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여인숙, 그곳에서 발견한 다름과 공존의 온기

구두리 작가의 '사라지는 곳과 여성', 코로나 시대에 던지는 연대의 질문

by 은밀한 수집가
다운로드 (1).jfif 연극 <금성여인숙> 포스터
“배추전!”


바다를 건너 이 땅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저에게, '새로운 사회'는 여전히 적응해 나가는 현재진행형의 과정입니다. 한국말을 할 줄 알았지만, 시외버스를 타지 못해 공항버스를 한없이 놓치던 대학생 시절의 혼란스러운 제가 생생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환경, 문화, 사람들은 때로는 즐거운 모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지의 두려움을 경계하는 방랑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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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강원도 인제의 50년 된 여인숙이라는 '신세계'에 도달하여 저처럼 세상에 한없이 경계하던 한 여사님과 그 여인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연극 <금성여인숙>입니다. 극단 미인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구두리 작가의 '사라지는 곳과 여성' 3부작 희곡 중 하나로, 사라져가는 장소와 그곳에서 삶을 일구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일관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19회 차범석 희곡상까지 수상하며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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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들의 동거: 오래된 여인숙에 닥친 '코로나'라는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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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금성여인숙>은 강원도 인제에서 반세기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금성여인숙'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극명하게 다른 삶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갈등하고, 때로는 비난과 혐오의 감정마저 내비칩니다. 그러던 와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코로나'라는 팬데믹으로 인해 여인숙은 폐쇄되고, 그들은 강제적으로 함께 격리되는 불편한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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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금성여인숙'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블랙박스 무대를 바탕으로, 독립된 방과 함께 공용 공간인 마당을 유기적으로 구성했습니다. 마치 CCTV를 통해 들여다보는 듯,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여러 공간의 모습은 관객에게 현실의 여인숙을 훔쳐보는 듯한 감각을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개별적인 공간이면서도 함께 공존해야 하는 무대적 연출은, 낯선 이들이 물리적으로 묶이며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심화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탁월하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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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마당, 혹은 충돌의 마당: 다름을 좁혀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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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삶과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금성여인숙이라는 오래된 공간에 모이면서,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다름에 거리를 둡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마당이라는 공용 공간을 중심으로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며 서로를 수용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극적으로 잘 구성했습니다. 작품은 이 과정을 코로나라는 보편적인 소재와 여인숙이라는 향수 짙은 공간에 담아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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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여인숙'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서로 다른 삶을 공유하며 이해하는 '화합의 공간'이자 동시에 서로의 다름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충돌의 장소'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혐오를 쏟아내던 이들이 격리된 상황 속에서 작은 도움을 주고받고, 함께 마당에 모여 '배추전'을 부쳐 먹는 소박한 장면처럼 인간적인 유대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처럼 배추전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정(情)과 공동체를 상징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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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여성들: 헌신이 남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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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은 '금성여인숙'에서 평생을 보낸 세 여성, 즉 한없이 소중한 이를 기다리며 배추전을 만드는 부민, 여인숙에서 자신의 한 평생 인생을 바친 지숙, 그리고 식당을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청춘을 바친 순희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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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며 자신을 잊고 살아온 수많은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을 대변합니다. 관객들은 그녀들의 삶의 터전과 업무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과정을 통해, 그녀들의 역사와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상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 속에 자리한 오늘날 우리는 때때로 그들의 헌신을 당연시하거나, '현재 시대의 상식'이라는 이기적인 시선으로 불편하게 바라보며 그들의 진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연극은 우리가 얼마나 진심과 바램을 읽지 못하는 이기주의로 꽉 차 있는지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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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속에서 찾은 삶의 목적: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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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전염병으로 물리적 소외와 질병의 공포가 만연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연극 <금성여인숙>은, 서로 다른 '다름'이 존재하며 쉽게 수용될 수 없지만 결국 우리는 '생존'을 위해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점을 묵직하게 전해준 작품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자 '삶'을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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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을 통해 저 역시 오랜 기간 가족을 위해 삶을 헌신했던 수많은 어머니들이 지닌 진심과 바램을, 현재 시대의 이기적인 상식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봤던 제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 모인 각양각색의 삶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당으로 재잘재잘 넘어오는 듯한 <금성여인숙>은 지금 우리의 시대에 꼭 필요한 따뜻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작품입니다.

P.S. 구두리 작가님의 희곡집(연극 '금성여인숙', '수성다방', '화성골 소녀' 수록)도 판매 중이니, 공연의 감동을 글로 다시금 깊이 있게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연극 <금성여인숙>을 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다름을 이해하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배추전'처럼 당신의 마음을 연 따뜻한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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