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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 stem cell Nov 20. 2018

수영배우기 딱 좋은 계절이네요 그쵸?

일러스트 에세이 같지만 실은 수영교본 <수영일기>


한 달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지난 해 2월 저를 제외한 가족들이 한 달여 정도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퇴근 후 자유시간이 생겼습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불현듯 수영이 떠올랐습니다.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관리를 해왔기에 몸이 건장한 편인데 수영장만 가면 가족들에게 비웃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그 몸으로 수영장 바닥을 딛고 뛰어다니냐, 몸이 아깝다’면서 놀리곤 했습니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물에만 들어가면 당연히 헤엄을 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게 물 속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물놀이를 여러번 다녀봤지만 수영장을 가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잠수와 걷기 뿐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수영을 제대로 배워서 여름 휴가 때는 가족들 앞에서 멋지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다짐했습니다. 지난 해 겨울의 한파도 제 결심을 막지 못했습니다. 직장 근처에 있는 수영장을 물색해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영장에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어떤 수영복을 사야 할지,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 앞에 달랑 수영복만 입고 있을 수 있을지, 수영장에는 어떻게 들어가는지 등 온갖 걱정거리들이 몰려왔습니다. 결국 주변에 수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수영복, 물안경, 수영모자를 장만했습니다. 수영장에 들어가는 순서도 몇 번을 물어 확인을 하고 머리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봤습니다.


드디어 첫 수영강습날이 되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수영장이 있는 체육센터에 들어갔습니다. 지인이 알려준대로 번호표 발급기에 회원증 바코드를 찍고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락커룸에 들어가 입고 온 옷을 벗어 사물함에 넣었습니다. 수영복 주머니를 들고 초보티를 내지 않으려고 의연한 척 걸어가는데 알몸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 고수들이 왠지 ‘처음 오셨나봐요?’라고 물어볼 것만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힐긋힐긋 훔쳐보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샤워를 하고 수영복과 수영모자를 착용했습니다. 물안경도 옆 사람들처럼 수영모자 위에 걸쳤습니다. 나름 성공적으로 첫 수영장 입성 의식을 치렀습니다. 샤워실을 나와 탁 트인 수영장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이전 시간 강습을 끝낸 사람들과 먼저 온 사람들이 물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물에 들어가서 물장구라도 쳐볼까 했는데 이용객들이 갑자기 물에서 나와 수영장 주변에 둘러섰습니다.


아, 준비운동 시간이었습니다. 강사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다같이 하나! 둘! 준비운동을 하는데 어찌나 어색한지 옆사람, 앞사람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 눈을 피했습니다. 아마도 수영장에 처음 온 사람 티가 팍팍 났을 겁니다. 설레면서도 어색하고 민망한 준비운동이 끝나고 각자의 강습반으로 흩어져 생애 첫 수영강사님과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드디어 물 속에 들어가 수영을 배울 채비를 마쳤습니다.


아마도 많은 수영인들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첫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수영인으로 첫 발을 뗄 때 이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한 책을 만났습니다. 패션일러스트레이터 오영은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펴낸 <수영일기>입니다. 오영은 작가는 여행 중 수영장 풍경을 그리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져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고 합니다.


뜬금없이 수영을 시작한 것, 수영 강습 첫 날의 설레임과 걱정거리, 초급반부터 상급반까지 배우게 되는 네 가지 영법 이야기, 수영을 하게 되면서 달라지게 되는 일상, 먹을거리 이야기, 수영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등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제가 경험한 과정과 너무나 비슷해서 책이 놓여있던 매대 앞에서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어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사 가지고 와서도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유머가 깃든 귀여운 스타일의 일러스트로 그려낸 수영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림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니 왕초보를 위한 물에 얼굴 담그기, 발차기, 수영장에서 올라오기 등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 턴과 스타트, 물잡기 등 수영을 본격적으로 연습할 때 필요한 방법들이 수영교본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최근 개인 자유수영 시간엔 실제로 이 책에서 본 그림을 떠올리면서 각 영법을 연습해 보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수영방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또 한가지 100% 공감하게 되는 부분은 ‘수영과 다이어트의 상관관계’입니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허벅지도 터질 듯이 아프고 팔 근육도 빵빵해져서 곧 박태환 선수같은 몸매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왠걸요. 퇴근 후 저녁시간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힘들게 운동을 했기 때문에 보상으로 치킨, 떡볶이 등을 스스로에게 선물했습니다. 또 그냥 먹고싶어서 먹는 야식은 내일 수영을 위한 동기부여로 탈바꿈되기도 했습니다.


오영은 작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영을 하고 나오는 길에선 어젯밤 먹은 치킨 칼로리는 불태웠겠지 생각하고, 내일은 오리발을 끼고 수영하는 날이니 밤에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된다고 하고, 수영을 하기 위한 동기부여로 피자, 순대, 떡볶이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모습. 그리고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춰보며 살이 좀 빠졌나 생각하다 “그냥 전보다 더 건강해진 걸로”라는 결론을 내리는 작가의 모습에 아마도 많은 수영인들은 싱긋 웃으며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는 또 하나의 재미는 작가가 수영을 하면서 그렸던 작품들입니다. 작가는 #수영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 작품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었습니다. 테이크아웃 커피컵, 화장실 세면대, 거품이 잔뜩 일어 넘치고 있는 맥주잔 등을 수영장으로 변신시키며 수영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수영일기>는 한 번쯤은 오영은 작가와 같은 상상을 해 보셨을, 수영의 매력에 빠진 분들이라면 매우 공감하면서 읽어볼 수 있는 매력있는 그림책입니다.


지난 해 2월 물에 뜨지도 못하는 왕초보가 처음 수영을 배우기 시작해서 올 해 10월까지 1년 8개월을 꾸준히 강습을 받으며 연습했습니다. 이젠 저도 초보 수영인들이 모두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상급반에서 뺑뺑이를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급반이 되면 완전 수영을 잘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수영을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더군요. 오영은 작가께 부탁하고 싶습니다. 상급반 이후의 이야기들로 수영일기 2를 만들어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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