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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Jun 04. 2024

불안함이 감사함으로

감사한 일 투성이

하루가 권태롭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식단도 하지만 밤에 무너져 또 야식을 먹고 아이들이 오면 간식과 밥을 챙겨주고 둘째 숙제도 봐주고 남편이 오면 또 저녁을 챙겨주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휙 지나가고 일주일이 또 흐르고 한 달이 지나가 버린다.


허망하다.

이 시간에 일을 하고 있었으면 월급도 나오고 퇴직금도 쌓일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스치고 그러다가 재취업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취업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마땅한 일자리는 눈에 안 보이고 아직은 실업급여라는 든든한 월급이 있지만 이제 이것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초조한 마음과 불안함이 또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숨을 쉬는 게 조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숨을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라고 나온다. 일 년에 몇 번씩 스트레스나 마감에 쫓겨 부담감이 느껴질 때 오는 증상인데.. 지금은 큰 스트레스도 없고 일도 쉬고 있는데 이 증상이 왜 또 찾아왔는지 당혹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며칠간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둘째 학교 숙제를 봐주다가 속이 터 질뻔했다.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긴 했다. 내가 이러려고 쉬는 게 아닌데..라는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다. 역시 나란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아침에 눈을 뜨고 노트북과 책, 다이어리를 챙겨서 집 앞에 카페로 향했다. 브런치 사이트를 들어가서 요즘 내가 하는 생각과 느낌을 써 내려갔다. 글로 정리를 하다 보니 복잡하게 엉켜있던 생각과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내가 쓴 글을 보며 내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렇게 눈물로 쓴 그날의 일기는 나에게 조급함과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선물로 주었다. 




지금 이 시간을 선물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누리자.


그렇게 마음속으로 결론을 짓고 집에 와서 모기 알레르기로 인해 다리가 퉁퉁 부어오른 둘째를 보니 어제와는 전혀 다른 마음이 들었다. 다리가 부어올라서 좋아하는 축구도 못 가고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함께 산책을 나갔다. 아이는 뛰지 못했지만 잘 걸었다. 

그마저도 감사했다. 

잘 걸어주어 감사하고 어제보다 부기가 가라앉아서 감사하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약 바르고 2~3일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걸 경험해 봐서 알고 있으니 감사하다. 

그렇게 어제와 다른 오늘은 보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대화를 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듣는데 친구들과의 관계도 참 좋았고 그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아이들이 참 대견했다. 나의 어린 시절과는 너무 다르게 본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 대견하게 잘하고 있는 아이들이 어찌나 기특하고 감사한지 내 마음은 하루 만에 불안함에서 감사함으로 가득 차버렸다. 


생각해 보면 비교와 불평은 할수록 끝이 없고 감사도 할수록 끝이 없다. 불평을 할지 감사를 할지 선택해서 지금 내가 가진 것에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숨 막히는 증상은 사라지고 마음이 다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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