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위한 힐링] #39
데크가 있는 카페였다.
햇살이 따듯하게 내리 쬐고, 아래로는 북한강이 보이는 자리를 잡았다.
삼촌 : 선영아 팔을 좀 걷어봐. 태양 빛이 맨살에 닿으면 말야, 네 몸 속에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이 비타민 D로 변한단다.
선영 : 어, 그래요?
얼른 소매를 걷어붙였다.
삼촌 : 사실 비타민 D는 비타민이 아니야.
선영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삼촌 : 비타민이란 사람의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인데 사람의 몸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걸 말해.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음식을 통해서 꼭 섭취해야만 해서 비타민이라 했고, 발견한 순서대로 비타민 A, B, C, D, E... 순서를 붙인 거야. 그런데 우리 몸이 비타민 D를 스스로 생성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어.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비타민은 아닌 거지. 자, 이렇게 피부에 직접 햇빛을 쐬면 만들어진단다.
선영 : 오, 그렇군요. 그럼 우리가 광합성 뭐, 그런 걸 하는 거네요.
삼촌 : 맞아, 광합성이야. 식물만 광합성을 하는 게 아니라니까. 사람도 자외선을 쬐면 비타민 D가 만들어져. 근데 충분한 양의 비타민 D를 만들어내려면 팔다리 다 내놓고, 하루 30분 정도는 햇빛을 쐬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렵네.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있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잖아. 게다가 선크림 바르면 꽝 되고. 그리고 비타민 D를 만드는 태양광선은 자외선 B거든? 그건 유리를 통과하지 못해. 그러니 실내나 차안에서 아무리 햇볕을 쐬도 비타민 D가 만들어지지는 않아.
선영 : 유리창으로 햇볕 쬐면 살은 타는데, 비타민 D는 안 만들어지는구나. 근데 삼촌, 비타민 D가 임신에도 중요해요?
삼촌 : 응, 아주 중요해.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난자는 물론이고 정자의 질도 안좋아져. 비타민 D는 호르몬의 밸런스를 맞춰주고, 착상이 잘 되도록 해주는 역할도 한단다. 너도 비타민 D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평소에 햇빛 많이 쐬면서 살어. 오늘도 맘껏 쬐고.
선영 : 음, 저 태양이 참 고마운 존재였군요.
삼촌 : 그래, 오늘도 저 해가 떴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삼촌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카모마일 티를 골랐다.
나는 메뉴 결정이 좀 느린 편이어서 메뉴판을 샅샅이 살폈다. 해독주스라는 것이 있었다.
선영 : 삼촌, 여기 해독주스 있네요.
삼촌 : 어, 그거 좋겠구나. 나도 그걸로 해볼까? 해독주스라... 누가 처음 쓰기 시작한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름 한 번 기가 막히게 만들었지? 몸에 독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생각한 개념이겠구나. 이름 한 번 독하게 지었네.
해독주스의 이름이 독하다는 말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삼촌 : 선영아, 사람이 살다보면 마음 속에도 독이 쌓인단다. 그걸 해독해주는 주스는 없을까?
선영 : 삼촌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그런 주스가 있나본데요?
삼촌 : 하하, 있지. 있고 말고.
선영 : 진짜요? 뭔데요?
삼촌 : 해독을 하려면 먼저 풀어야 할 그 독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지.
선영 : 미움, 증오, 뭐 이런 건가요?
삼촌 : 지나간 과거는 후회하고, 다가올 미래는 불안해하고, 지금 현재는 불만스럽고... 만약 마음 속이 이렇다면 말야,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가 온통 불행한 느낌이겠지? 뭐랄까,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하고, 컴컴한 그런 느낌이겠지?
삼촌은 태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삼촌 : 만약 저 태양을 말야, 먹구름이 가려버리면 그늘이 지고, 여기가 좀 어두워지겠지? 그러면 우리 몸에서 비타민 D도 덜 만들어질 거고. 태양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지만 구름에 가려지면 태양이 살짝 힘을 잃어. 선영아, 전에 내가 네 안에도 태양이 있다고 했던 거 기억나니?
선영 : 네, 기억 나요. 삼촌이랑 이런 얘기들을 처음 시작할 때였죠. 내 안에도 의사가 있다면서...
삼촌 : 그래 선영아, 그동안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 나눴었구나. 오늘 내가 불평, 불만, 불안, 두려움, 짜증, 우울, 무기력함, 분노, 억울... 그 어떤 종류의 먹구름이건 올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을 알려줄까?
선영 : 아니, 그걸 왜 이제서야... 알고 싶어요, 간절히.
삼촌 : 딱 두 음절 짜리 단어란다. 알려줄까?
선영 : 에이, 참, 네, 얼른요.
삼촌 : 그것은 바로... '감사'야.
선영 : 감사...
삼촌이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껄껄 웃었다.
삼촌 : 왜, 식상하니? 감사야말로 진짜 내 마음의 해독주스야.
선영 : 교회에서도 많이 들었던 얘기에요. 범사에 감사하라고.
삼촌 : 어디 교회에서만 얘기하니. 대부분의 종교에서 다 강조하지.
선영 : 네, 그렇지요.
삼촌 : 먹는 음식에 농약, 중금속, 발암 화학물질이 들었는가는 신경쓰는데, 자신의 마음 속에는 어떤 독이 쌓이는지 별 생각 없이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마음 속의 독, 이것도 분명 독성이 있거든. 이 독을 꼭 풀어야해. 그동안 생각과 감정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많이 얘기해왔지? 약이나 음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듯이 생각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너 이제는 이해하고 있지?
선영 : 네, 삼촌과 그간 해왔던 얘기의 주제가 대부분 그것이었죠.
삼촌 : 그래, 근데 이 감사야말로 우리 몸에 긍정적인 파동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야. 생리학적으로 볼 때 호르몬과 신경을 지배하는 총사령탑이 뇌의 시상하부라고 하거든? 그런데 대뇌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가에 따라 호르몬과 신경도 변화가 일어난단다.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은 FSH, LH, 세로토닌, 도파민... 이렇게 이름이 붙여져 있고, 화학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실체적인 물질이라고 생각하는데, 감사니 기쁨이니 하는 생각이나 감정은 실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물질이 뭐니? 물질도 계속해서 미분하면 결국 허공이야. 생각을 실체가 아니라고 한다면 물질 역시 실체가 아닌 거지. 물질과 생각은 미시적인 세계로 파고 들어가면 사실 그 둘을 나눌 수 있는 경계가 없어.
선영 : 네, 삼촌. 생각은 에너지이고, 생각은 물질이고, 생각은 행위라는 것, 그동안 삼촌과 얘기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삼촌 : 그래, 감사가 건강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들이 많아. 감사는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심장 혈관 계통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임신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삼촌은 그런 논문들을 이것저것 많이 봤거든. 너는 그러지마. 감사가 뇌의 전전두엽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는지 그런거 굳이 알 필요 없어. 그냥 감사하면 돼. 휴대폰으로 전화가 가능한 원리를 몰라도 그냥 번호만 누르면 전화를 쓸 수 있는 것처럼, 그냥 감사하면 우리는 그 유익을 바로 누릴 수 있어.
선영 : 감사에 대해 연구한 논문도 있어요?
삼촌 : 그럼, 이 분야에 가장 유명한 연구가 에몬스와 맥클로우의 감사 실험이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UC 데이비스라는 대학이 있는데, 그 대학 심리학과 교수님들의 연구지. 들어보고 싶어? 이런 거 연구할 필요 없다니까.
선영 : 얘기해주세요, 그래야 제가 믿고 실천할 거 아녜요.
삼촌 : 이 실험은 대학에서 정신건강 과목을 배우게 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데, 학생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눠서 10주 동안 한 주에 한 번씩 리포트를 내게 했어.
첫 번째 그룹은 감사 그룹인데, 그들이 받았던 지침은 이것이야. "우리의 삶에서는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그것에 감사할 만한 많은 일들이 생깁니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세요. 그리고 당신의 삶 속에서 감사하게 생각되는 일 다섯 가지를 적어보세요."
두 번째 그룹은 짜증 그룹이야. "당신을 귀찮게 하거나, 짜증나게 하는 일, 이런 일은 삶의 여러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이를테면 관계, 일, 학교생활, 가사일, 재정, 건강 등. 오늘 하루를 돌아보세요. 그리고 당신에 삶에서 일어났던 그런 일들을 다섯 가지 적어보세요."라는 지침을 받았어.
세번 째 그룹은 중립적인 그룹이지. "지난 한 주 동안 당신에게 인상적이었던 사건을 다섯 가지 적어보세요."
학생들을 성향에 따라 배정한 게 아니야. 그냥 무작위로 배정한 거야.
선영 : 오, 재밌는 실험이네요.
삼촌 : 감사 그룹의 사람들은 이런 것을 적었어. "오늘 아침에 구름 사이로 해가 보였다", "친절한 친구가 있어서 감사", "멋진 부모님이 있어서 감사", "오늘 하루가 더 주어졌다", "투표권이 나에게 있다니", "신이 내린 선물, 결단력", "기회가 아직 있다" 등등.
짜증 그룹의 사람들은 "세금",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부엌이 엉망인데 아무도 치우지 않는 것", "돈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 "시험을 망친 것", "멍청한 운전자들", "밥을 태웠다", "도와줬는데 고마워하지도 않는 친구" 등을 적었어.
중립 그룹의 사람들은 뭐 가지각색이었지.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신발장을 치웠다", "지구 축제에 참가했다" 등등.
선영 : 하하, 재밌네요. 감사하려고 맘 먹으면 감사 거리가 한 없이 많고, 불평할 거리 역시 불평하려고 맘 먹으면 한 없이 많겠어요.
삼촌 : 그렇다니까.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을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의 기분과 신체적인 컨디션 등을 체크하는 일지를 썼었어. 그래야 이 실험 전후에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비교할 수 있으니까.
선영 : 변화가 일어났나요?
삼촌 : 그저 한 주에 한 번씩 과거를 회상하며 짧은 문장 다섯 줄을 써본 것 뿐이야.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지. 감사 그룹의 사람들은 나머지 그룹보다 행복감을 25% 더 느끼게 되었어.
그저 기분만 바뀐 것이 아냐.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건강 상태와 신체 증상까지 체크해봤어. 두통, 어지러움, 복통, 가슴 통증, 숨막힘, 피부 트러블, 콧물, 코막힘, 근육통, 근육 피로, 소화불량, 메슥거림, 장이 불편함, 추운 느낌, 식욕부진, 기침... 등등 다양한 신체증상이 있는지 없는지도 체크해봤거든? 근데 감사 그룹은 그런 증상도 덜 느끼게 된 것으로 나타났어.
선영 : 진짜요?
삼촌 : 그렇다니까. 게다가 감사 그룹에 속했던 사람들은 짜증 그룹보다 운동을 1.5시간을 더 많이 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어. 기분도, 몸 컨디션도 좋으니까 운동을 할 의욕도 더 생긴 거겠지.
선영 : 놀랍네요.
삼촌 : 복을 세어볼 것인가, 짜증난 일을 세어볼 것인가?
선영 : 결국 "어떤 질문을 받았는가"가 실험대상자들의 삶의 질을 바꿔놓았네요.
이재성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