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일시: 2023. 9. 17. 토요일 18:00
장소: 석남동 도끼, 식감이야기
참석: 2명(K, A)
선정책: 페스트
저자 : 알베르 카뮈
발제자: K, A 공동발제
1. 재난을 생각했을 때 평소 본인이 했던 생각은? [10점]
이 책을 보고 재난이 가지고 있는 끈질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일반적인 재난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보통 발생 당시 피해 규모나 범위 그리고 사망자등을 중점으로 보도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재난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예를 들어, 이런 보도에선 사고로 인해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겪는 고통이나 부서진 건물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것들은 알 수가 없다. 간혹 드물게 후속보도가 나올 때도 있지만 거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사건사고들은 끊이지 않고 이런 것들은 한정적인 자원인 사람들의 주의를 잡아먹는다.
소설 페스트는 이런 재난에 대한 놓치기 쉬운 뒷면을 잘 보여준다. 재난이 계속됨에 따라 사람들은 감정이 마모되거나 점점 지쳐 절망에 빠진다. 이 책은 이런 것들에 대한 묘사가 훌륭하다. 같이 토론했던 A의 말을 빌리면, 코로나19 때 느꼈던 감정들과 너무나도 흡사해 놀랐단다. 이런 재난에 대한 총체적인 묘사를 통해 미처 놓칠 수 있는 재난의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2. 극 중 ‘코타르’는 페스트가 있는 상황을 더 편하게 여기는 이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가치관을 추가하여 서술하시오. [15점]
표면적으로는 페스트가 유행하기 전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있을 거다. 심층적으로 들어가 보면 그는 페스트 전부터 이미 고독함을 느끼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병이 창궐하면서 자기 혼자만 겪어야 했던 고독함을 다른 사람들 모두가 겪게 되니 여기서 묘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그는 유행병이 끝날 무렵 코타르가 난동을 부리며 시민들에게 총을 발포하며 바락 한다. 홀로 고독함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그의 절박한 처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3. 알베르 카뮈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부조리에 반항한다는 삶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갖고 있는지, 책 ‘페스트’의 관점으로 서술하시오. [20점]
이 책에서 이렇게 부조리에 저항하는 인물은 의사 리외라고 생각한다. 그는 어떤 일이 닥쳤건 자기 할 일을 해나간다. 결국엔 이 책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을 관찰하여 쓰기도 한다. 결국 세상에서 부조리는 있을 수밖에 없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고 이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는 빌게이츠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서울에서 100km 위에만 태어났어도 지금 삶과는 매우 달랐을 거다. 아마 지금보다 더 안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페스트에선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유퀴즈에서 유재석과 이동진 씨가 나온 편이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미래 계획을 세우냐는 질문에 이동진 씨 말이 압권이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막살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고 전체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에 맡기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이제는 나도 인생 전체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고 안 되면 다음에 눈 떴을 때 이런 점은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살아가니 삶이 재밌다.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다음번에 기회가 있다는 여유 때문인 것 같다.
4. 타루가 말하는 도덕관? 평화? 은 모두를 이해하고 어느 누구와도 치명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묻지 마 칼부림처럼 폭력, 살인이 존재한다. 자신은 이러한 죄목을 갖고 있는 자를 용서할 수 있는지, 이에 대한 의견을 서술하시오. [15점]
만약 내 소중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면 난 어떤 심정일까? 내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현실 부정을 하게 될 것 같다. 그 후엔 굳이 왜 내가 이 일을 당했어야 했는지 물을 거고 다음엔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증오하게 될 거다. 하지만 이렇게 증오해 봤자 돌아오지 않는 내 평온한 일상을 깨닫고 말 거다. 상대방을 죽인다 든 가는 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나를 더 피폐하게 만든다.
5. 책 ’ 페스트’를 읽고 나서 자신의 삶에서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인지, 또는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서술하시오. [10점]
삶에서 어떤 부조리가 찾아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찾아온다면 읽기 전보다는 조금이나 낫지 않을까 싶다. 어떤 부조리가 찾아왔을 때 이 부조리 속에서 겪게 될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일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이것도 끝난다는 확신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추가] 랑베르가 연인을 만나는 대목, “몇 달간의 페스트로 ‘추상’으로 옅어져 버린 사랑을, ‘실체’를 가진 여인으로 대면” 중 우리의 인생에 추상과 실체 둘 중 무엇을 중시하고 있는가?
추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는 것들 대부분이 추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풍경을 봐도 박쥐와 인간이 보는 것은 다르다. 인간은 가시광선을 통해서 보고 박쥐는 초음파를 통해서 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타인에 대한 관용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그가 보는 것은 그 나름대로 맞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