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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 Jun 23. 2022

할머니들끼리 떠나는 유럽여행

<상상의 날에>

가족들과의 짧은 여행에서 돌아오던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6,70대 할머니들끼리 떠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딸 아들도 손녀 손주도 없이,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21살 여름, 고등학교 친구 셋이 떠난 첫 자유여행.

각자 일정과 사정이 엇갈려 시간이 맞는 친구들끼리 가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그 무렵 여행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마침 장학금을 받았고 방학 때 시간을 비울 수 있어 '한 번 가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합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에 눈을 뜨게 해 준 친구들에게 너무너무 고맙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달 동안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국 다섯 나라를 가기로 하고 각자 대략 열흘 씩 여행 계획을 짰다. 물론 막상 여행길에 올라서는 (당연하지만..) 계획을 뒤트는 일이 생기기도 했고, 알아보고 왔던 것보다 더 재밌어 보이는 것들이 눈에 자꾸만 들어왔다. 어찌어찌 큰 틀만 유지하며 매일 만 보, 이만 보씩 걸어가면서 볼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보고 갈 수 있는 곳은 다 갔다.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아니면 호스텔, 하지만 관광은 최대한 알차게! 다들 '지금 아니면 언제 경험해보겠어!'라는 마인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잘 맞춰가며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갔다. 첫 여행 치고 꽤 풍파를 겪었지만 막상 떠나려니 너무너무너무 아쉬웠다. 넘치는 짐가방에 몸은 고됐지만 내가 여기 언제 또 와볼 수 있을까? 혹은 다음에 다시 오면 여긴 꼭 또 가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여행을 회상하며 추억을 얘기하곤 한다. 거기 진짜 맛있었는데, 그날 엄청 더웠는데 하면서.. 처음 맛보고 신세계를 느낀 티라미수는 이제 한국에도 지점이 들어와 있지만 그때 먹었던 맛을 잊지 못하고, 어이없게 지갑을 잃어버린 에피소드는 몇 번이고 얘기해도 여전히 억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소한 디테일은 조금씩 달라질지라도 두고두고 얘기할 때마다 매번 생생했다.
                                                                            
21살의 여행에는 새로운 문화를 맞이하는 반짝이는 눈과, 지치는 줄 모르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체력과, 사진 한 장 티켓 한 장이라도 더 남기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40년 뒤, 육십몇 살 먹은 할머니가 되어 다시 그 여행지를 가게 된다면 우리는 무얼 보고 싶어 하고 또 어떻게 기록을 남기게 될까? 일정은 여행사에 맡기려나? 하루하루가 끝나는 밤마다, 그리고 모든 여행이 끝나고 되돌아오면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하면서 여행을 떠올리게 될까. 어떤 문화에 신기해하고 미처 경험하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해 아쉬워할까.. 어쩌면 누구는 무릎이 아프니 이만 쉬자 하고, 누구는 무슨 사진이냐며 빨리 가자 재촉할 수도 있겠다. 근데 그만한 대로 뭐 재미있을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여건이 된다면 늙어서 꼭 다시 떠나보고 싶다. (물론 그 전에도 갈 기회를 만들겠지만 ㅎㅎ) 힙한 6n살 할머니.. 내가 도전해보겠음.


우리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여행을 회상하며 추억을 얘기하곤 한다. 거기 진짜 맛있었는데, 그날 엄청 더웠는데 하면서.. 처음 맛보고 신세계를 느낀 티라미수는 이제 한국에도 지점이 들어와 있지만 그때 먹었던 맛을 잊지 못하고, 어이없게 지갑을 잃어버린 에피소드는 몇 번이고 얘기해도 여전히 억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소한 디테일은 조금씩 달라질지라도 두고두고 얘기할 때마다 매번 생생했다.



21살의 여행에는 새로운 문화를 맞이하는 반짝이는 눈과, 지치는 줄 모르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체력과, 사진 한 장 티켓 한 장이라도 더 남기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40년 뒤, 육십몇 살 먹은 할머니가 되어 다시 그 여행지를 가게 된다면 우리는 무얼 보고 싶어 하고 또 어떻게 기록을 남기게 될까? 일정은 여행사에 맡기려나? 하루하루가 끝나는 밤마다, 그리고 모든 여행이 끝나고 되돌아오면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하면서 여행을 떠올리게 될까. 어떤 문화에 신기해하고 미처 경험하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해 아쉬워할까.. 어쩌면 누구는 무릎이 아프니 이만 쉬자 하고, 누구는 무슨 사진이냐며 빨리 가자 재촉할 수도 있겠다. 근데 그만한 대로 뭐 재미있을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여건이 된다면 늙어서 꼭 다시 떠나보고 싶다. (물론 그 전에도 갈 기회를 만들겠지만 ㅎㅎ) 힙한 6n살 할머니.. 내가 도전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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