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번 투자받아서 해보실래요?

pt시간이 pt타임

by 최준호

사실 내가 코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에게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항상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가 엄청난 아이디어라며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그런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오직 자신 하나인 것 처럼 일급기밀처럼 다루었다

나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면 내가 그것을 앱으로 구현해 세상에 발표하고 그 부와 명예는 내가 독차지 하려는 사람인 듯 조심스러웠다.


그러다 그들이 미처 인내하지 못하고 나에게 자신의 일급기밀을 풀어놓고는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며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아이디어를 전혀 폄하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들의 아이디어는 꽤 괜찮으며 왜 아직 이 세상에 없지? 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하지만, 그들과 나는 어떤 사업도 같이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들은 다른 개발자를 구해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현 시켰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그저 그들의 가장 깊숙한 박스안에 아주 잘 보관되어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래서 같이 무엇인가를 하자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나는 자신이 숨겨왔던 아이디어를 설명할 하나의 오리인형 같은 존재였다.

아무것도 실현될 것은 없지만 말하고 나면 그래도 내 속은 시원해지는.

그리고 마치 이 녀석에게 내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토템이랄까?

그래도 재밌었다. 나도 그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면 더 좋을까 궁리하는 시간은 되었으니.




이제 우리 회사 투자자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다.


투자자님과의 첫 만남은 트레이너와 pt회원간의 관계였다.


투자자님은 같은 건물에서 변호사로 일하시는 분이셨다.


당시 나는 새벽 6시 출근해서 11시까지 pt를 하고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2시간 자고 다시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일하는 트레이너였다. 많게는 하루 최대 12개의 pt를 하는 날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날은 6,7개 정도의 수업을 했었다.

오직 모든 시간을 헬스장에 붙어 있어야 하는 트레이너였다. 그럼 코딩은 언제 하냐고? 퇴근하고 잠깐 짬을 내서 하고 주말 내내 코딩에 붙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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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pt회원들만을 위한 '케이브 사피엔스'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내가 잠을 줄이고 주말을 포기하는 일이 나에게 도파민처럼 다가왔다.

바쁜 일과를 보내고 남는 짜투리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 행복했다.

오늘은 어떤 업데이트를 해봐야 겠다는 기대감에 퇴근이 기다려졌고, 주말에는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36시간이나 코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만든 앱을 pt시간에 회원들에게 소개했다.

pt를 받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운동을 1시간 내내 연속으로 하지 않는다. 세트와 세트간의 휴식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 잠깐씩 앱에 대한 이야기를 회원들과 나누었다.

즉, pt시간이 앱에 대한 PT(프레젠테이션 타임)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내가 만드는 앱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들의 운동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같은 헬스장 회원들고 친해질 수 있는 앱을 만든다?

그것도 트레이너가?

아마 이런 트레이너는 전국에 나 하나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의 우리 회사 투자자님과 pt 수업 중이었다.

(지금부터 투자자님을 변호사님이라고 하겠다.)

나는 또 주말동안 업데이트 한 내용을 신이나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pt가 거의 끝나갈 시간에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코치님, 이거 한번 투자받아서 해보실래요?"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심장이 두근거렸는지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 정도였다.

투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솔직히 겁이 덜컥났다.

앱에 자본이 들어가면 이제 '케이브 사피엔스'는 나의 재미 수준에서 머물면 안되었다.

매출을 내야하는 앱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럴 자신이 있는가? 하면 사실 그럴 자신은 없었다.

내가 앱을 만드는 수준이 기업이 만드는 수준을 흉내내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요, 이건 그냥 제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에요."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우리의 첫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만든 앱이 누군가에게 투자가치가 있는 것 처럼 보였다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두려움도 몰려왔다. 이 앱이 매출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멋있어 질 수 있을까?

내가 그정도의 실력을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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