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피는 장미

『慰安集』#3

by JAE

아버지가 중증 외상으로 길게 입원하면서 운영하시던 공장을 정리하셨다. 그리고 멀리 형네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오셨다. 거동 못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작은 정원이 있는 아파트 1층으로 집을 골랐다. 전 주인은 꽤나 정원을 아껴 꾸몄다. 소나무며 대추나무, 포도나무 등이 있었고, 분홍 장미 나무도 담벼락에 심어 놓았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쌀쌀하다는 날씨에 부모님 집을 방문했는데, 뜬금없이 장미 두 송이가 뜬금없이 피어있다. 신기한 듯 보며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가끔 그렇게 겨울 직전에 피는 장미가 있더란다. 그리고는 아직 봉우리만 있는 한송이가 있으니 잘라다 가져가라고 하신다. 잘라서 집에 화병에 꽃아 주었다.

이틀째 봉우리가 점차 열리더니 4,5일쯤 되니 활짝 열렸다. 여름에 피는 장미를 보다가 한 겨울에 피는 장미를 보니 반가움이 더했다. 그리고 그 꽃이 현재 2주일째 피어있다. 물론 예쁜 분홍 빛은 잃어가고 생기도 없이 말라갔지만 그래도 꽃잎 한 장 떨어뜨리지 않고 고고히 피어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늦게 핀 꽃이라 더 가치가 있다고. 한 여름 흐드러지게 핀 장미 덩굴 속에 한송이도 아름답지만, 11월에 핀 한 송이도 너무나 우아하다고. 우리는 왜 그렇게 빨리 필려고 애쓸까? 그저 조용히 인내하다가 뒤늦게 피어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위로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면 그보다 어찌 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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