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늘그막의 서재는 참 간편했다.
천 권의 책이 돋보기 하나에 다 들어 있었다.
어쩌다 젊은 내가
그 두꺼운 책을 들여다볼라치면
그 오래된 문자들은 어질어질 어지러웠다.
어떤 지혜서도 침침한 눈으로는 볼 수가 없어서
그저 얌전히 책상 위에 놓였다가
두 귀에 척 걸치기만 하면
빽빽하고 흐릿하던 글자들의 시야가 훤히 뚫리면서
깊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펼쳐지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아버지는 점점 좁아져서 마치
한점의 소실점처럼 멀어졌다.
책들이 겹쳐지고 쌓여 어떨 때는 중얼중얼
입 밖으로 흘러넘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의 서재는 점점 더 두꺼워져 갔다.
돌이켜보면 책의 페이지란 가장 어두운 곳,
흰 바탕에 검은 글자들이 어둑하게 박혀있는
저녁 무렵 같은 밝기였다.
그러나 캄캄해지는 저녁 무렵의 지혜란
천 권의 책보다도, 깜박깜박 저 멀리서 빛나는
한점의 불빛이면 족하다고 했다.
늘그막의 아버지 서재는
확장된 동공 같아서, 환한 등불 같아서
요즈음의 나는 한없이
아버지의 그 서재가 부러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