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선 남장신사, "언제나 당당해야 되"

사회의 '이방인'을 넘어 우리 옆의 '사람'으로 전하는 진솔한 고백

by 은밀한 수집가
“언제나 당당해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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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이방인'들이 함께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거나 그들의 사회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피상적인 모습과 편견으로 왜곡된 면모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사견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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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회의 '이방인'들, 특히 '남장신사(드랙킹)'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경험과 역사, 그리고 현재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작품, 연극 <DRAGx남장신사>입니다. '드랙킹'은 여성성 기반의 드랙 퀸과 달리, 남장을 통해 남성적인 모습과 연기를 선보이며 젠더의 스펙트럼을 탐험하고 사회적 성 개념에 질문을 던지는 퍼포머들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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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정동 세실 극장 '창작ing' 무대에서 선보인 다큐멘터리 연극으로, 드랙킹 콘테스트를 통해 탄생한 독특한 창작 연극입니다.


7명의 다채로운 삶, 그리고 회차마다 바뀌는 진심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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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DRAGx남장신사>는 7명의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남장신사들)의 삶의 과정 속에서 겪은 경험과 소회들을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특히 이 연극은 각 회차별로 세 명의 인물 에피소드와 하나의 공통 에피소드를 다르게 공연하는 형식으로, 매번 새로운 조합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관람한 회차에서는 명우형, 색자, 나비와 봉레오, 그리고 부치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다른 날짜에는 다른 인물들의 삶과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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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라는 종합예술의 양식을 사용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성격의 작품답게, 조명 디자인과 기타 라이브 연주 등을 활용하여 유쾌함과 진지함, 때로는 감성적인 분위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보여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다채로운 연출은 관객이 그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경청하도록 유도합니다.


편견을 넘어선 공감: 다큐멘터리 연극이 던지는 질문


<DRAGx남장신사>의 핵심은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겪은 차별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 그리고 그 고민 등을 유쾌하고, 때로는 진중하며, 때로는 담담하게 각자의 삶의 회고로 풀어냅니다. 다큐멘터리 연극이라는 형식이 주는 생생함은, 이들의 이야기를 '신화'나 '도시 전설'처럼 멀고 특별한 존재의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바로 우리와 같은 감정과 생각을 품고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fdbdfb.jfif 연극 <DRAGx남장신사> 포스터

각각의 에피소드가 끝난 후 그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미처 말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의 감정을 더욱 깊게 파고듭니다. 특히 이들이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가 규정한 '젠더 역할'에 도전하고 유동성을 탐구하는 모습은, 우리 스스로의 젠더 개념을 돌아보게 하는 미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작품은 이처럼 무대를 통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해왔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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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접근, 포용적인 시선: 베리어프리와 기록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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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단순히 메시지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베리어프리(Barrier-Free)를 위한 자막과 수어 통역을 상시 제공하여 농인 관객을 포함한 모두가 극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무척 감명 깊었습니다. 이는 문화 향유의 접근성을 넓히는 중요한 사회적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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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웠던 것은, 공연 중간에 관객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근래 본 연극 중에서는 가히 '혁신적인 연극적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연 중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지만, <DRAGx남장신사>에서는 이러한 금기를 깼습니다. 저는 이 행위가 단순히 '인증샷'을 넘어, 그동안 사회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했던, 혹은 감춰져야만 했던 존재들이 이제는 당당히 자신을 '기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공간을 관객들에게 요청하고 마련해 준 것이라는 의미론적 깊이를 느꼈습니다. '침묵하지 않고 스스로를 외치는 행위'에 관객들이 함께 '기록'하며 '증명'하도록 초대하는 강렬한 연출이었다고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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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여정: 우리 모두의 이야기


연극 <DRAGx남장신사>를 통해 제가 자각한 점은, 그들의 이야기가 결코 '신화'나 '도시 전설'이 아니며, 우리와 같은 감정과 생각을 품고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정체성으로 인해 익숙하지 않은 '다름'이 있지만, 그들은 결코 '틀린' 존재가 아닙니다. 이 사실을 자각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시사점은 매우 명확합니다.

다름에 대해 '옳고 틀림'을 따지는 것이 아닌, '인지'하고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DRAGx남장신사>가 지닌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들의 진실된 이야기를 연극 무대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경험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유의미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의 장르가 다채로워 듣고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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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를 가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마음속에 쌓여있던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고, 더욱 넓고 따뜻한 세상을 마주하는 유의미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연극 를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다름'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은 당신이 생각하는 '언제나 당당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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