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1.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마도 화가 나서 쓰기 시작한 것 같아요. 아이가 아팠던 날로 기억하는데 간호하느라 통 잠을 못 잤거든요. 새벽쯤 열이 내리고 잠든 아이를 보는데 별생각이 다드는거예요. 그야말로 육아에 현타가 온거죠. 분명 처음엔 우울한 감정이었는데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일상생활이 엉망이 된 것 같고 난 아빠인데 이런 감정도 인정 못 하는 자신이 짜증스러웠죠. 잠들지 못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몸에 베터리가 거의 방전된 것 같더라고요. 그때 서서히 죽어가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아니, 살아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책은 제가 살기 위해 쓰기 시작했어요. 초보 아빠와 초보 육아자를 안내해줄 책 찾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직접 육아 생존 가이드를 만들어보자 싶었죠. 하지만 제겐 육아 정보나 팁이 필요한 게 아니었어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육아하라는 진심 어린 자극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육아에서 살아남아 다시 육아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예요. 아빠는 살아내야 해요. 그게 육아든 삶이든 말이죠. 버티고 견디면 살아나요. 아빠는 육아로 죽고 다시 살아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2. 이 책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내용(메시지)은 무엇인가요?
육아는 일단 하고 볼 일이란 거예요. 육아는 생각이나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성격의 일이예요. 왜냐면, 아이는 아빠의 마음이나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아,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모든 육아의 소소한 일상이 아이에겐 하나의 메시지예요. 너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한다는 의미죠. 그래서 육아에선 태도와 자세가 중요해요. 아빠의 마음이야 어떻든 육아하고자 하는 태도와 자세가 지속 가능한 육아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3. 〈아빠는 사실 육아가 싫다〉는 작가님의 첫 책이지요. 이렇게 제목을 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속은 그렇지 않은데 사람이 유해 보이고 성실하고 장난기도 좀 있고 착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좋은 남편, 아빠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남편과 아빠는 오직 아내와 아이만 아는 사실이죠. 〈아빠는 사실 육아가 싫다〉는 육아를 시작하고 저만 아는 불편한 진실 같은 말이에요. 이 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아이는 속일 수 없다는 걸 육아하며 알게 됐어요. 아빠가 사랑한다는 건 알겠는데 아빠 힘들구나! 말하는 아이 눈을 보게 된거죠. 그 순간 아이에게 부끄럽고 미안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아빠를 용서하고 있었어요. 다시 해보라고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죠. 아이는 날마다 부모를 용서한다고 하잖아요. 아이는 아빠보다 아량이 넓은 게 확실해요.
4. 아빠가 되고 싶은 분, 예비 아빠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육아엔 반전이 있어요. 육아로 죽고 육아로 다시 사는 반전이 그것이에요. 육아에서 죽겠다! 자아가 사라질 것 같은 심정이라면 과거의 남자가 죽고 사라져서 그래요. 하지만 죽고 사라져야 할 사람은 미련 없이 빨리 보내는 게 아빠가 살길이라 말하고 싶어요.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아니에요. 육아에서 주인공은 아빠와 엄마고 그래서 둘의 관계가 가장 중요해요. 아빠는 사랑과 관계를 최우선에 둔 사람이에요. 아내와의 관계가 성장하고 성숙하면 육아가 그나마 쉬워져요. 하지만 남자의 관점으론 불가능한 일이죠. 아빠의 정체성과 관점은 변해야 해요. 신분이 변했는데도 아직도 남자로 살고 있으면 결혼생활과 육아의 삶을 살아 낼 수가 없어요. 지금 삶을 살아내려면 아빠가 변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고통스럽지만 선택해야 하는 것 그 게 현실인 것 같아요. 현실과 고통을 받아들이면 그때부터는 고통이 아니에요. 그때부터가 삶인거죠.
5.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쏟는 문장 혹은 내용이 궁금합니다.
4장 육아로만 줄 수 있는 아빠의 유산에 마음이 많이 가요. 아마도 제게 모자란 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육아의 희망과 비전이라면 육아에도 끝이 있고 결과물 같은 게 있다는 거예요. 아이가 다 커서 독립하고 그냥 끝나버리는 육아가 아닌거죠. 아빠가 육아를 통해 줄 수 있는 유산이 그래요. 이 유산이 바로 가치유산이에요. 가치유산은 육아를 통해서만 상속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려면 힘과 정성이 필요하고 심지어 아이가 받기도 까다롭죠. 하지만 아빠는 돈이 아니라 가치유산을 남겨줘야 해요. 이 유산이 아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혹여나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에요.
6.최근 관심사와 앞으로 하고 싶으신 작업이 궁금합니다.
갑자기 관심이 생겼다기보다 늘 마음속에 여러 분야가 있어요. 책은 물론이고 캠핑이나 여행, 간호사나 진로에 관한 것도 있고요. 그중 두 번째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긴 여행을 준비 중에요. 두 아이와 열두 달 열두 도시를 계획 중에 있어요. 그것도 에어비엔비로만 다녀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함께 고생하는 게 이 여행의 테마라고 할 수 있어요. 가족이 함께한 고생만큼 좋은 추억도 없잖아요. 이 여행을 테마로 여행 에세이를 집필할 계획이에요. 육아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