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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누가, 키티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키티는 과연 악녀인가, 신여성인가, 아니면 그 무언인가?

by 제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싯 몸.(황소연 옮김)


1920년대의 배경, 거의 100여 년 전의 이야기.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키티에게 찰스는 사랑이었을까?

찰스에게 키티는 욕망이었을까?

월터에게 키티는 사랑이었을까?

그녀를 사랑한 자신을 경멸하는 이유는?

사랑이 뭐길래.



어머니의 못 이룬 꿈과 야심의 희생자, 자신의 존재는 매력과 외모로서만 평가받고 스스로도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수녀원에서 일하면서 '성장'의 길로 이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일은 마음을 분산시키고 자신의 쓸모를 느끼게 해 주며 다른 시각을 갖게 한다.

완전히 다른 사람(여자)가 되는 것은, 오직 자신에 의해서이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것을 기대하여 어떤 경험을 하지만, 그것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쓸모 있음, 가치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쓸모 있음과 가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가?


깨달음이라는 것, 성장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가소로운 것인지 키티는 보여준다.

정신적인 삶을 추구한다고 이성은 말하지만, 본능에 충실한 육신은 이성을 이긴다.

다만, 그것에 대한 키티의 자세가 성장을 보여줬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서 혐오를 발견하고 전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서부터.

나는 키티가 악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

"이 작품은 내가 인물보다 이야기를 소설의 출발점으로 삼아 쓴 유일한 소설이다. 인물 간의 관계와 줄거리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진공 상태의 인물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법이다. 일단 인물을 먼저 설정하고 나면 그가 어떤 상황 속에서 뭔가를 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등장인물과 그의 주된 행동만큼은 동시에 발휘된 상상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야기에 맞게 등장인물들이 선택되었기 때문에 나는 점진적으로 캐릭터들을 발전시켰다."



[옮긴이의 말]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이성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충동이야말로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의 속박이자 '인간의 굴레'인 것이다."


"여성성은 헌신과 순종, 다산성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유롭게 변신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드러운 강인함 또는 여성성의 일부다. 진정으로 성장한 여성은 남성의 진실한 모습을, 남성에게서 강인함과 허약함을 모두 갖춘 한 인간을 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여성이 아닐까?"





[기억나는 문장들]


"어떤 미래가 그녀의 몫으로 준비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닥쳐오든 밝고 낙천적인 기백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


"너무나 강렬해서 고통스럽기까지 한 한희가 밀려왔다."


"그녀는 언제나 그 미소 앞에서 무기력했다."


"그녀는 환희의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낙원으로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머리는 어깨 위에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그녀가 옷을 입는 방식이란, 뭐랄까 딱 그녀다운 것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고 상냥한 태도로 그녀에게 합당한 말들을 했지만 그녀가 보이는 그 모든 친절함이 오히려 거리감을 만들었다."


"결혼과 함께 홍콩에 오게 된 키티는 그녀의 사회적 지위가 남편의 직업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공이 오직 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비통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그를 조종할 수 있도록 자신을 무장시켰다. 그녀는 그를 가차없이 들볶았다."


"하지만 야심만큼이나 인색함 또한 강해서 돈 쓰는 걸 싫어했다."


"그의 딸들은 그를 수입의 원천 이외에 다른 존재로는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딸들이 그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딸들을 좋은 곳에 시집보냄으로써 자신이 걸어온 실망스러운 행적에 대한 보답을 받아낼 셈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에 키티는 그들에게 매력적이고 다정하게 굴근 했지만 특별히 아무에게도 충실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당신에게 익숙해지도록 시간을 주세요."


"그녀는 머지않아 그가 좀처럼 자기 자신을 느긋하게 풀지 못하는 불행한 불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과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낄 만한 환상적인 변화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넘쳐흐르는 행복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시 꽃 피웠다."


"당신도 알겠지만, 여자들은 실제보다 더 남자가 자기한테 푹 빠져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하지."


"그가 그렇게 분명히 말하던가, 아니면 그의 태도에서 당신이 그런 인상을 받은 건가?"


"진심이 아니었나요?"

"그 당시에는 그랬지."


"남자는 평생을 같이 보내고 싶은 바람 없이도 한 여자를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어."


"비극적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신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는 거예요."


"압니다. 그게 그의 수완이랍니다. 그는 인기의 속성을 이용하거든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세상에서 그가 만나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인 것처럼 구는 재주가 있으니까요."


"그는 소소하게 바람을 피우지만 심각하게 만들진 않습니다. 너무 교활해서 곤란한 지경까지 몰고 가진 않죠."


"알겠지만, 평화는 일이나 쾌락, 이 세상이나 수녀원이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답니다."


"난 뭔가를 찾고 있지만 그게 뭔지 잘 몰라요. 하지만 그것을 아는 건 분명히 내게 무척 중요해요. 그리고 내가 그걸 알아내면 모든 게 달라질 거예요."


"도,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길'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 누구는 위스키에서, 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 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곳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도대체 무엇에 홀렸기에 그토록 그를 경멸하는데도, 온 마음을 다해 경멸하는데도 찰스의 천박한 포옹에 열정적으로 굴복했단 말인가?"


"내 딸은 자유롭고 자기 발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키울 거예요. 난 그 아이를 세상에 던져 놓고는 사랑한답시고 결국 어떤 남자와 잠자리를 갖기 위한 여자로 키우기 위해 평생토록 입히고 먹일 생각은 없어요."


"결단코 저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제 딸을 보호하겠어요. 나는 그 애가 거침없고 솔직하기를 바라요. 그 애가 스스로의 주인으로서 독립된 인격체이길 바라고 자유로운 남자처럼 인생을 살면서 저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요."



[덧붙여]

영화에서는, 미장센과 ost가 아주 인상적이다. 좀 더 대중스럽게 만들어진...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https://youtu.be/k1tyVlKjJZI?feature=shared


https://youtu.be/NFa_XIFFrDQ?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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