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부역자들의 사기극 진실 파헤친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이명박과 그 일당들의 대국민 사기극을 파헤친 12년간의 탐사보도!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원작>
“강은 누구의 것인가?”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쓴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읽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물음이었습니다. 강 주변에서 강이 주는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강의 주인일까요? 아니면 일종의 공공자원으로서 강이 있는 나라 모든 국민들의 것일까요?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자연마저도 누군가가 소유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정수근 시민기자가 말했듯 “강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강은 스스로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생태계”라는 것도 다시금 환기합니다.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에는 누구의 것도 아닌 자연의 선물, 강을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탐욕스럽고도 뻔뻔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먼저 주변에 손에 잡힐 만한 물건들은 치우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다가 열받아서 주변 뭔가를 집어 던질 수 있습니다. 또 깨질만한 것들은 읽는 자리에서 멀리 두십시오. 역시나 분노로 탁자를 내리쳐 물건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혈압이 높으신 분들도 이 책을 펼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병세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부자되세요’ 대통령을 뽑은 비용과 그가 남긴 부채
“국민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구호로 대통령이 된 이명박. 국민들의 탐욕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표를 얻은 그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국민들이 반대하자 4대강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재정사업을 추진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반대 의견을 내는 시민단체를 파렴치한 단체로 몰아 제압했고, 엄청난 홍보비로 언론을 제어했으며,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교수는 각종 연구용역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 평가 등도 법을 교묘하게 피해 졸속으로 진행하고, 사업 예산도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4대강 사업은 22조 원이라는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며 강행되었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후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흐르는 강을 막아 악화된 강의 수질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조롱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 같았던 대통령을 뽑아 치른 비용은 4대강 사업 예산만 22조 원입니다. 게다가 4대강 주변 공원 조성 및 유지, 부실시공된 16개 댐 보수, 바닥보호공 보수, 녹조 제거 작업 등을 포함해 매년 6천억~1조원 가량의 세금이 4대강 유지관리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이 세금을 복지에 사용했다면 어땠을까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의 말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국립대학 학생들을 공짜로 학교에 다니게 하면 1년에 2조원이 듭니다. 30조원이면 15년을 무료로 가르칠 수 있는 돈이죠.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무료로 하면 1년에 7조 원입니다. 최근에 아동 수당을 1인당 월 10만 원씩 주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돈이 연간 3조원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면 1년에 2500억 원이면 됩니다. 4대강에 투입된 30조원을 복지에 사용했다면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누렸을 겁니다.”(165쪽)
죄값을 치러야 할 사람들
4대강 사업은 이명박의 오만과 탐욕으로 덧칠된 사기극이었다고 김병기 기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학자, 정치인, 관료, 재벌, 검찰, 법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역자들이 있었기에 이 사기극이 가능했다고 밝힙니다. 특히 언론은 국가의 재정사업을 검증하기는커녕 홍보비를 받아먹으며 사기극을 포장하기에 바빴습니다. 이 책은 국민 모두가 읽으며 아파해야 하겠지만 특별히 부역 언론인들이 반드시 읽고 반성하면 좋겠습니다.
김병기 기자 등 저항자들은 12년간 ‘대국민 사기극’을 추적하며 주범인 이명박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역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묻습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 정종환 전 국토해야부 장관,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끈질기게 찾아가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있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사기극에 부역한 대가로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뻔뻔하게 4대강 사업을 찬양하는 이도 있었고, 부역의 결과로 얻은 연구용역 참여실적으로 더 잘나가는 교수가 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현 정부가 반드시 해야할 과제를 김병기 기자가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환부를 도려내듯이, 썩은 부역자들의 죗값을 물어야 한다. 고름을 짜내듯이, 영혼을 팔아 호가호위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상식을 세워야 한다. 적어도 그들이 지난 과오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군 이래 최악의 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의 아픔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10-11쪽)
또 다른 4대강 사업을 방지하려면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대한 예산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규명되지 않았으며, 이 거대한 사기극에 대해 처벌받은 이도 없습니다. 김병기 기자가 책에서 강조했듯 청문회라도 열어서 책임이 있는 이들을 철저하게 밝혀내고 처벌해야 합니다. 책임자 확인 및 처벌과 함께 또 다른 사기극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책에 소개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는 막대한 손실을 낸 예산 낭비 사업에 대해 처벌하는 일명 ‘링컨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공공재정 허위 부정청구 등 방지법’을 통해 국가 재정을 옳지 않게 사용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가장 필요한 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사업 이후로 소요되는 국가 예산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겠습니다. 국민들 각자가 우리들 세금이 어떻게 버려질 수 있는지 뼈아프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라는 채널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혔던 ‘4대강 독립군’들의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 대다수에게 사기극의 실체를 알리기에는 오마이뉴스라는 채널은 한정적입니다. 흐르는 강을 가로막았던 보를 열었을 때 살아나는 금강을 생생하게 보여줬던 사실들을 주요 공중파를 활용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4대강 주요 보 혹은 댐들을 개방할 것인지, 더 나아가 철거할 것인지 논의가 계속될 것인데 이 때에도 명확한 사실이 국민들에게 공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4대강 사업은 언제든지 다시 출현해 국민들의 세금을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흘려보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4대강 사업 저항자들의 12년 간의 분투도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책을 덮으며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저항한 최병성 목사(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이라는 괴물은 탐욕이 꿈틀거리는 우리의 일상 속에 살고 있다.”(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