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별 Jul 27. 2023

최고의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국에서의 두번째 종업식.

 지난 금요일, 드디어 아들의 year 4가 끝이났다. 한국은 아이를 데리러 가더라도 교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고 참관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면 교실까지 들어갈 일이 없으니 평소에 담임선생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잘 없다. 지금 우리 아이가 영국에서 다니고 있는 학교는 5학년까진 부모가 의무적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고, 부모 얼굴을 확인하고 넘겨주기 때문에 정말 교실 문 앞까지 가서 기다려야 한다. 

4학년의 마지막 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들을 데리러 갔다. 교실 문을 나오는 아이들 손에 선생님이 선물로 주셨다는 작은 화분이 들려져 있었고, 몇몇은 눈물을 글썽이며 나왔다. 마지막 날이라 선생님께 1년간 정말 감사했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아이를 껴안아 주시던 선생님 눈에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이런 학기말의 풍경은 한국에서나 익숙하다 생각했건만 역시 여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다. 




 올해는 학기 시작부터 교사들 파업이 핫이슈였다. 주기적으로 두세번 교실 문을 닫고 수업을 하지 않는 파업. 우리나라였다면 절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업을 걸고 하는 교사파업이 한두번도 아니라 여러번 있었다. 

전형적인 한국 사람인 나는 '교실 문을 닫는 파업' 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고, 선생님 재량에 따라 파업을 하는 것에 또 놀랐다. 이 말은 같은 학년이라도 어떤 반은 파업으로 수업을 하지 않지만, 다른 반은 파업없이 수업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의미다. '파업'은 그 그룹에 속한 모든 이들이 무조건 동참해야하는 행동으로만 알고 있었던 내겐 꽤 신선한 일이었다. 초반 한두번은 대부분의 선생님이 파업하셨지만, 학기말로 갈수록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그냥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도 늘어났다.  

더 놀란 것은 파업을 하는 선생님들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학부모들의 반응이었다. 사실 여기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해서 듣기로는 방학때는 임금이 나오지 않고, 평소 급여도 굉장히 작다고 들었다. 선생님이 개인과외나 튜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라에서 만족할 만한 급여를 줄 수 없으니 원한다면 개인과외로 기타 수입을 얻는 것을 허락한 것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방과 후에 원하는 아이들에게 학교 선생님을 과외 선생님으로 추천해 주는 학교도 꽤 많다.) 영국인인 내 영어선생님조차도 nhs 의사들의 파업과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파업만큼은 대부분의 영국인이 전적으로 지지할 정도라고 말씀하셨으니.. 여러 처우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인 듯 싶다.



 

 오기 전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의 학교생활이었다. 문화도 다르고 얼굴 생김새도 다른 동양인에 영어라고는 알파벳만 겨우 읽고 온 우리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어느덧 이 학교에서 3학년과 4학년,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년동안 담임 선생님 뿐 아니라 학교의 많은 스텝들이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에 구체적이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셨다.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해 몇번이나 파업을 해야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엄마들이 여러번의 파업에도 한마디 불평없이 학교의 입장을 따랐는지 선생님들이 하신 노력들을 생각해보니 새삼 이해가 되었다.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런 따뜻한 기억을 갖고있기 때문이리라.

오픈클래스때마다 내게 오셔서 아이의 writing이 얼마나 늘었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잘하고 있다고 늘 말해주셨던 일들, 이메일로 특강참여에 대한 고민을 나눴을때 진지하게 안심시켜주셨던 일들.. 우리나라 선생님보다 정서적으로 어쩜 더 무정하실지도 모르겠다는 내 편견과는 달리 헤어질때 아이를 품에 안고 눈물을 글썽거리셨던 그 모든 일들이 후에도 늘 따뜻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어디든 교사라는 직업은 참 쉽지않은 직업 중 하나인 것 같다. 사람을, 그것도 나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을 매일매일 상대해야 하는 직업. 잘해봐야 본전인 일..

최근 우리나라에서 들려온 일련의 사건들은 참 오랫동안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때 교사라는 직업을 꿈꾸었던 사람이기에 어려운 일을 당한 초임 선생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공감되었기에 더 그랬다. 


이곳 선생님들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들을 적었지만, 사실 이곳도 깊게 들어가보면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학부모의 입장으로 선생님께 고마운점이 대부분이지만 학교에 아쉬운 점들도 물론 존재한다. 선생님들 또한 마찬가지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한국보다 결코 작진 않을것이다. 그러나 학교 교실 문앞까지 가서 아이들을 픽업하고 이메일로 언제든지 소통하지만, 선생님께 도를 넘는 요구를 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교권침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문화적 특성상 선생님께 허리를 굽혀 인사하거나 존댓말을 쓰진 않지만 사제지간도 지켜야 할 선을 따라 행동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요즘이지만... 다 제쳐두고 돌아가신 선생님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가 회복되고 너무 깊어져버린 갈등과 불신의 골이 차츰 메워져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