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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빛 Nov 09. 2022

락스 물 찬양가

-수영 전도의 글

뽀글뽀글 뽀그르르

물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그저 내뱉는 숨에 생기는 뽀글뽀글 잔망스러운 소리와

다른 사람의 발차기에 생기는 참방 소리.


바닷속은 얼마나 고요할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외부 소리와는 단절된,

조용하고 차분하고 아주 파란,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


수영장 물속은 그런 매력이 있다.



나에게 아가미가 있다면

아마 한두 시간 물밖으로 안 나오고 그저 물속 멍을 하염없이 했을 것 같다.

그곳에선

하루에 수십 아니 수백 번 듣는 나를 부르는 소리도,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소리도, 불만소리, 성난 소리, 짜증 내는 소리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좋고 감사한 일이지만

내 에너지가 온전히 채워졌을 때 그것도 가능한 일이니까.


가까운 친구의 손길에

거부감 없이 수영장에 다시 몸을 담갔다. 15년 만이다.

그렇게 수영하길 올해 3년 차.

이제는 그 어떤 운동도 수영을 대신할 수 없을 만큼

흠뻑 빠져있다.


락스 물엔 희한한 능력이 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수영을 하며 몇 번 저스고오면

화가 락스 물에 탈색이라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화의 색이 옅어져 있다.


속상한 일이 있어서

수영장을 다녀오면 그래 그럴 수 있지, 이해심이 아주 넓어진다.


즐거운 일이 있어서

즐겁게 수영을 다녀오면 더 즐거워진다.



수영 선생님이 빡시게 굴리는 50분,

몸이 녹아내 릴 정도로 힘을 빼놔도

노곤한 뜨순물에 씻고 나올 즈음엔

새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몸이 깃털 같은 느낌이다.


오리발이라도 끼고도는 날이면

내가 날치인지 날치가 나인지 물속 비행기라도 탄 것처럼 신이 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서 노는 오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애정도 생긴다.

'너넨 좋겠다. 디폴트가 오리발이라서'


독박 육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수영으로 키우고

화와 분노 슬픔을 운동으로 다스리니

삶이 윤택해졌다.

마음이 넓어지고 온화해졌다.

모든 고민과 걱정을 락스에 녹여버리고 

빈손으로 돌아오니 삶의 숙제 같은 내려놓기가 가능해졌다.


그곳에서 만나는 수친은 사랑의 선물.

함께 운동하며 전우애 같은 우정을 쌓아가는,

그것도 성별과 나이를 넘나드는 우정은 가끔 이 신박한 락스 물보다 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각자의 얼굴이 다른 만큼 맞는 운동도 다르겠지만

혹시, 땀 내기 싫고 씻고 싶고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혼자가 아닌,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힐링이 필요한 그런 분께

적극 추천합니다.


수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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