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재정의

나는 사실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by 도디터

여느 날처럼 기계적으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인스타 스토리를 휙휙 넘기고 있을 때였다. 하얀 책상에 반듯하게 놓인 종이 한 장이 찍힌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정체를 확인해 보니 '주간 행복 리포트'라는 제목의 기록이었다. 다이어리나 블로그를 통해 일상을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탐나는 콘텐츠'였다.


구체적인 정보를 검색하니,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못난이 캐릭터 디자인만 알고 있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브랜드 슬로건부터 제품 설명까지 행복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브랜드와 행복의 상관관계가 궁금해 브랜드북을 찾아 읽었다.


<makes your life happier!>. 슬로건 속 비교급 표현은 곧 '당신은 이미 행복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 사실 이미 나는 행복한 사람이고, 꾸준히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수집해 기록하면 더 큰 행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보통 다이어리에는 하루에 대한 별점이나 평가를 매기는 칸이 있다. 일기를 적고 별점을 매길 시간이 오면, 괜히 냉정해져 별점이 낮은 날이 많다. 왜 나는 더 자주 행복하지 못할까? 아쉬움이 종종 들었는데 이 비극은 행복에 대한 높은 기준에서 비롯됐다. 행복은 어딘가 거창해야 한다는 생각. 행복에 대한 허들만 조금 낮추면 하루의 만족도가 급상승한다.


게으른 하루를 보냈다는 자괴감이 드는 날에는 30분 정도 러닝을 다녀오면 생산적인 일을 한 것 같아 행복해진다. 여행 갔을 때 지역 명소를 담은 엽서를 사서 집에 걸어 두면, 볼 때마다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나 행복하다. 할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발목을 잡을 때는 조용히 유튜브를 켜 스튜디오 지브리 OST 모음 영상을 튼다. 그러면 이상하게 초조하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스트레스받을 때 매운 음식을 먹으면 맛있어서 행복해진다.


하나씩 나열해 보니,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거의 없었다. 가끔 행복하고 대부분 불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대상의 의미가 달라진다. 나는 내 삶을 더 사랑하기 위해, 행복을 작고 아기자기한 것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원래 손바닥보다 작은 소품들을 좋아했다. 어쩐지 행복이랑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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