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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 Jan 07. 2019

검소한 진심

07 방스, 로자리오 예배당 La Chapelle du Rosaire

# 로자리오 예배당 La Chapelle du Rosaire

며칠 전에 니스의 마티스 미술관에서 로자리오 예배당 작업을 위한 준비 스케치들을 실컷 봤었는데, 오늘은 그 실물을 보러왔다. 방스의 산중턱 쯤에 덜렁 위치한 로자리오 예배당. 주변에 그 흔한 매점이나 기념품 가게, 하다못해 주차장도 없이 정말로 산길 중간에 우두커니 서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복작거리는 동네에 가려면 여기서 1km 정도는 더 가야한다.

표지판 속 예배당 벽면에 그려진 나뭇잎은 <생명의 나무>를 뜻한다


마티스는 이미 70이 넘은 나이에 십이지장암 수술이라는 대 수술을 받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 때 모니크라는 간호사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로자리오 예배당은 마티스가 건강을 회복한 후,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봐준 간호사 모니크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4년에 걸쳐 작업한 결과물이다. 간호사 모니크가 소속된 수도원에 불이 나 새 건물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마티스가 자신의 예술적 능력과 경제적 능력 모두를 기부했다는, 무척이나 훈훈한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마티스는 예배당 건물 외부와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를 비롯하여 미사복과 제단의 촛대까지 모두 직접 구상했기에 이 예배당 구석구석 마티스의 의도가 닿아 있다. 즉, 이 예배당은 마티스 생애 최대의 작품이자 마티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엔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들이 워낙 많아서 처음엔 경이롭다가도 점점 보면 볼수록 이게 그거같고 그게 이거같은 기분이 들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단순하고 깔끔한 건축물이 주는 느낌이 도리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결국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정석인 것이라는 간단한 진리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그 진리를 그대로 실현하듯, 로자리오 예배당은 하얀 건물에 파란 지붕이 전부인, 산골 마을의 조그맣고 소박한 예배당이다. 성당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예배당. 예배를 드리는 공간 이외의 다른 공간은 전혀 없다.


스테인드 글라스도 노랑, 파랑, 초록 3가지의 색상만을 활용해 단순하게 구성되어있는데 이 빛깔들은 각각 신의 빛, 하늘, 자연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벽화인 <성 도미니크, 십자가의 행로> 또한 그저 검은 색의 굵은 붓터치로 하얀 타일 벽 위에 간단히 표현되어있지만 간단하다는 느낌보다는 대담하다는 느낌이 더 크다. 물론 보기에 간단해 보인다고 해서 그것들을 고안하고 창작하는 과정까지 단순하고 쉬웠던건 아닐 터. 그 고뇌의 흔적은 이전에 니스의 마티스 미술관에서 충분히 느꼈었다.


아기 예수는 허름한 남의 집 마굿간의 말 구유에서 태어났다. 본래 개척 교회는 아주 조그만 창고나 공터 같은 곳에서 천막 한 장에 의지하여 시작한다. 사람들은 신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경외심, 사랑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본질은 소박한 것, 검소한 진심이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 예배당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있다.

예배당 내부 분위기와 스테인드 글라스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다




※ 대성당? 교회? 예배당? 다 그냥 성당 아닌가?

한글로는 대개 ‘성당’으로 모호하게 번역되지만 원어를 살펴보면 에글리즈 église, 샤펠 Chapelle, 카테드랄 Cathédrale, 바질리크 Basilique 등 여러 단어로 표기되어 있다.


# 에글리즈 église

모든 성당 혹은 교회.

즉, 크리스트교의 모든 예배 시설을 의미하며 종파와 무관한 단어여서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모두 사용함.

세분화하면 아래와 같음.

* église paroissiale – 교구 성당으로 그 지역 사람들이 주로 이용

* église collégiale – 참사회에서 지은 성당

* église abbatiale – 수도원 안의 성당

* église prieurale – 기도사가 지은 성당


# 샤펠 Chapelle

작은 규모이며, 교구 성당 église paroissiale으로 쓰이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성당을 의미하는데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장식에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음. 로자리오 예배당이 Chapelle에 해당하며 사실 ‘예배당’보다는 ‘기도소’로 기록하는 것이 실제 개념에 가까울 수 있으나 좀 더 보편적인 단어인 ‘예배당’으로 널리 알려짐.

* chapelle intérieure - 성당의 주랑마다 위치한 조그만 기도소

* chapelle palatiale - 국가 통치자들이 만든 궁 안의 예배소로 '권력자들의 개인 기도실' 정도의 개념


# 카테드랄 Cathédrale

한국어로는 ‘대성당’으로 번역되지만 단순히 규모가 큰 성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주교가 있는 성당을 의미.


# 바질리크 Basilique

초기에는 종교과 전혀 무관하였으나 로마가 크리스트교를 받아들이면서 종교적인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단어. 프랑스에서는 ‘특별한 기적이 일어난 장소에 세워진 성당’을 일컬음. 성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세 순례자들의 거점이었던 곳들이 많아 순례길을 걷는 중에 만나는 성당은 바질리크일 가능성이 큼.


※ 위 내용은 네이버 블로거 "풍차동 바람개비"님의 허락을 받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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