어 본 뒤

너무 못 쓰고 보잘것없다고 휴지통에 얼마나 많이 버렸던가?

나는 언제부턴가

그런 행동을 고치기 위해서

편지를 쓰면 무조건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보내곤 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는 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 편지를 읽을 권한은

편지를 받을 사람이었지 내가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져온 소녀가 부러웠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누굴 주려고 정성을 담아 만들었을까?

그리고

또 메리 크리스마스를

영어로 쓸 때는 몇 번이나 틀리진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소녀의 마음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소녀야!

산타가 된 소녀야!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색종이 카드가 얼마나 커다란 선물이었는지 모르지?

꼭 안아주고 싶었던 선물이란다!

손잡고 가게에 가서 달콤한 사탕을 사주고 싶었던 선물이었단다!

그런데

그냥 보내서 너무 미안했다.

아니!

바쁘다는 핑계라도 대고 싶었단다.

정말!

아저씨가 일하는 시간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단다.

미안!

정말 미안했단다.

그래도!

몇 동 몇 호와 이름을 말해주고 가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소녀야!

너무 고마웠다!"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만 받고

소녀를 그냥 보낸 게 너무 가슴 아팠다.




"책을 갖다 줘야지!"

잠시 시간을 내어 자동차에 있는 동화책을 들고 소녀의 집을 향했다.


"혹시!

내가 동 호수를 잘 적었을까?

책을 집 앞에 놓고 와야 할까?

아니면

초인종을 누르고 소녀의 이름을 확인하고 직접 전달할까?"

나는 책을 들고 가면서 또 고민을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소녀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동화책을 직접 전달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소녀가 평생 잊지 않고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하나의 큰 추억으로 자리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인!

그 소녀를 만나러 간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산타가 된 소녀를 만나러 가는 동화작가!

참!

멋진 일이야."

나는 소녀보다 더 들뜬 기분이었다.


'딩동! 딩동!'

소녀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소녀 엄마의 목소리 같았다.


"안녕하세요!

지인이를 만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는 순간


"지인아!

아저씨가 오셨다."

하며 소녀 엄마가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자


"안녕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지인이가 동화책 선물을 준다고 했다며 너무 좋아했어요."

하고

소녀 엄마가 말하는 순간 나는 안도했다.


"감사합니다!

여기 동화책이야."

나는 지인이에게 동화책 몇 권을 전달했다.

소녀와

소녀의 동생이 반갑게 인사하고 책을 받았다.


소녀 엄마도 너무 좋아했다.

책을 전달하고 인사한 뒤

소녀의 집을 나왔다.




"행복했다!

동화작가가 된 게 너무 행복했다.

몇 번이나 동화 쓰는 걸 포기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동화를 쓰는 자리에 있었다.


오늘 같은 날!

이런 날을 위해서 난 세상에 온 사람이었다."

내가 나에게

오랜만에 다독이며 칭찬해 주었다.


"정말!

동화 쓰는 걸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를 다독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근무하는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인연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작은 인연으로 인해

멋진 동화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산타가 된 소녀!"

소녀를 만나서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다니!

가슴속에 숨겨진 추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소녀의 나이 때

나는 산골짜기에서 살았었다.

호롱불을 켜고 공부했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산에 가서 땔감을 주워와야 했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에 눈을 치워야 했다.

집이 가난해서

사탕 사 먹을 돈이 없어

감나무에 올라가 눈 맞은 홍시를 따먹곤 했었다.

저녁이면

밥 짓는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 꺼내 먹다 잠이 들곤 했었다.


"산타가 된 소녀야!

오늘처럼 더 많은 경험을 쌓아가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포기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항상 시도해 보길 바란다.

그래서

더 멋진 산타 숙녀가 되고 산타 엄마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 멋 훗날 산타할머니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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