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훈;남에서 햄부기까지
-부캐 문화와 젠더 표현

“부캐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나 자신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이다"

by 토마토


글의 시작

요즘 SNS와 유튜브를 보면, 연예인이나 일반인이 ‘부캐’를 활용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캐란 쉽게 말해 ‘본캐(원래 자신)와는 다른 캐릭터’이다. 단순히 웃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사실 부캐는 젠더를 표현하고 실험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남성은 ‘강하고 무심한 남자’뿐만 아니라 감정이 있는 남성으로, 여성은 온화한 모습만이 아니라 솔직하고 촌스러운 모습 또는 현 사회현상을 과장되게 보여줄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엄지윤의 ‘엄지훈남’, 이수지의 '햄부기'‘제이미맘’, 그리고 '새천년 체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부캐가 젠더를 어떻게 새롭게 보여주는지 살펴보고, 직접 체험과 댓글 분석을 통해 관찰한 내용도 소개한다.


부캐와 젠더, 왜 연결될까?

부캐를 단순한 웃긴 캐릭터라고만 볼 수는 없다.
부캐는 내가 원하는 나를 보여주고, 사회가 기대하는 남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볼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즉, 부캐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젠더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 사회를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실험실인 셈이다.


1 — 엄지윤의 ‘엄지훈;남’

엄지훈남은 전형적인 남성성을 과장해 보여주면서, 동시에 섬세하고 감성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웃기면서도 멋있어 보이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너무 똑같아서 공감된다”, “재밌다”라고 반응하는 것이 그에 반증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한 의미는 남성성도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래는 요즘 2030이 즐겨보는 플랫폼, 데일리패션뉴스와도 인터뷰를 진행한 모습이다. 순간순간의 대화방식, 행동, 손짓이 모두 실제 있을 법한 훈남들이 하는 모습들을 잘 따라 하며 보여줘서 너무 공감되고 웃긴 포인트다. 여기에서 영상을 봐도 좋을 것 같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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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회사에서 남들보다 트렌디한 것에 살짝 늦는 편이다. 그래서 몰랐다. 엄지훈남이 엄지윤의 부캐인 것을.. 하지만 내가 알았을 때 이미 많은 동료들이 엄지훈남의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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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1) 이수지의 ‘햄부기’

“유머로 뒤집는 여성성”

개그우먼 이수지는 ‘햄부기’라는 부캐를 통해 “국힙의 돼장”, “햄버거 먹는(부르는) 힙한 언니” 같은 이미지를 과장되게 보여준다. 그녀는 SNS에서 힙합 비트에 맞춰 랩을 하고, 과하게 먹고, 자기 몸을 유머로 소비한다.


이번 발표 5일전, 10월 21일 신곡이 또 나왔다. HAMBUGGY-'BUGGY BOUNCE'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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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햄부기 노래에서 '쇠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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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햄부기는 꾸밈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여성은 예쁘고 정제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과감히 비트는 거 같다. 이수지는 인터뷰에서 “엄마가 햄부기를 제일 싫어했다. ‘배 까지 마라, 시아버님 다 보고 계신다’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 부캐가 얼마나 기존 규범을 건드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링크)


하지만 시청자 반응은 의외로 따뜻했다. “너무 솔직해서 좋다”, “진짜 해방감 느껴짐” 같은 댓글이 많다.

햄부기는 결국 유머를 통해 ‘여성성의 자율성’을 표현하는 부캐다. 이는 “젠더 표현의 다양성”이 일상 속에서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2 — (2) 이수지의 ‘제이미맘’

“맘(mom)의 재구성, 욕망·유머·학부모 코드의 뒤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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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의 '제이미맘'은 올 초 (25년 겨울) 나오자마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강남맘', '대치동맘'을 희화화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곧장 연예인 한가인 씨의 유튜브 댓글 테러가 발생했다. 사족이지만 막 유튜브를 시작하고 인기를 얻던 한가인의 실제 캐릭터와 유사했던 거다.

'제이미맘'은 고급 브랜드 패딩 몽클레르를 걸치고 ‘대치동 엄마’ 코드를 과장하며 나타낸다.

예컨대, 자녀 학원을 돌고 명품 브랜드 가방을 들고 있는 이미지, ‘열정 학부모’로서의 과잉된 모습을 유머로 보여준다. 이 캐릭터는 처음엔 “웃기다”는 반응으로만 소비되었지만, 곧이어 “어쩐지 우리 옆에 있을 것 같다”, “너무 리얼하다”는 공감 반응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한국 사회에서 ‘맘’(엄마) 역할은 오랫동안 가정·자녀 중심의 사회적 기대 속에 놓여 있었다. 제이미맘은 그 기대 속에서 “완벽한 엄마” 이미지를 풍자하고 뒤집는다.

(예: “포장지 같은 엄마” “학원 스케줄에 맞춰 사는 엄마” 같은 고정된 이미지.)


하지만 이 캐릭터는 그 꼴을 그대로 보여주며, 동시에 유머로 전복하고 있다.
→ 과잉된 소비, 학부모 경쟁, 자아 희생 등 보이지 않던 부담을 ‘웃음’이라는 매개로 드러난다.


'제이미맘'은 여성성을 단일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집에서 조용히 있는 엄마’가 아니라, ‘시선에 노출되고 소비하는 엄마’로 버전업 되어 있다. 또한, ‘엄마’라는 역할이 가진 사회적 틀(자녀·가정·희생)을 유희적 방식으로 해체한다.


이는 앞서 남성성에서 본 변화(예: ‘감정 있는 남성’)처럼, 여성성에서도 다양한 표현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영상 댓글이나 SNS 반응을 보면:

“내 동네에 진짜 있어서…”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
“그래도 웃기니까 좋다”
이런 키워드들이 반복된다. 이건 단순 유머 소비를 넘어 사회적 자기 투영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 '새천년 체조'

“몸의 제스처로 시대를 패러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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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체조’는 2000년대 초반 학교 방송 시간마다 흘러나오던 국민 체조를 패러디한 영상으로, 최근 다시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밈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공유하는 집단적 향수를 자극한다. 화면 속 인물들의 복고풍 의상과 움직임은 과거의 교련 체육 문화를 재현하면서도, 과장된 제스처와 표정을 통해 젠더 수행(performance)으로서의 몸짓을 드러낸다. 즉, 남녀 구분이 뚜렷했던 과거의 신체 표현을 오늘날의 유연한 젠더 감각 속에서 재해석하며, 세대적 기억과 젠더 표현의 교차점으로 작동한다. 주로 남녀 모두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참여하며, ‘당시의 젠더 규범’을 우스꽝스럽게 재현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여성들이 ‘과장된 섹시 포즈’를 일부러 따라 하거나, 남성들이 ‘예쁘게 춤추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라면 이 링크를 따라가도 재밌을 것이다.


이렇게 '엄지훈남', '햄부기', '제이미맘', '새천년체조'에 대해 찾아보고 연구해 보니 과연 내가 부캐를 만든다면? 상상해보게 되었고 궁금해졌다.


나만의 부캐 실험실?


직접 부캐 실험

나는 인스타에 ‘나의 부캐’ 계정을 만들어 ‘햄부기’처럼 유머러스한 자아를 시도해 보았다.

요즘 사회적인 현상 용어 중 하나인 '영포티'따라하기! 그전에 영포티에 대해 알아보자.

40대는 정말 젊은 척하는 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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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2025-10-27 오후 3.17.40.png 마흔즈음에 웹툰 ; 불편한 진실을 필터링없이 마주하게 되는 만화


스크린샷 2025-10-27 오후 3.08.03.png AI로 만들어진 영포티 남성과 여성

'영포티'는 원래 2015년 마케팅 업계에서 만들어진 긍정적 용어였다. 1970년대생들이 40대가 되면서 기존 중년과 달리 트렌드에 민감하고 젊은 취향을 향유하며 소비하는 40대를 지칭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로 변질되어 "청년 세대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를 젋거나 잘났다고 착각하는 철없는 중년"을 약간은 조롱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요즘 영포티 너무 재미있다. 예능에서도 웹툰에서도 여기저기 많이 풍자화되고 있다. 근데 아직까지 부캐는 없어 보인다. 내가 한 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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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NS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하고, 계속해서 남들을 가르치려하는 영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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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억지로 젊어보이려고 하며 MZ와 같은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하는 영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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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력있는 이성에게 과도하고 부담스럽게 스윗한 척 하려하는 서윗 영포티


관찰 포인트


나의 감정 변화는 실제로 다른 자아를 연기할 때 느껴지는 ‘해방감’ vs ‘부끄러움’ 그 경계였다.

주위 반응도 비슷했다. “이상하다”, “웃기다”, “진짜 같다” 등의 표현이 있었다.


나는 이를 통해 SNS 속 나의 표현 자유가 어떻게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해 보았다. 수치스러웠고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결론: 부캐는 시대의 "자화상"


부캐는 더 이상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그건 우리가 자기 자신을 실험하는 사회적 장치가 되었고 계속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엄지훈남이 보여준 남성성의 다양성,
햄부기가 드러낸 여성성의 유머와 해방,
새천년체조가 상징하는 특정 세대의 향수,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타인을, 그리고 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부캐를 연기한다는 건, 결국 진짜 나를 확장하는 일이다.”
— SNS 시대의 자기 탐구 방식으로서 ‘부캐’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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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ouTube 엄지훈남 공식 채널

Instagram 이수지 (@soozi._.lee)

Daum News, 〈이수지 “엄마가 제니·햄부기 제일 싫어해, 배 까지 마라 했다”〉, 2025.10.22TikTok #새천년체조 트렌드 해시태그 페이지

정지은, 〈부캐의 시대, 또 다른 나를 실험하다〉, 한겨레21,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