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명절도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들은
나라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다.
이미 알고 있었는지 사진 속 바깥사람의 얼굴은
오늘따라 더욱 흐려보인다.
지게를 내려놓고 농사를 끝내보니
잘 펴지지 않는 손에 골이 깊은 두렁만 가득하고
쓴 맛을 모르게 된 입 안에선
옅은 숨이 새어나온다.
하얀 냉장고 안 혼자 먹을 김치는 많건만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 없는 명절이건만
새해 공기에 이끌려 시장에 나가본다.
흥성한 시장 분위기
검은 비닐봉지 양손 가득 든 사람들이 짝지어 다니고
어린아이 손을 꼭 붙잡은 젊은 엄마의 피로가 느껴지는 곳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아이는 궁금한 것이 많다
엄마, 왜 명절엔 시장에 사람이 많아요?
명절에 가족들하고 모여서 먹을 음식 준비하려구 많지.
그런데 그냥 명절 시장 분위기를 느끼려고 나오는 사람도 있어.
엄마의 대답에 잠시 갸우뚱하다가
이내 나를 보고선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나는 시장에 오면서 돈 한 푼 챙기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