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세상의 온도를 올리는 작은 힘

어릴 때부터 나는 다투거나 관계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참 어려웠다.

친척동생들이나 친구들이 나와 있을 땐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배려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것이 늘 나의 마음에 편안함을 가져왔다. 

 사실 그 배려는 남을 정말 위해서라기보단,

남들이 나로 인해 불편을 느끼지 않아야 내 마음이 편하기에,

혹은 밤에 이불 킥을 방지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혹자는 착한 병이라고 도 불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 마음의 불편함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으니까.

나의 배려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아니 지금도 계속 그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진화해 나가고 있다.

학창 시절을 함께 했고 지금도 진한 우정을 나눠온 내 친구들은

나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항상 고마워하며 오랜 시간 따뜻한 마음을 나눴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일 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된 배려가 권리인 줄 알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던 친구들은

결국 그 배려의 줄이 끊기게 되면 불만을 토로했다.

또 어떤 친구는 그 배려를 이용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교묘하게 본인이 필요할 때만 갖다 쓰는.

이렇게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해보고 나서 느낀 점은

배려는 받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충분한 사람에게만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그릇의 기준은?

아마도 시간이 알려 줄 것이다. 

그릇이 충분치 않은 사람은 분명 당신을 호구로 만들어 버릴 것이고

그때 당신은 상처받지 말고 더 이상 마음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배려는 상대방의 보답을 바라는 행동이 아니니까.

배려를 호구로 둔갑하게 하는 것은 배려를 한 사람의 탓이 아니라

그를 호구로 만든 사람의 인성 탓이지, 배려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제 그 사람은 그 배려를 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냈으니 

앞으로 그 사람 앞으로 좋은 배려를 베푸는 좋은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지복을 발로 찬 거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인간관계 안에서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수천 가지의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해 나가게 된다.

본의 아니게 상처도 주고 상처도 받고

말랑해진 마음속에서 단단하게 마음이 여물어간다.

나 또한 나의 배려가

나를 호구로 만들었을 때만큼 속상한 적이 없었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행동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으니 왜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차피 대가를 바라고 행동한 게 아니었고

상대방은 그것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으니

더 이상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요즘 사회 기류와 온도가 많이 차가운 편이다.

코로나 시기 이후로 더 심해졌고

젊은이들도 본인 위주의 삶이 당연하게 여기다 보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에서 오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여기저기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산재해있다.

여기에 배려의 존재 이유가 있다.

차가운 마음을 조금씩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온도 1도가 배려이고

그에게는 지금 이 기류를 조금씩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힘을 기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