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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Nov 26. 2018

뻔하지만 미술 기행

01 INTRO 뻔하지만, 미술 기행

루브르도, 오르세도 가보지 않았다. 그런 곳은 왠지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계속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마음 한구석의 위시 리스트(요즘은 버킷 리스트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유행인 것 같지만)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도 제 1순위로 올라온 적도 없는 바램. 그보다 내가 바란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미술관 투어보다는 동네 미술관 투어. 그리고 미술이 생활 깊숙이 스며든 마을들을 천천히 걷는 것이었다. 이건 좋게 표현해도, 뻔하게 표현해도 그냥 ‘미술 기행’이다.


말 그대로 ‘그림을 실컷 보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정해진 자원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것이다 보니 어쩔 도리 없이 시간, 체력, 경비, 일정, 동행인의 취향 등을 두루 고려하게 되고, 결국 그런 여행이 가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중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는 딱 한 번의 기회를 얻었고 지체 없이 남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는 흔히 ‘남프랑스’와 ‘프로방스’를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프로방스는 로마 시절 이후부터 사용됐던 옛 지명이고 정확히 하자면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가 지금의 지명인데 이는 프랑스 남쪽에서도 동부 지역만을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그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맞기는 맞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는 많은 동네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모든 동네를 둘러볼 수는 없기 때문에 들를 곳과 제외할 곳을 신중하게 골라냈다. 이 선택은 당연히 인터넷과 여행 책자들의 정보, 즉 남들이 지극히 남들의 입장에서 제공해준 내용만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무튼 ‘프로방스’라 했을 때 빼놓으면 아쉬울 대표격 동네들 중 이번 여정에서 제외한 곳은 아래와 같다. 지명 기준으로 가나다 순으로 적어봤는데 글로 명확히 적고 보니 바보 같은 이유들도 있는 것 같다.


# 그라스 Grassse – 향수의 동네로 불리는 곳. 향수에 큰 애착이 없어서 제외

# 마르세유 Marseille – 프랑스 제2의 도시라는 말에 자칫 한가로운 시골 동네에서 누렸던 여유로운 감흥이 깨질까 제외

# 망통 Menton – 해수욕과 레몬 축제로 유명한 곳이지만 해수욕할 계절도 아니고 축제 기간도 아니어서 제외

# 베르동 협곡 Verdon Gorge – 원래는 계획에 포함시켰었으나 그 날 폭우로 눈물을 머금고 제외

# 생 레미 드 프로방스 Saint Rémy de Provence – 고흐가 귀를 자른 뒤 요양했던 병원이 있는 곳. 병원은 평소에도 많이 가는 곳이라 ‘여기까지 와서 병원이라니’ 싶은 마음에 제외

# 칸 Cannes – 칸 영화제로 대표되는 곳. 영화제 시즌도 아니고 영화에 큰 관심도 없어서 제외


최종적으로 이번 여정은 아래와 같이 진행됐다.


# 일정 :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걸친 2주 가량

# 항공 이동 by Air France : 인천 – 파리 - 니스 * 마르세유 – 파리 - 인천

# 육상 이동 by 렌트카 : 니스 – 에즈 – 모나코 – 카뉴쉬르메르 – 방스 – 생폴 드 방스 – 엑상 프로방스 – 아를 – 뤼베롱 지역의 마을들 – 아비뇽

6시간 31분이라 표기된 시간은 괘념치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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