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컴뱃 투신 김재웅, 조정현 감독 인터뷰
싸움의 신, 투신이라는 이름으로 링을 지배한 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블랙컴뱃 밴텀급의 새로운 챔피언, 김재웅 선수.
그의 뒤에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그를 정상으로 이끈 조정현 감독이 있었다.
두 사람을 만나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재웅: MMA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익스트림 컴뱃 투신 김재웅입니다.
조정현: 익스트림 컴뱃팀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지도도 함께하고 있는 감독 조정현이라고 합니다.
Q. 최근에 블랙컴뱃 밴텀급 챔피언이 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재웅: 시합 당일에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어서 불안했었지만, 컨디션도 시합의 일부고 거기까지 왔는데 도망갈 수도 없으니까,
지금까지 한 걸 믿고 그냥 시합에 임했어요. 그러니까 좀 더 시합에 집중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조정현: 저는 재웅이가 당연히 이길 거라는 걸 믿고 있었습니다.
Q. 이번 경기에서 TKO로 승리를 하셨는데, 인터뷰에서는 스스로의 경기력을 별로라고 평가하셨습니다. 그렇게 평가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재웅: 사람들은 제가 이겼으니까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느꼈을 때는 펀치의 각도라든지 크기라든지
그런 것들이 제가 준비하고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나갔기 때문에 제 스스로에게 화가 났어요.
Q. 재웅 님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감독님께 어리광을 많이 부렸다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
김재웅: 네, 어렸을 때부터 감독님과 함께하다 보니 나이를 먹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조정현: 재웅이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려도 저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다독여줄 뿐이에요. 사실, 결국엔 스스로 알아서 잘하고 있어요.
Q.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김재웅: 저에게 있어서 감독님은 없으면 안 될 존재에요. 감독님이 없으면 시합을 못 뛸 거 같아요. 그런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조정현: 재웅이는 저한테 큰아들 같은 존재예요. 저도 저 나름대로 지도자로서의 꿈이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재웅이는 그런 걸 이뤄준 선수예요.
Q. MMA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재웅: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 자주 갔는데, TV에서는 항상 격투기 경기가 나오곤 했어요. 그걸 보면서 ‘나도 잘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하게 됐죠.
그런데 사실 저는 방구석 파이터였거든요. 막상 체육관에 가서 한 대 맞아보니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도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Q. MMA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재웅: 종합격투기에는 정말 다양한 기술들이 있고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어요. 그만큼 배울 게 많다 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앞서 말했듯이 엄청난 쫄보였는데, 상대와 싸워 이겨내야 한다는 도전적인 마음을 가지면서 점점 멘탈이 단단해지는 것도 MMA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정현: MMA는 정말 강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스포츠예요. 아무리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링 위에서 상대가 나를 죽이려고 하고, 나 역시 상대를 죽이려고 해야 하는 이런 싸움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강한 정신력이 필수적인 스포츠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김재웅: 마틴 응우옌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항상 영상으로만 보던 선수와 직접 맞붙게 된 것 자체가 신기했거든요. 경기 자체는 1라운드 만에 끝났지만, 정말 힘든 싸움이었어요.
킥을 다섯 번 정도 맞아서 너무 아팠는데, 문득 ‘아직 내 오른손은 안 맞았으니까, 너도 한 번 맞아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그 한 방이 제대로 들어갔던 것 같아요. 승리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Q. 슬럼프를 겪어 보신 적이 있나요?
김재웅: 네, 어릴 때는 꿈만 보고 달려가는 게 정말 막막했어요. 파이트머니도 적었고 경쟁도 치열해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도망도 많이 다녔죠.
그런데 군대에서 TV를 보는데, 예전에 저한테 졌던 선수가 챔피언이 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 장면을 보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 ‘내가 안 하면 이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가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도전해야겠다. 설령 내가 챔피언이 되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Q. 2025년 목표와 최종 목표가 어떻게 되시나요?
김재웅: 올해는 챔피언 자리를 잘 방어하는 것이 목표고요, 최종적으로는 이 운동을 오래하고 싶어요.
조정현: 저는 목표보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 몇 가지를 정해서 지키고 살아가려 해요. 자기 관리를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거랑, 사람들에게 친절하기 이런 약속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 최고의 팀을 만드는 건데, 이미 이뤘다고 생각해요.
Q. 살면서 했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김재웅: 저는 아마추어 시합에 나갔을 때가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원래 엄청 쫄보였던 터라 시합 전에 긴장도 너무 많이 되고, 심지어 엄마가 보고 싶을 정도로 무섭더라고요.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시합을 치렀고,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저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조정현: 좀 웃길 수도 있는데, 개근상을 받아보겠다고 결심한 게 저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초·중·고를 같이 나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공부도 안 하고 맨날 놀러 다니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개근상을 받았어요. 알고 보니 그 친구 어머님이 선생님이셔서, 공부는 안 해도 학교는 무조건 보내셨던 거죠. 그런데 저는 한 번도 개근상을 받아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할 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년 동안 개근상을 꼭 받아보자’고 다짐했고, 결국 해냈어요. 이 경험이 이후에도 어떤 일이든 끝까지 해내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Q. 도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재웅: 저는 도전이 꼭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두려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마추어 시합에 나갔던 것도 그런 도전 중 하나였죠.
사실 어릴 때는 시합이 너무 무서워서 ‘이제 그만해야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에서 ‘한 번 더 나가보자’는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또 시합을 준비하고, 또 링 위에서 시합을 치렀죠. 그렇게 계속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도전인 것 같아요.
조정현: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과를 낼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는 것보다, 되든 안 되든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 편이에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도전이란 결국, 끝까지 해보는 거 아닐까요?
Q. 도전을 망설이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재웅: 도전이 꼭 거창한 목표를 세워야만 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도전이죠.
그래서 저는 멀리 있는 목표보다, 바로 앞에 있는 것부터 도전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정현: 작고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자신감을 쌓으면, 결국 더 큰 도전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저도 해냈으니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