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동경과 창작의 고뇌: 뮤지컬 <팬레터>

1930년대 경성의 환상적인 서사, 예술가의 내면을 파고드는 깊은 탐구

by 은밀한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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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소설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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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적은 투박한 글들을 다듬으며, 당시에 가졌던 감상들을 더듬고 과거 '은밀한수집가'의 감정과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반복되는 문장의 버릇, 기호, 표현 방식 등 지나고 보면 고집스러운 모습이 가득한 글들을 마주하곤 하죠. 그렇기에 SNS와 포털에서 만나는 좋은 글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며 배움을 얻고 꾸준히 노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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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살아 있음'을 꿈꾸는 경험은 어떠한 시대와 상관없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글쓰기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성찰하려는 저에게, 오늘 만난 뮤지컬은 그 자체로 글쓰기와 창작의 본질을 묻는 질문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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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민족의 언어가 탄압받던 시절, 문학으로 저항과 우정, 사랑을 외쳤던 문인들과 한 소설가의 영원한 사랑을 담은 뮤지컬, <팬레터>입니다.



잃어버린 마음을 잇는 편지: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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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레터>는 뮤지컬 <마리 퀴리>, <랭보>, <아몬드>를 제작한 라이브 컴퍼니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2016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을 맞이했습니다. 이야기는 1930년대 경성에서 시작됩니다. '세훈'은 '히카루'라는 죽은 여류작가의 소설이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게다가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의 진짜 정체까지 밝혀진다는 소문에, 문인들의 모임 '칠인회' 멤버이자 당대의 소설가인 '이윤'을 찾아가 그 출간을 중지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히카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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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레터>는 당시 실제 존재했던 '구인회' 문인들, 즉 이상, 김기림, 이태준, 김환태, 김유정 등을 모티프로 구상되었다는 점이 작품을 보는 큰 재미를 더합니다. 관객들은 실제 역사 속 문인들을 연상하며 극의 몰입감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인물들을 차용하는 것을 넘어, 당시 문학적 배경과 분위기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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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한국 근대 문학사의 낭만과 비극성을 정교한 서사로 엮어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당시 문인들이 겪었던 예술적 좌절, 시대와의 불화, 그리고 순문학의 가치 추구 등이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정세훈', 그리고 가상의 존재인 '히카루'의 복합적인 관계성을 통해 탁월하게 그려집니다.

특히 '편지'는 이 공연의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닙니다. 극중 인물들의 잃어버린 마음을 고백하고, 내면의 비밀을 공유하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잇는 서사적 핵심 장치로 활용됩니다. '편지'는 뮤지컬 <팬레터>의 핵심이자 주제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오브제로 기능합니다.




히카루: 예술가의 창작 고뇌와 욕망이 빚어낸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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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레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히카루'의 존재입니다. 저는 히카루의 존재가 단순히 세훈의 '또 다른 자아'를 넘어, 예술가의 창작 고통, 내면의 분열, 그리고 뮤즈에 대한 갈망을 은유하는 상징적인 존재라고 해석했습니다. 김해진에게는 잃어버린 문학적 이상향이자, 그의 글에 영감을 주며 때로는 죽음을 예고하는 '아름다운 파괴자'로 비쳤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히카루는 김해진의 사랑과 예술적 인정을 받고자 하는 정세훈의 욕망의 화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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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정세훈이라는 인물의 내면적 갈등과 심리적 성장통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세훈은 김해진을 동경하고 선망하며 자신의 자아 정체성과 예술적 방향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는 자신의 글을 창작하고 김해진의 인정을 받기 위해 '히카루'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내어 해리(解離)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예술적 재능과 욕망이 만들어내는 위험한 양면성, 즉 창조와 파괴의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페르소나와 갈등을 일으키며 점차 통제 불능이 되는 과정은 깊은 흥미를 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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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그림자를 활용한 연출'은 이러한 인물들의 내면 분열과 환상,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히카루의 존재감이 그림자로 나타나거나,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이 흑백의 대비를 이루는 그림자 연출로 시각화되는 장면들은 극의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키고, 예술가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림자와 편지를 활용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예술적 동경과 창작의 욕망이 빚어낸 환상,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집착을 통해 예술가 내면의 분열과 성장을 깊이 있게 담아낸 것입니다.



고독 속 연대: 진실된 소통을 향한 간절한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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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리하면서 뮤지컬 <팬레터>는 진실된 소통 부재가 가져오는 비극을 마주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이상적인 문인 모임을 이루고 있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각자의 고독과 창작의 고통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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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진은 천재적인 작가이지만, 깊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과 마음을 터놓고 진정으로 '연대'할 수 있는 존재를 간절히 염원했으며, 그 갈망의 대상이 바로 환상 속 존재인 '히카루'였습니다. 비록 히카루가 세훈의 분신이라는 점에서 비극적인 측면이 있지만, 해진은 그 가상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마음속 깊은 곳의 고독을 치유받고 영감을 얻었던 것입니다. 히카루는 해진에게 단순히 뮤즈가 아니라, 그의 깊은 고독을 알아주는 유일한 동지이자 이상향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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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팬레터>는 개인의 창작 고뇌와 사랑, 동경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연대'에 대한 갈망을 다룹니다. 진정한 소통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기 기만적인 환상을 만들고, 그 속에서 위안을 찾는지를 보여주며, 결국 진실한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합니다. 해진이 진정으로 꿈꾸었던 뮤즈이자 동지이자 이상향을 함께 바라보며, 관객들 각자의 가슴에 아련함이 깊게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비극 속에서도 빛나는 문학적 열망

뮤지컬 <팬레터>는 예술적 동경과 창작의 욕망이 빚어낸 환상,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집착을 통해 예술가 내면의 분열과 성장을 그린 뮤지컬입니다. 193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문학의 가치를 지키려 했던 문인들의 열망, 진실과 환상, 고독과 연대라는 복합적인 주제들이 아름다운 음악과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공연은 관객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의 고뇌와 함께, 인간 내면의 진실된 소통에 대한 갈망을 던집니다. <팬레터>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안의 '히카루'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팬레터>를 통해 '해진'선생의 시대에 굴하지 않는 문학적 열망을 뜨겁게 느껴 보시길 추천합니다.


[마무리]

[작성자 정보]: 은밀한 수집가, 丁火 丁海緣 드림

[질문]: 뮤지컬 <팬레터>를 보면서 여러분에게 가장 깊이 와닿은 '예술가의 고뇌'는 무엇이었나요? 혹은 여러분에게 '히카루'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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